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심리학 - 우리는 왜 용서보다 복수에 열광하는가
스티븐 파인먼 지음, 이재경 옮김, 신동근 추천 / 반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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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아마 사직서를 상사의 면전에 던지고 비리를 폭로하며 복수하는 통쾌한 상상을 할때가 있을 것이다. 나역시 이상한 상사들을 많이 만났었고 매번 분노하고 ‘내가 회사 그만둘때 두고보자’라며  울분을 삭히곤 했다. 그러나 실제로 복수를 하며 그만둔 적은 없다. 그 순간이 지나면 그냥 흐지부지 잊혀지기도 하고 저 불쌍한 인생 내가 한번 구제해 준다며 넓은 아량을 베풀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힘든 순간에 상상하는 복수는 달콤하기만 하다. 


하지만 복수를 정당화하기도, 무조건 나쁘다고하기도 힘들다. 복수는 인간의 본능과도 같기에 종교,정치,문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역에서 복수의 사례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복수는 항상 매력적이고 사람들을 흥분하게 한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복수가 주된 소재로 쓰이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대리만족으로라도 악당이, 누군가에게 잘못을 한 사람이 똑같이 앙갚음을 당하고 대가를 치르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용서보다 복수에 열광하는 걸까?



복수는 인간의 끈질기고 강력한 욕구다. 우리의 생물사회적 기질에 붙박이로 섞여서 전수되고, 슬픔, 비탄, 굴욕감, 분노 같은 격한 감정으로 촉발되는 원초적 본능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조직 행동 분야에서 탁월한 명성을 쌓아왔으며 노동과 사회정의에 관한 책과 논문을 꾸준히 써왔다. 그렇기에 사회 여러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복수의 문화사에 대해 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오래된 복수의 사례들과 소설과 같은 문학에서의 복수, 그리고 가장 최근의 정치적 사례까지 복수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며 접하는 놀라운 실제 복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소심한 복수에서부터 한사람의 생명, 한 나라의 존폐 여부를 결정짓는 것까지 우리 삶과 인간의 역사에서 복수가 이렇게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죄 지은 이를 용서하라고 이야기하는 종교에서도 복수를 정당화하기도 하고, 전쟁으로 인해 끝없이 이어지는 보복행위로인해 피해를 입는 많은 사람들과 특히 대부분의 타깃이 여성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마음 아팠다. 일본의 난징학살이나 혼전 성교나 중매결혼 거부 등으로 본인과 가족에게 수치를 준 딸을 축출이나 죽음만이 치욕을 만회하는, 죄를 씻는 방법으로 여기며 자행되는 명예살인은 과연 복수라는 감정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복수를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는다. 복수는 개인의 안녕,영토,긍지,명예,자존감,신분,역할을 위협하는 것들을 억제하고 앙갚음은 부당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복수는 이지러진 평형과 서열을 재설정한다. 복수는 개인 간 암투, 집단의 내분, 노사 분쟁, 내전과 국제전에 존재하는 암묵적 관습법이며 자아와 공동체의 궁극적 자기 진술이다. 타인의 침범을 막는 방어 수단이자 경고 조치로 날것 그대로의 정의라는 것이다. 게다가 아주 악의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직장 내 작은 복수들은 약간의 사기 진작, 피할 수 없는 울분과 불의에 대한 해독과 같은 상당한 효과를 낸다고도 한다. 또한 정치에서도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흠집내는 네거티브 전략이 항상 대중들에게 먹혀든 사례가 많기에 수많은 정치인들이 누군가 자신을 비난하면 똑같이 상대방을 비난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복수는 인간의 끈질기고 강력한 욕구인 것이다. 



고통을 고통으로 되갚고 싶은 격렬한 욕망이 끓어오른다. 응징 욕구는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박고 있고, 도덕과 이성이 만든 제약들을 우회하는 길을 끝없이 찾는다. 

