어린 왕자의 눈 + 어린 왕자 (문고판) 세트 - 전2권
저우바오쑹 지음, 최지희.김경주 옮김 / 블랙피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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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어린왕자를 만난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그만큼 어렸을 적 읽었던 어린왕자를 나는 제대로 이해하지도, 엄청난 감동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저 순수한 어린시절 읽었던 어린왕자는 보아뱀이 삼킨 코끼리 그림만이 뇌리에 박혀있을 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회자되는 좋은 작품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순 없지만 이상하게도 어린왕자를 다시 읽을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찬사하는, 벅찬 감동을 느끼고 인생을 바꾼 작품이라는 이야기들이 어느정도의 부담감을 가지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나는 어느새 점점 동심을 잃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어린왕자가 만났던 이상한 어른들이 주변에 가득찬 사회에서 살아가며 나역시 점점 이상한,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부정할 순 없다. 나를 정화시켜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어린왕자를 아름다운 동화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70여 년간 쌓여온 시간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읽고 각자가 느끼고 깨달은 것 역시 켜켜이 쌓여 고전이라는 반열에 오른 만큼 문학적으로도 큰 의미을 가지고 있지만 또다른 이면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적 의미들이 가득 담겨 있기도 하다. 하지만 꼭꼭 숨겨지고 생략된 이야기의 저편을 나혼자만의 상상으로 생각해 보며 그 의미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절대 길지 않은 분량의 이야기에 함축적인 대화만으론 내 인생을 바꿀만한 큰 감동을 느끼는 것은 나의 깜냥이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기에 수없이 읽고 고민하며 풀어낸 어린왕자의 진짜 가치를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우리에겐, 나같은 사람에겐 분명히 필요하다. 



현실의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한때 어린아이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심지어 어린 시절 자신이 가장 싫어하던 부류의 어른이 된다. 

 

 

 

 

홍콩의 대표적인 깨어있는 지성으로 불린다는 저자는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가장 관심 있는 정치 철학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철학자의 눈으로 어린왕자를 읽고 그 의미를 헤아리려 노력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생텍쥐페리가 아름답게 그려 놓은 이야기 속엔 숨겨둔 철학적 난제가 가득하고 그로인해 우리가 어린시절 가졌던 꿈과 인생의 가치, 신념등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어린왕자와 장미와의 관계에서 서툴지만 소중한 첫사랑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에서 길들여짐이란 서로를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 주며 어린왕자가 만나는 많은 어른들을 통해 고독한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마주할 수 있다. 사실 어린왕자를 읽으며 어린왕자가 떠난뒤 홀로 남은 장미의 상황이나 여우가 왜 그냥 어린왕자를 떠날 수 있게 해 주는건지, 뱀에 물린 어린왕자는 과연 자신의 별로 돌아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작가가 그려 둔 보여지는 이야기에만 집중했을 뿐, 그 너머에 존재하는 내면의 소리와 인생의 가치, 직관적으로 진실을 바라보는 순수함을 가졌던 아이같은 삶의 태도를 잊고 살았기에 어린왕자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가치와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심을 되찾으라는 것은 당신 몸이나 지능을 어린 시절로 돌려놓으라는 뜻이 아니에요. 마음을 다해 당신이 어린 시절에 간직했던 꿈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죠. 꿈과 가치는 나이와는 상관없어요. 당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죠. 



그렇다면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왕자가 장미를 떠나 여러 별들을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깨닫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길들여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길들여짐의 과정에서 자신의 주체성이 발현되기도 하고 또 그로인해 상대방의 주체성 역시 존중하게 되며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나 진실되고 정직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사회를 벗어나 혼자 살거나 자기의 생각대로만 살기는 힘들다. 인간은 각종 사회 활동과 관계 속에서 타인의 평가와 인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열정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를 배려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자세다. 그런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지 못한다면, 타인에게 종속되어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느라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게 된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따라 주변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다 해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기에 생텍쥐페리는 권력,부,명예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것,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순수하고 진실된 사랑을 도리어 잊고 산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린왕자를 통해 지금 자신의 삶이 어떤지 되돌아 보고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랬던 것 아닐까. 



먼 훗날 돌아보면 알게 될 거야. 젊은 날 네가 품었던 꿈들이 너를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로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 누구에게도 없는 자기만의 개성을 가졌는지가 인생을 잘 살았는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을.

