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집 (리커버) -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라이프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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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소 나는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시절 가지고 있던 바비인형의 옷을 직접 만들며 시작된 나의 바느질은 어느새 두 아이들의 옷을 손바느질로 만들어 입히는데까지 이어져 왔다. 원피스며 바지며 내가 만든 옷을 입은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 미싱은 어렵기도하고 손에 맞지도 않아 오래 걸리고 더 힘들지만 꼭 손바느질만을 고집한다. 신랑은 편한 미싱 놔두고 왜 그렇게 고생하냐며 한소리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내 손을 거쳐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비교하지 못할 뿌듯함을 안겨준다. 손에 물집이 잡힐 만큼 힘들고 오랜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는 일이기에 인내심도 필요하지만 내가 만든 옷을 예쁘고 소중하게 입어주는 아이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힘들었던 기억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분명 편하고 빠르고 저렴하게 예쁜 옷을 살 수 있는 시대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그 옛날 엄마가 직접 뜨개질해서 입혀주시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들이 그리워지곤 하기에 나역시 아이들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내가 타샤의 삶에 매료된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버몬트 시골에서 18세기풍의 농장을 지어 살아가는 타샤는 생활의 어느것 하나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정원의 꽃과 채소,허브를 직접 가꿔 먹고 닭을 키워 얻는 달걀로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고 염소의 젖으로 버터와 치즈를 만든다. 게다가 장작을 피우는 스토브로 요리를 하고 아마를 키워 실을 만들고 직접 베틀로 베를 짜서 옷을 짓는다. 양초를 밀랍으로 손수 만들고 양털을 깎아 꽃으로 염색해 실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은 그녀의 진짜 직업인 동화작가보다 그녀를 훨씬 유명하게 했다. 홀로 자급자족하며 정원을 가꾸고 단순한 삶을 살겠다는 그녀 평생의 꿈을 이룬 것이다. 



타샤의 집 구석구석에는 감탄할 만한 것들이 숨겨져 있다. 작은 나무통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바구니는 한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많다. 곡물이나 사료가 담겨 있는 오래된 항아리들이 구석구석에 놓여 있고, 손으로 짠 리넨류는 먼지가 앉을 만한 곳에는 어디에나 깔려 있다. 온갖 모양과 용도의 골동품 도구들이 손쉽게 찾으르서 있는 곳에 걸려 있고, 거대한 베틀들이 널찍이 자리 잡고 있다. 베틀은 마지막으로 헤아렸을 때 일곱 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건, 타샤가 분주하게 만든 것들을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 누군가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고집스럽게도 옛것을 좋아하고 굳이 손수 만들 필요가 없는 것까지 만드는 수고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모든 것이 편리하게 갖춰진 현대 생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아무리 슬로우 라이프니 귀농이니 바람이 불어도 문명과 도시의 이기를 전부 버리고 그 옛날 삶의 방식을 따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타샤는 그 무엇보다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하지 않고 땅에서 나는 풀 한포기, 동물들이 떨어뜨린 깃털 하나까지 허투루 여기지 않으며 그것들을 이용해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내며 게다가 그런 물건들은 하나의 작품처럼 멋스럽기까지 하다. 저렴한 물건을 사서 쉽게 소비하고 금방 버리는 지금의 소비행태와는 달리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든 물건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빛을 발하기에 그녀는 그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에 발라 먹는 사소한 버터 조각에도 나무로 만든 도장으로 무늬를 찍지 않으면 식탁에 올리지 않는 그녀이기에 직접 가꾼 음식, 직접 만든 옷, 인형까지 타샤의 손길이 닿은 모든 물건은 단순한 일상용품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가까워지면서 층층이부채꽃 초지를 만나거나 대형 헛간을 언뜻 보게 될 무렵이면, 굴뚝에서 유유히 피어오르는 연기의 향을 맡게 된다. 장작 난로에서 나는 향기는 어딜 가든 따라다닌다. 


 

 

 

누구나 타샤처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역시 타샤의 삶을 동경하지만 100% 똑같이 그녀처럼 살라고 한다면 글쎄, 그건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집 구석구석의 모습과 이야기가 아름답게 담긴 책을 보며 가장 크게 와닿은건 그녀가 만든 멋진 물건보다 그녀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 자연을 대하는 그녀의 자세다. 맛있는 음식이나 예쁜 꽃다발을 만들면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가지고 새들이 집을 짓고 살아가던 사과나무가 실수로 베어져 다신 새들이 집에 오지 않는 것을 슬퍼하는,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힘들게 베틀로 짠 천으로 만든 옷을 입는 가족들과 손주들을 위해 만든 장난감들이 고스란히 품고 있을 그 어디에도 없을 그녀에 대한 추억을 가족들은 평생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좀더 싼 물건들을 끊임없이 찾고 사용하는 동안 그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착취나 환경오염에 대한 것들을 인지하지 못한채 무분별한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재료 하나도 직접 고르고 소중히 생각하며 자신의 손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타샤의 물건들은 실용성 뿐만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소중히 사용하게 되고 그 가치도 점점 더 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집과 그 집을 채운 많은 물건들에 깃들어 있는 의미는 지금 우리의 생활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다. 



타샤의 집에는 언제나 볼거리가 풍성하고 배울 것도 많다. 타샤는 더할나위 없는 선생님이어서, 어떤 작업이든 천천히 가르쳐준다. 그녀가 솜씨를 발휘해 뭔가를 만들면서 멋진 이야기를 해주면,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걱정 근심이 사라진다. 뭐든 정성껏 만들어진다. 벽난로의 불꽃이 타샤의 얼굴에 너울너울 그림자를 드리운다. 절대 게으름 부리지 않는 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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