 

 

 
하지만 가족중에 누군가가 살해당했다고해서 살인범을 복수의 일환으로 똑같이 살해한다면 그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 그렇게 한다고해서 죽은 나의 가족이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해서 살인범을 편안히 살도록 내버려두기엔 그 고통이 너무 크다. 옛날엔 직접 복수를 했지만 지금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대신 합법적으로 복수를 해주고 있기에 그것도 분명 살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이 살인범의 감옥살이와 벌금만으로 해소될리는 없다.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범죄의 피해자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자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에서는 나의 뺨을 때린 사람에게 나머지 한쪽 뺨을 내밀고 용서하라고 얘기하지만 어찌 용서가 그리 쉽게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는것이 사람이라면 그 모든 갈등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복수는 분명 매력적이고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복수라는 감정에 단편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은 인간의 강력한 복수심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복수의 또다른 면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다. 회사에서의 날 괴롭히는 상사에게 침 뱉은 커피를 권하고 날 힘들게 하는 배우자가 잠들었을때 몰래 침대에서 발로 차 떨어뜨리는 소심한 복수를 하고도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착한(?) 우리에게 복수는 원초적 본능이라고, 그러니 괴로워 말라는 작은 위로를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복수라는 램프의 요정이 일단 세상에 나오면 그 괴물을 다시 호리병 속에 넣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중세에 전쟁과 단죄의 이름으로 벌어졌던 살육과 복수를 두렵고 역겹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분쟁은 그보다 덜할까? 오히려 비참함의 규모가 몰라보게 커졌다. 보복 공격은 지나는 길에 있는 모든 것을 초토화한다. 인류 앞의 중대한 도전은 지금도 여전히 같다. 그건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에 다리를 놓고, 우리를 하나로 묶을 측은지심을 살릴 더 좋은 방법들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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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경제 재구성 - 돈 갈등, 제발 풀고 살자!
박상훈 외 3인 지음 / 피톤치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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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돈 이야기는 껄끄럽기만 하다. 돈에 대한 말 못할 고민은 배우자에게도 털어놓기 어렵다. 그만큼 서로 공유하지 못한 돈에 대한 문제들이 가정마다 쌓여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쌓인 문제들이 하나의 계기로 폭발하게 될때 그 물꼬가 돈 문제인 경우가 많다. 돈 때문에 형제들끼리 소송을 하고 부모 자식간 관계를 끊어버리는 사례를 수없이 접할 수 있는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가정 경제를 올바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에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사는 가족들 역시 100%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자신의 기준에서 단정 짓고 착각하며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돈 문제가 개입된다면 그것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렇기에 단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돈을 불리기 위한 재테크 방법이 아니라 가정에서 함께 소통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한 재테크 방법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어떤 문제도 풀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가정경제 생활은 끊임없는 협상과 타협, 배려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과 작은 실마리부터 풀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책은 돈보다 사람을 세우는 가치 중심의 재무 상담에 주력하는 지속가능한가정경제연구소에서 집필한 책으로 돈보다 사람을 위해, 그리고 우리 가정경제에 대해 가족 모두가 함께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무작정 재정 상황을 오픈하고 문제에 직면하기 보다 단계를 밟으며 차근차근 돈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기에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깊이 와닿았다. 돈을 어떻게 벌고 쓰고 모으는지 보다 가정에서 각자 겪어봤을 법한 문제들을 어떻게 판단하고 해결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들이 담겨 있어 당장 어디에 투자하고 어떻게 절약하라는 실질적인 조언은 아닐지라도 돈보다 돈으로 깨질 수 있는 관계에 대해 더 집중한다. 항상 갈등의 중심이었고 문제의 중심이었던 돈을 모아 부자가 되는 방법보다 그 돈을 통해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재테크 책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보다 사람이 중심인 이야기가 주는 힘이 여기에 있습니다. 돈이 무엇이라고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할까요? 돈에 담긴 정신, 마음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실질적인 재테크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돈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정립되고 그 역할에 대한 재구성이 가정내에서 이루어졌다면 지금 당장 우리집의 순자산을 어떤 방법으로 키울 것인지, 그리고 긴 노후를 잘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조언 또한 함께 담겨있다. 더불어 가정의 자원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올바른 소비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기에 우리 가정경제의 전체적인 틀을 잡고 어떻게 재정 훈련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체계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악착같이 재산을 늘리고 또 소비하고 소유하며 행복을 추구하려 하지만 그뒤엔 공허함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소비주의 풍조에서 돈을 쓰지 않으면 행복하지 못할 것 같고 또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것은 나도 꼭 가져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행복할 수 없는것은 내가 주도적으로 돈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성공하기 위해,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돈을 쓴건지, 아니면 진정 좋은 삶을 이루기 위해 돈을 쓰는건지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현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올바른 소비를 하는 것, 그것이 돈 때문에 서로를 등지고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집이든 땅이든 돈이든 명예든 자기 소유를 늘리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닌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많은 사람이 ‘더 많이 소유하려고 안달하는 일’에 염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소유에 집착할수록 본질을 상실하고, 지금 이 순간을 누리지 못해 행복을 놓치는 것이 괴롭다는 말입니다.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하겠지만, ‘소유가 행복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라는 의식이 깨어났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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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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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보면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는 것을 느낀다. 얼마전 개최되었던 평창 올림픽과 더불어 많은 경기들을 보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단편적인 선수들의 짧은 경기만으로도 큰 감동을 받을 수 있고 승리한다면 더 큰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그 과정에 어린 피땀과 노력의 스토리까지 더해진다면 스포츠를 더이상 단순한 운동으로 생각할 순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보고 즐기는 즐거움일지라도 누군가에겐 그것이 생명과도 같은 절박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가 언제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지만은 않다.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공정하지 못하고 위선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모습 역시 자주 접할 수 있다.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만들어내는 사람의 추악한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는 것도 스포츠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짧게 압축된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생의 굴곡처럼 하나의 스포츠 종목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담긴 이야기가 있다면,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스포츠가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당신의 전부다. 