 

 

 

 

어린왕자를 통해 이렇게나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어린왕자의 눈’을 읽지 않고 다시 ‘어린왕자’를 읽었다면 아마도 어린시절에 읽었던 어린왕자와 별반 차이 없이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린왕자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더 나아가 우리가 속한 사회에 대한 반성과 죽음에 대한 고찰까지 이어질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었기에, 여러가지 다양한 관점에서 읽혀지고 해석되는 어린왕자의 또다른 숨겨진 의미들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린왕자가 만난 어른들을 보며 지금 내 모습을 반성하기도 하고 홀로 남겨진 장미가 내가 이때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훨씬 강하고 주체적이라는 것에 놀라기도 하며 여우가 보여주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에서 내 주변 사람들과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진실함과 내가 주고 있는 사랑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 무엇보다 나의 삶이 진실되고 정직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바쁘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분명 알고 있었지만 잊고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린시절 각자가 가졌던 수많은 꿈들이 각자의 개성과 존재를 표현해 주는 소중한 가치였지만 어느샌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동심을 잃고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 버린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도 한때는 순수함을 가진 아이 였다고, 그 순수함을 다시금 기억하고 그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얘기해 주는 어린왕자는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 들여다 보면 분명히 볼 수 있는 삶에 대한 아름다운 가치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늘의 흰 구름이 산봉우리를 지날 때 구름의 그림자는 봉우리이 오래 머물 수 없지만, 그 찰나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마음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는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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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집 (리커버) -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라이프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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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는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시절 가지고 있던 바비인형의 옷을 직접 만들며 시작된 나의 바느질은 어느새 두 아이들의 옷을 손바느질로 만들어 입히는데까지 이어져 왔다. 원피스며 바지며 내가 만든 옷을 입은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 미싱은 어렵기도하고 손에 맞지도 않아 오래 걸리고 더 힘들지만 꼭 손바느질만을 고집한다. 신랑은 편한 미싱 놔두고 왜 그렇게 고생하냐며 한소리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내 손을 거쳐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비교하지 못할 뿌듯함을 안겨준다. 손에 물집이 잡힐 만큼 힘들고 오랜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일이기에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내가 만든 옷을 예쁘고 소중하게 입어주는 아이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힘들었던 기억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분명 편하고 빠르고 저렴하게 예쁜 옷을 살 수 있는 시대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그 옛날 엄마가 직접 뜨개질해서 입혀주시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들이 그리워지곤 하기에 나역시 아이들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내가 타샤의 삶에 매료된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버몬트 시골에서 18세기풍의 농장을 지어 살아가는 타샤는 생활의 어느것 하나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정원의 꽃과 채소,허브를 직접 가꿔 먹고 닭을 키워 얻는 달걀로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고 염소의 젖으로 버터와 치즈를 만든다. 게다가 장작을 피우는 스토브로 요리를 하고 아마를 키워 실을 만들고 직접 베틀로 베를 짜서 옷을 짓는다. 양초를 밀랍으로 손수 만들고 양털을 깎아 꽃으로 염색해 실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은 그녀의 진짜 직업인 동화작가보다 그녀를 훨씬 유명하게 했다. 홀로 자급자족하며 정원을 가꾸고 단순한 삶을 살겠다는 그녀 평생의 꿈을 이룬 것이다. 



타샤의 집 구석구석에는 감탄할 만한 것들이 숨겨져 있다. 작은 나무통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바구니는 한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많다. 곡물이나 사료가 담겨 있는 오래된 항아리들이 구석구석에 놓여 있고, 손으로 짠 리넨류는 먼지가 앉을 만한 곳에는 어디에나 깔려 있다. 온갖 모양과 용도의 골동품 도구들이 손쉽게 찾으르서 있는 곳에 걸려 있고, 거대한 베틀들이 널찍이 자리 잡고 있다. 베틀은 마지막으로 헤아렸을 때 일곱 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건, 타샤가 분주하게 만든 것들을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 누군가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고집스럽게도 옛것을 좋아하고 굳이 손수 만들 필요가 없는 것까지 만드는 수고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모든 것이 편리하게 갖춰진 현대 생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아무리 슬로우 라이프니 귀농이니 바람이 불어도 문명과 도시의 이기를 전부 버리고 그 옛날 삶의 방식을 따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타샤는 그 무엇보다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하지 않고 땅에서 나는 풀 한포기, 동물들이 떨어뜨린 깃털 하나까지 허투루 여기지 않으며 그것들을 이용해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내며 게다가 그런 물건들은 하나의 작품처럼 멋스럽기까지 하다. 저렴한 물건을 사서 쉽게 소비하고 금방 버리는 지금의 소비행태와는 달리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든 물건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빛을 발하기에 그녀는 그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에 발라 먹는 사소한 버터 조각에도 나무로 만든 도장으로 무늬를 찍지 않으면 식탁에 올리지 않는 그녀이기에 직접 가꾼 음식, 직접 만든 옷, 인형까지 타샤의 손길이 닿은 모든 물건은 단순한 일상용품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가까워지면서 층층이부채꽃 초지를 만나거나 대형 헛간을 언뜻 보게 될 무렵이면, 굴뚝에서 유유히 피어오르는 연기의 향을 맡게 된다. 장작 난로에서 나는 향기는 어딜 가든 따라다닌다. 


