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복잡한 도시에서 비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아등바등 살며 언젠가는 나도..라며 자연에서의 삶을 꿈꾸곤 한다. 얼마전 봤던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 역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이 주는 만큼,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자연의 순리임에도 우린 뭘 그렇게 많이 바라고 욕심을 부리는지 그렇게 스스로를 지치게 하며 사는 삶이 당연시 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 자연의 품속으로 가고 싶은 소망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자연에서의 삶이 편하고 행복하기만 할 수는 없다.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도시에서의 편리함을 내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큰 불편을 감수할 마음을 먹지않고 쉽게만 생각한다면 더 큰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단순히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아이들까지 있다면 더더욱. 나혼자 모든 걸 내려놓고 가는 것과 한 가족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그 고민의 격차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클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건 또 힘들고.. 대부분 이런저런 현실의 문제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에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겠지만 이 선택의 기로에서 이 책의 저자처럼 당차게 결정할 수 있다면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성공적인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 될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은 지금까지 말로 한 적이 없는 게 신기할 정도로, 몸속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 같다. 기회. 그렇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았다. 자연 속에서 일년 동안 살며 가족이 저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생각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싶다. 

 

 

 

저자는 ‘양과 강철의 숲’으로 서점대상을 수상한 베스트 셀러 작가이고 세 남매를 키우는 엄마다. 하지만 홋카이도에 살아 보고 싶다는 남편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계획하던 중 남편은 훨씬 더 깊은 산속의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 불리는 도무라우시에 매료되어 결국 그곳에서 1년을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그곳은 서점까지 60 킬로미터, 마트까지 37킬로미터에 휴대전화는 3개 통신사 모두 불통, 텔레비전은 난시청 지역으로 한마디로 오지중의 오지다. 10월부터 4월까지 눈이 내리고 북방여우와 홋카이도 사슴을 흔히 마주칠 수 있으며 곰까지 심심치 않게 출몰한다니 그런 곳에서의 생활이 분명 녹록치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게 한다. 게다가 한여름에 저체온증으로 등산객들이 조난 당하는 무시무시한 곳으로 유명하다니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없을 수가 없다. 또한 초등학생,중학생인 아이들이 다닐 학교는 초등학생 10명과 중학생 5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학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도무라우시로 산촌유학을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놀라운 풍경과 함께 기온은 비록 영하 20도까지 떨어질지언정 마음 따뜻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은 뭐랄까, 모두 재미있다. 연신 말을 걸어온다. 자기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게 전부 재미있다. 빠져든다. 계절 이야기, 음식 이야기, 목장 이야기, 산길 걷는 이야기. 처음 듣는 이야기뿐이다. 말에 힘이 있다. 사람마다 폭과 깊이가 있구나 하는 걸 새삼 절감했다.

 

 

 

 

여러가지 일들을 뒤로하고 시작한 산골생활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설경과 대자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매일 눈에 담고 공기는 맛있다. 수많은 별들이 떠있는 밤하늘과 자연이 맘껏 내주는 산나물을 시시때때로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아이들은 숙제와 공부로부터 벗어나 낚시, 등산, 스키등 매일매일 모험같이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선생님들은 괴짜 같지만 그만큼 아이들과의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해 준다. 게다가 온 동네가 학교를 중심으로 뭉치며 주민들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주기에 모든 주민들이 학교와 아이들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선다. 하지만 동급생이 아예 없거나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확실히 또래와의 관계와 사회성 형성에 관해선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아이들은 서서히 변하고, 자라고, 성장해 간다.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얼마나 교만했던가. 그 지역을 사랑하고, 그 지역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일을 하고, 학교를 돕고, 아이들을 지키고, 서로 돕고 즐기며 살아간다.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살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까. 


 

 

 

확실히 바쁘게 하루하루가 돌아가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그곳엔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도 서로간의 교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아이들은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학원이 아니면 만날 수가 없는 도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도무라우시에선 가능하다. 그곳에서 자연이 주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생활한 짧은 1년의 생활은 가족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분명 불편한 점도, 힘든 점도 많지만 그것들을 떠올릴 수 없을만큼 그곳에서의 생활은 훨씬 더 가치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저자의 글을 읽으며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눈으로 세세하게 기록한 일기 같은 글들은 개성만점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 짓기도 하고 또 그 순수함에 마음 뭉클해지기도 하는, 엄마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나역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자의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깊은 산속에서의 생활을 누구나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역시 분명 동경하고 희망하지만 당장 눈앞의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떠날 순 없을 것 같다. 비록 그저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일지라도 행복한 아이들과 아름다운 숲의 광경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나역시 맛있는 공기와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즐거운 착각을 할 수 있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을 모질게 먹고 속도를 높여서 산을 내려가, 호수 언저리에서 돌아보니 구름 사이로 빛기둥이 보였다. 그 빛이 비치는 곳에서 신들이 아마 놀고 있을 것이다. 눈부시고, 건강하고 신비로운 곳. 우리가 사는 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도, 좋은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지만, 빛이 비치는 저 아래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생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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