 

 

저자는 ‘오베라는 남자’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감동소설의 대가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미 ‘오베라는 남자’를 뛰어넘어 이시대의 디킨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이 가지는 웃음과 감동과는 또다른 깊이 있는 무언가를 안겨주는 이번 소설은 베어타운이라는 한 마을에서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도시는 하키의 도시다. 쇠락해 가는 마을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이제 하키밖에 없다. 청소년 하키팀이 우승하게 되면 다시 마을이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들에게 하키란 스포츠를 넘어선 하나의 종교처럼 여겨진다. 그 팀의 중심엔 에이스인 케빈이 있고 나머지 선수들은 케빈을 주장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도 그럴것이 케빈은 실력뿐만 아니라 베어타운에서 가장 유지인 부모를 두고 있기에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베어타운 하키팀의 중심이다. 베어타운 하키팀은 후원자들의 후원이 없이는 팀을 이어나갈 수 없기에 단장인 페테르도, 코치인 다비드도 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의 스포츠 경기임에도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얽혀 있기에 단순히 우승 타이틀을 쥐기 위한 팀의 노력과는 별개로 각자의 이익과 마을의 미래를 위해 베어타운의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모든 희망을 건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승리한후 케빈의 집에서 이뤄진 하키팀원들의 축하파티에서 케빈은 단장 페테르의 딸인 마야를 성폭행하게 되고 그 장면을 빠른 스케이트 실력으로 코치의 눈에 띄어 극적으로 준결승전에 선발된 아맛이 목격하게 된다. 그로인해 마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되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결승전을 치르러 하키팀이 떠나려는 그 시점에 케빈은 경찰에 잡혀가게 된다. 하키팀의 결승전에 모든것을 걸었던 베어타운 주민들은 과연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도시와 인간, 양쪽 모두에게 적용되는 가장 단순한 진리가 있다면 모두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이야기하는 대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키에 모든 것을 건 베어타운 사람들에겐 우승말고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기에, 한 아이의 인생이나 미래를 생각해 줄 여유는 없다. 모든것이 하키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마을에서 하키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가차없이 쳐내고 짓밟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어른들의 모습에서 아이들 역시 단지 목표물만을 바라보고 절대 옆을 보지 않으며 끊임없이 뛰는 한마리 경주마처럼 변해간다. 가슴에 품은 자신들의 희망을 놓지 않기 위한 그들의 고군분투는 단지 작은 마을 베어타운만의 모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우리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치는 이기적인 집단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기에 가상의 공간인 베어타운이 실제로는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것이란 착각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정의를 잊지 않고 모두가 대의라고 생각하는 일에 용감하게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고 그로인해 진실은 감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을 압축시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잘못을 빌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하지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깊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각자의 캐릭터들이 가지는 사연과 스토리가 전체적인 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져 큰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자식을 잃은 상처를 가진 부모와 난민으로 홀로 이이를 키우는 싱글맘, 한때 촉망받던 하키 선수에서 백수가 된 퇴물, 노력만큼 이뤄낼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선수, 그리고 정의와 개인의 이익 사이에서 고뇌하는 어린 소년과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수많은 아이들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생각과 행동들이 작은 마을 안에서 하키라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펼쳐지며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의 이마에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이 저자의 전작을 읽었고 또 그로인해 비슷한 감성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너무 어둡고 진지하게 다가와 선뜻 책을 넘기기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 속엔 그보다 더욱 큰 감동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희망과 용기에 대한 저자만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더 속도가 붙고 멈출 수 없는 매력을 느낄 수 있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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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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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복잡한 도시에서 비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아등바등 살며 언젠가는 나도..라며 자연에서의 삶을 꿈꾸곤 한다. 얼마전 봤던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 역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이 주는 만큼,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자연의 순리임에도 우린 뭘 그렇게 많이 바라고 욕심을 부리는지 그렇게 스스로를 지치게 하며 사는 삶이 당연시 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 자연의 품속으로 가고 싶은 소망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자연에서의 삶이 편하고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다.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도시에서의 편리함을 내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큰 불편을 감수할 마음을 먹지않고 쉽게만 생각한다면 더 큰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단순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있다면 더더욱. 나혼자 모든 걸 내려놓고 가는 것과 한 가족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그 고민의 격차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클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건 또 힘들고.. 대부분 이런저런 현실의 문제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에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겠지만 이 선택의 기로에서 이 책의 저자처럼 당차게 결정할 수 있다면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성공적인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 될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은 지금까지 말로 한 적이 없는 게 신기할 정도로, 몸속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 같다. 기회. 그렇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았다. 자연 속에서 일년 동안 살며 가족이 저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생각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싶다. 