 

 

 

누구나 타샤처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역시 타샤의 삶을 동경하지만 100% 똑같이 그녀처럼 살라고 한다면 글쎄, 그건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집 구석구석의 모습과 이야기가 아름답게 담긴 책을 보며 가장 크게 와닿은건 그녀가 만든 멋진 물건보다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 자연을 대하는 그녀의 자세다. 맛있는 음식이나 예쁜 꽃다발을 만들면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고 새들이 집을 짓고 살아가던 사과나무가 실수로 베어져 다신 새들이 집에 오지 않는 것을 슬퍼하는,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힘들게 베틀로 짠 천으로 만든 옷을 입는 가족들과 손주들을 위해 만든 장난감들이 고스란히 품고 있을 그 어디에도 없을 그녀에 대한 추억을 가족들은 평생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좀더 싼 물건들을 끊임없이 찾고 사용하는 동안 그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착취나 환경오염에 대한 것들을 인지하지 못한채 무분별한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재료 하나도 직접 고르고 소중히 생각하며 자신의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타샤의 물건들은 실용성 뿐만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소중히 사용하게 되고 그 가치도 점점 더 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집과 그 집을 채운 많은 물건들에 깃들어 있는 의미는 지금 우리의 생활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타샤의 집에는 언제나 볼거리가 풍성하고 배울 것도 많다. 타샤는 더할나위 없는 선생님이어서, 어떤 작업이든 천천히 가르쳐준다. 그녀가 솜씨를 발휘해 뭔가를 만들면서 멋진 이야기를 해주면,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걱정 근심이 사라진다. 뭐든 정성껏 만들어진다. 벽난로의 불꽃이 타샤의 얼굴에 너울너울 그림자를 드리운다. 절대 게으름 부리지 않는 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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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 - 의심 많은 사람을 위한 생애 첫 번째 사회학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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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큰 사고를 친 적도, 남에게 해코지 한 적도 없는, 그저 착실히 일하고 나름 시민 의식이라는 것을 잘 지키며 살아온 나지만 그렇다고 큰 성공을 이루며 살아오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먹고 싶은 것 먹고 사고 싶은 것 사며 크게 곤궁하지 않게 살았기에 사회에 대한 큰 불만도 문제 의식도 가지지 않은채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굵직한 사건들이 터지면 끓어 올라 열변을 토하기도 하지만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식어버리고 마는 전형적인 한국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사회탓, 나라탓을 하기 보단 그저 내가 모자라서 내가 잘 몰라서 그런거라며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하고 이의제기보단 그저 참고 수긍하며 넘겨버리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곤 했다. 


때로 힘이 필요할 땐 긍정의 힘을 가지게 해준다는 자기계발서를 읽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자수성가 스토리나 긍정적 사고를 가지면 못할 것이 없다는 달콤한 말은 힘들어 하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노력이 부족하다 타박하기도 한다. 그럼 또 스스로 긍정의 힘을 믿어 보자며 힘을 내보지만 다시 또 벽에 부딪히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무한반복 하다보면 결국 지쳐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끝났다는데 이무기인 나는 조금만 노력하면 용이 될 수 있을것만 같아서 자꾸만 미련을 가지게 된다.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채 말이다. 



사람들은 사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가 아무리 중요한들 자신의 일상이 우선이라는 사고에 너무나 익숙했다. 
 