 

 

 

저자는 ‘양과 강철의 숲’으로 서점대상을 수상한 베스트 셀러 작가이고 세 남매를 키우는 엄마다. 하지만 홋카이도에 살아 보고 싶다는 남편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계획하던 중 남편은 훨씬 더 깊은 산속의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 불리는 도무라우시에 매료되어 결국 그곳에서 1년을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그곳은 서점까지 60 킬로미터, 마트까지 37킬로미터에 휴대전화는 3개 통신사 모두 불통, 텔레비전은 난시청 지역으로 한마디로 오지중의 오지다. 10월부터 4월까지 눈이 내리고 북방여우와 홋카이도 사슴을 흔히 마주칠 수 있으며 곰까지 심심치 않게 출몰한다니 그런 곳에서의 생활이 분명 녹록치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게 한다. 게다가 한여름에 저체온증으로 등산객들이 조난 당하는 무시무시한 곳으로 유명하다니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없을 수가 없다. 또한 초등학생,중학생인 아이들이 다닐 학교는 초등학생 10명과 중학생 5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학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도무라우시로 산촌유학을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놀라운 풍경과 함께 기온은 비록 영하 20도까지 떨어질지언정 마음 따뜻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은 뭐랄까, 모두 재미있다. 연신 말을 걸어온다. 자기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게 전부 재미있다. 빠져든다. 계절 이야기, 음식 이야기, 목장 이야기, 산길 걷는 이야기. 처음 듣는 이야기뿐이다. 말에 힘이 있다. 사람마다 폭과 깊이가 있구나 하는 걸 새삼 절감했다.

 

 

 

 

여러가지 일들을 뒤로하고 시작한 산골생활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설경과 대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매일 눈에 담고 공기는 맛있다. 수많은 별들이 떠있는 밤하늘과 자연이 맘껏 내주는 산나물을 시시때때로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아이들은 숙제와 공부로부터 벗어나 낚시, 등산, 스키등 매일매일 모험같이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선생님들은 괴짜 같지만 그만큼 아이들과의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해 준다. 게다가 온 동네가 학교를 중심으로 뭉치며 주민들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주기에 모든 주민들이 학교와 아이들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선다. 하지만 동급생이 아예 없거나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확실히 또래와의 관계와 사회성 형성에 관해선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아이들은 서서히 변하고, 자라고, 성장해 간다.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얼마나 교만했던가. 그 지역을 사랑하고, 그 지역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일을 하고, 학교를 돕고, 아이들을 지키고, 서로 돕고 즐기며 살아간다.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살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까. 


 

 

 

확실히 바쁘게 하루하루가 돌아가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그곳엔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도 서로간의 교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아이들은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학원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는 도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도무라우시에선 가능하다. 그곳에서 자연이 주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생활한 짧은 1년의 생활은 가족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분명 불편한 점도, 힘든 점도 많지만 그것들을 떠올릴 수 없을만큼 그곳에서의 생활은 훨씬 더 가치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저자의 글을 읽으며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눈으로 세세하게 기록한 일기 같은 글들은 개성만점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 짓기도 하고 또 그 순수함에 마음 뭉클해지기도 하는, 엄마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나역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깊은 산속에서의 생활을 누구나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역시 분명 동경하고 희망하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떠날 순 없을 것 같다. 비록 그저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일지라도 행복한 아이들과 아름다운 숲의 광경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나역시 맛있는 공기와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즐거운 착각을 할 수 있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을 모질게 먹고 속도를 높여서 산을 내려가, 호수 언저리에서 돌아보니 구름 사이로 빛기둥이 보였다. 그 빛이 비치는 곳에서 신들이 아마 놀고 있을 것이다. 눈부시고, 건강하고 신비로운 곳. 우리가 사는 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도, 좋은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지만, 빛이 비치는 저 아래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생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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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1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평소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을 자주 읽진 않지만 얼마전 영국의 드라마 ‘셜록’ 시리즈를 굉장히 재밌게 봤던터라 영국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이미지에 대한 동경이 어느정도는 자리잡고 있던 터였다. 게다가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는 비록 나는 몰랐으나 1985년 첫 소설 ‘험담꾼의 죽음’ 이후 30여년 동안 영미권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은 시리즈라니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 의아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잔소리꾼의 죽음’은 시리즈의 11번째 책이다. 앞의 시리즈를 읽지 못해 선뜻 읽기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사실 추리소설은 순서대로 보지 않고 단편으로 봐도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별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부담이 없어 좋다. 


저자는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작가로 꼽히며 로맨스와 추리소설 분야에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본명인 매리언 채스니로 100편 이상의 역사 로맨스를 발표했고 여러 필명을 쓰며 이 책의 M.C.비턴은 추리소설 작품에 쓰는 필명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최북단 서덜랜드를 여행하며 처음 해미시 시리즈를 떠올린 그녀는 현재 33권까지 시리즈를 집필했고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니 시리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바다. 


해미시는 스코틀랜드의 가상 도시인 로흐두 마을의 순경이다. 전편에서 실수로 인해 강등되는 아픔과 약혼녀인 프리실라와의 파혼을 겪으며 로흐두 마을의 공공의 적이자 논란의 중심이 된 해미시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휴가를 얻어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인 스캐그로 떠난다. 하지만 기대를 안고 간 민박집은 싸구려 여인숙에 가깝고 함께 투숙하는 투숙객중 심각한 잔소리꾼인 밥 해리스로 인해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밥 해리스는 아내인 도리스를 끊임없이 들볶고 다른 투숙객과도 트러블을 일으키며 모두가 밥 해리스를 죽여버리자는 진담 같은 농담을 말하곤 한다. 해미시는 오롯이 휴가를 즐기고 싶지만 늦은밤 밥이 도리스를 구타하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그의 코를 가격하게 된다. 하지만 다음날 방파제를 거닐던 해미시는 물에 떠있는 밥의 시체를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고 전날 밥과 충돌이 있었던 해미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그는 경찰의 신분을 숨기고 있었지만 살인사건으로 인해 그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 역시 스캐그의 경찰들과 함께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같은 민박집에 묶었던 사람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데...



넌지시 그들을 보던 해미시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재앙을 불러 모으는 재료를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잔뜩 짓밟힌 아내, 고약한 남편, 다정하고 괜찮은 남자, 이 모든 것을 섞으면 무엇이 나오겠는가? 살인, 머릿속의 목소리가 말했다. 


 

추리소설은 역시 범인이 누구일지 예상해 보며 보는 재미가 가장 크다. 하지만 이때까지 읽었던 추리소설은 대부분 등장인물을 파악하는 것만도 버거울때가 많았고 얽히고 설킨 복잡한 관계나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에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주인공이 너무 천재스럽다거나 현실에선 절대 만날 수 없을 가공의 인물처럼 느껴지면 이야기에 집중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해미시는 추리소설 주인공이 가지는 냉철함이나 히스테릭한면보단 어떻게 보면 태평해 보이기도 하고 허술한 면도 있는 것 같은 평범한 순경처럼 느껴져 훨씬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전 시리즈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잔소리꾼의 죽음’은 복잡하거나 잔인한 살인사건이라기 보단 인과관계가 느껴지는 단순하지만 깊이 공감되는,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기에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놓고 범인이 짐작되는 것도 시시하지만 베일에 쌓여 범인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 역시 재미없다. 그런면에서 ‘잔소리꾼의 죽음’은 그 중간 지점의 가장 재밌고 흥미로운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추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살인의 기운을 몰고 다니기에 해미시 역시 수많은 시리즈에서 매번 마주하게 되는 살인사건을 어떤식으로 풀어나가는지 또다른 이야기들도 몹시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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