 

하지만 정말 나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단군이래 최고의 스펙이라는 청년들이 학업과 알바를 하며 힘들게 높은 학점을 유지하고 비싼 어학연수에 봉사활동에 심지어 보여주기 위한 취미까지 완벽하게 갖추고도 취업을 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까? 분명 무언가가 잘못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전부 개인의 탓으로만 돌려 버린다. 혹시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라고 반박이라도 할라치면 눈에 불을 켜고 애국심이니 자본주의 논리니 나약하다느니 맹공격을 퍼붓기에 의심할 겨를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옳다고 믿어 왔던 가치들을 의심하는 그 순간이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오랜 역사의 과정에서 형성된 고정관념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평소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들었고 또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회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철저히 계획되고 강력히 주입된 것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믿고 따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 이순신장군이 박정희 시대에 어떤 식으로 우상화 되었는지, 자본주의 논리를 철저히 따른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나 애국심을 바탕에 두고 철저히 노동을 강요당하는 우리 국민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수많은 이득을 챙기며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재벌까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어두운 사회의 이면을 낱낱히 파헤치며 그동안 내가 무엇에 속아 왔고 왜 잘못에 대해 비판하는 사고를 가질 수 없었는지 왜 열심히 일해도 행복하게 살 수 없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에 대한 지나친 맹신이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제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 사회에서 경제는 만고의 진리로 그 어떤 사회적 가치보다 우선시 된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것이 아닌데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것만 해결되면 다른 것들은 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현세적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가 온전할리가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교육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에 순응하라고 가르치며 자본주의를 비판할 생각은 말고 그 안에서 살아남아 승자가 되라고 가르칠 뿐이다. 그런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강한 멘탈을 가지려 개인이 노력하는 것만이 답일까? 모든 것을 끝없이 의심하고 비판하며 사는 것은 힘들 수 밖에 없으며 언젠가는 지칠 수 밖에 없다. 그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인간다움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사회를 희망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의지의 ‘자유로움’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회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그 보장 정도가 다를 뿐이다. 그래서 ‘같은’ 인간이겠지만, ‘다르게’ 살아간다
 

 

올해 오찬호 작가의 책을 두번째 접하며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날카로운 시선과 쉽게 받아들이고 아무렇지 않게 동조했던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또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해야 겠다는 것을 느꼈기에 이번 책 역시 그간 내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으로서의 사회에 대해 알 수 있어 굉장히 신선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왜 우리 각자가 이런 의심과 고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 오기도 했다. 우리의 일상이 그저 상식적으로 돌아가고 우리의 노력이 배신 당하는 일이 없다면 사회에 대한 믿음만 가지고도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텐데 어째서 이렇게 되버린건지 안타깝기도 하고 그저 손 놓고 흐름에 따라 가기만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무시무시한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훌륭한 충고를 들을 수 있었기에, 당장 행동에 옮기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다는 생각에 멈칫할 수 있는 우리에게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부터 좀 다르게 해보자’는 것과 과거의 정치가 남긴 끈질긴 재앙을 끊을 수 있는 지금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사회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그에 따른 불만이나 의심을 그저 흘려버리만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올 뿐이다. 그 무엇보다 ‘나를 위해’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대안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자체가 상식적으로 변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래야 쉽사리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도 ‘좋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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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
요적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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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누군가에게 내 힘든 마음을 털어 놓고 싶을 때가 있다. 학창시절에만 해도 부모님께 말하기 힘든 많은 고민들도 친구들에겐 거리낌없이 이야기하고 위로 받을 수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내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하는 것에도 따지고 재봐야 할 것이 많아지기에 결국 아예 하지 않는 것이 훨씬 편해져 버리곤 한다. 그렇게 내뱉지 못하고 삼키고 삼킨 말들중엔 서서히 잊혀지거나 무뎌진 이야기들도 있지만 개중엔 죽을때까지 잊혀질 수 없을 쓰디 쓴 기억들도 있기에 가끔씩 툭툭 생각나는 것들이 가져다 주는 씁쓸함을 맥주 한캔으로 밀어내며 애써 삼켜보려 노력할 뿐이다. 


사실 내가 하는 고민은 따지고 보면 심각한 것은 없다. 그냥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받은 상처, 또는 나로 인해 누군가가 받은 상처에 대한 나의 죄책감, 근원을 찾을 수 없는 삶에 대한 물음.. 지금 당장 죽을만큼 아프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겐 하찮게 보일 것들이라도 나에겐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고생스럽고 힘들기만 한 것들인데, 고작 그런 고민이냐며 타박이라도 들을까 극도로 위축되고 소심해진 나는 주변에 함께 공감해주고 위로해 줄 누군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엄마가 되고 나선 아이들이 최우선이 되다 보니 나의 인생에 대한 물음과 대답은 더욱 뒷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제목만으로도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듯한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작고 귀여운 펭귄이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많은 동물들에겐 각자의 고민과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상황들이 놓여 있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쉼없이 달리는 말,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불만하지만 정작 자신 역시 귀를 닫아 버린 쥐,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나무늘보, 위로 받고 싶은 너구리,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잊혀지는 게 두려워 혼자인 게 편하다는 사막여우.. 서로 다른 동물들로 표현된 각자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우린 다 같은 사람임에도 저렇게 수많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한편으론 또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게다가 누구나 한반쯤은 생각해 봤고 겪어 봤을 법한 것들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어렵거나 에둘러 말하지 않는,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시크한 펭귄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 진심을 표현하는 것도, 나의 힘듦을 말하는 것도 어느샌가 상대방의 기분 역시 나빠질까봐 날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만 마음속에만 쌓아두게 되니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아마 눈물이 핑 돌정도로 큰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에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글은 꼭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한, 날 토닥여 주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나 역시 그랬고 당신 역시 그럴 수 있다며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는 것 같아서 책을 읽는 동안 어느새 굳어져 차가웠던 마음의 온도가 조금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네가 살면서 찾은 답이 그들의 답이 될 수 없다는 건 다들 아니까.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면서 들어보고 스스로의 답을 찾으러 가겠지.

 

 

 

 

작고 귀여운 펭귄이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많은 동물들에겐 각자의 고민과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상황들이 놓여 있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쉼없이 달리는 말,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불만하지만 정작 자신 역시 귀를 닫아 버린 쥐,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나무늘보, 위로 받고 싶은 너구리,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잊혀지는 게 두려워 혼자인 게 편하다는 사막여우.. 서로 다른 동물들로 표현된 각자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우린 다 같은 사람임에도 저렇게 수많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한편으론 또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게다가 누구나 한반쯤은 생각해 봤고 겪어 봤을 법한 것들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어렵거나 에둘러 말하지 않는,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시크한 펭귄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 진심을 표현하는 것도, 나의 힘듦을 말하는 것도 어느샌가 상대방의 기분 역시 나빠질까봐 날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만 마음속에만 쌓아두게 되니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아마 눈물이 핑 돌정도로 큰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에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글은 꼭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한, 날 토닥여 주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나 역시 그랬고 당신 역시 그럴 수 있다며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는 것 같아서 책을 읽는 동안 어느새 굳어져 차가웠던 마음의 온도가 조금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네가 살면서 찾은 답이 그들의 답이 될 수 없다는 건 다들 아니까.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하면서 들어보고 스스로의 답을 찾으러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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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 시대의 철학
김정현 지음 / 책세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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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빠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나 성격 급하기로는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속도는 생명이다. 무엇이든 빨리 빨리를 외치다 보니 그래도 어쨋든 고도의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로 인해 IT 강국이라는 보기 좋은 명함을 가지고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간 것까진 좋았으나 선진국이라는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가려진 이면의 문제점들은 허다하다. ‘2015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58개국의 나라의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10점 만점에 5.984점을 얻어 47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동안 국민들의 삶의 질은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와 함께 끊임 없이 대두되는 높은 자살률이나 분노범죄는 분명 우리 사회가, 그 사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 개개인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 옛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을 지금은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로 우리를 전 세계와 연결해 주고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게 해준 기술혁신은 우리에게 시공간의 한계를 없애주며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또 가공하여 교환하는 지식 소비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그렇기에 이젠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도 구글맵으로 손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고 고민 없이 그곳의 맛집을 서칭하여 실패 없는 식사를 하고 빈방 있는지 여기저기 다닐 필요 없이 어플로 간단하게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외에도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이 그렇게 발달되어 있기에 우린 그 어느 시절보다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정보 매체가 발달하며 우리는 점점 가상의 공간에 집착하게 되고 실제 외부의 인간관계의 단절은 공허함을 낳고 그 공허함을 물질적으로 채우고 보상 받으려 하기에 진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를 맞아 다양한 문명의 이기들을 사용하며 오감의 확장을 경험하고 있지만, 동시에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등과 같은 시대적 물음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시대적인 물음에 답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고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 국민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사회가 요구하는 성과를 내는 노동 활동을 해야만 했고 더 나아가 자아실현 혹은 자기계발이라는 명목 아래 끊임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바쁘게 살아왔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자신의 존재를 소진하며 과도한 피로에 빠져 있는 ‘불안 사회’,’피로 사회’,’소진 사회’로 표현되고 있다. 삶이 힘들고 불안한 사람들은 돈이나 소유물을 통해 삶의 안정과 존재를 확인하는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게 된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끝없이 노동하고 몸값을 올리기 위한 과도한 자기 몰입은 가족의 해체와 인간관계의 소멸을 불러 일으키며 고독하고 고립된 생활을 부추기게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세속적인 가치, 즉 집이나 차, 명품등이 우리를 나타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물건들이 나를 품격 있는 명품인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란 허상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그 끝엔 나는 누구이고 내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만이 메아리처럼 들려올 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가 효율성, 경제성, 실용성의 잣대로 배제해 왔던 철학,문학,역사등의 인문학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실용성과 경제적 효과, 취업, 창업만을 강조하면 당장에는 작은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인간적인 삶을 깊이 성찰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는 없기에,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철학적 고뇌를 담은 책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기울어진 존재의 중심을 잡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인문학적 ‘정신적 산소’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문제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 진정 건강한 사람이다. - 뵈쉐마이어



우리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욕망을 과잉 생산하고 지식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가운데 인간적 삶의 위기 문제를 겪고 있다. 도덕적 불감증에 사로잡혀 자존감을 상실하고 욕망만을 채워가는 현대인은 자아를 상실한 ‘자본주의적 욕망 기계’가 되어 가고 있다. 과학기술 문명과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회복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진실하게 이끌어나가려는 의지는 삶을 창조적으로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고 신경증이나 존재의 불안에서 탈피하려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려는 용기를 가져야 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삶을 창조해나가려는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도구화되고 사물화 된 인간이 아닌 영혼을 가진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영혼이 깨어 있도록 새로운 사고 습관을 들이는 정신 근육을 단련하고 일상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의 습관이 필요하며 우리 삶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에 의미를 더 부여하고 익숙한 사고와 행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삶이나 삶의 사태를 바라보는 영혼의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죽음에 대한 진지하고 올바른 성찰과 깨달음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죽음은 주변 세계에서 떼어지고 사회적 소통 가능성을 상실하며 고독 속에 놓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점점 죽음을 외면하고 두려워하게 된다. 하지만 죽음이란 우리 삶의 일부이며 자신의 유한성과 한계, 죽음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탐욕과 집착, 소유욕에서 벗어나 일상을 의미 있고 성숙하게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나 대지의 문제를 우리의 삶을 위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에도 인간의 안락한 삶의 풍요를 위해 화학 물질은 더 많이 사용되고 있고, 오염 물질의 독성은 대기,토양,강,바다 등 삶의 터전인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몸에 그대로 노출되고 축적되고 있다. 대지가 죽으면 인간의 삶도 죽는다. 그렇기에 우리가 우주적 생명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자각하며, 대지가 우리 삶의 터전이며 몸도 우주 생명의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 생명 자각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근본적인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 행복을 얻기 위한 삶의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필요하다. 행복은 우연히 얻어지는 행운이 아니라 마음의 관리나 훈련, 즉 자기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행복이란 시련을 극복할 때의 느낌, 즉 내가 지금 의미 있게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을 말하는 것이며 이는 행복이 단순히 어려움이 없고 평안한 안락 상태 혹은 단순한 욕구의 충족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삶의 무게를 짊어 지고 자신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을 긍정하고 타인에게도 사랑을 나눠줄 수 있다. 



행복은 일반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 보편적 ‘명사’가 아니라 나에게 다가올 때 비로소 의미가 구체화되는 ‘동사’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어떤 문제든 돈이나 시간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는 해결책이나 데이터화하여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해결책만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방법으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바랄 수 없는데도 말이다. 대학만해도 순수문학은 어느샌가 취업이 되지 않고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비인기 학과라는 오명으로 축소되거나 없어지기까지 하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문학에 대해 등한시하고 외면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그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사람의 삶이 행복하고 건강해야 한다. 피로와 소진의 시대에 찌들어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과 물질적 보상을 준다한들 그들의 삶과 인간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철학적인 접근법은 100% 완벽하게 이해하고 내 삶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적어도 내가 어떤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며 인간으로서 버리지 말아야 할 도덕적 가치나 지구촌이라는 말에 걸맞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세계 시민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과연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어렵고 난해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그것을 피하지 않고 끊임없이 묻고 올바른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그리고 자신의 삶과 영혼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나라는 사람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지는 사회라면 분명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해준, 의미있는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행성이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면서 동시에 중심이 되는 천체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독자적인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동시에 인류 전체의 발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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