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선이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2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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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은 줄줄 흐르고 모든 것에 무기력해지는, 책 한권 읽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요즘이다. 이럴땐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딱이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의 책은 오히려 모아둔 기를 다시 독서로 쏟아내야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는 지친 여름 활기를 돋게 해주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기에 부담없이 책장을 펼칠 수 있다. 무사태평하고 유유자적하는 작은 마을 로흐두의 유일한 공권력인 해미시가 이번엔 또 어떤 살인 사건을 맡아 해결할지 기대하며..



그는 질서를 유지하네. 게으르고 비정통적인 방식을 사용하기는 해도 늘 결과를 얻어 낸다고. 

 

 

고지대의 작은 마을 로흐두에 최근 이주해 온 랜디 두건으로 인해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는 거구의 허풍선이로 마을 술집을 장악해 매일 공짜 술을 돌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그의 모욕적인 발언과 과격한 행동으로 마을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왜소한 노인인 조르디가 랜디와 맞서다 위기에 처하고 그를 저지하던 해미시는 랜디와 결투를 벌이게 된다. 하지만 결투 당일 랜디는 자신의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로인해 해미시는 해고의 위기에 놓이고 살인사건 수사에서도 배제된다. 그러나 그저 두고 볼 해미시가 아니다. 독자적으로 탐문해 나가던 중 해미시 역시 살인의 목표물이 되는데.. 



해미시는 다시 음울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왜, 아니, 왜, 그는 랜디의 그 멍청한 도전을 받아들였던 걸까? 그는 사건에 관해서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랜디는 허풍선이에 협박을 일삼던 자였다. 그러니 마을 사람치고 그를 애도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해미시는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자책감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대체 뭐 이런 경찰이 다 있단 말인가?



작은 시골 마을에선 소문이 빨리 퍼지기 마련이다. 한집 건너 모두 아는 사이에 무료한 생활에서 살인사건은 모두의 입을 바쁘게 만들어 줄 큰 이벤트와 다름 없다. 로흐두에 흘러 들어와 정착한 외지인들로 인해 마을은 시끄러워지고 결국 랜디 두건과 또다른 외지인인 로지 드랄리 역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해미시 역시 풀리지 않는 살인범의 정체가 마을 사람이 아니길 간절히 빌게 된다. 여기서 다시 그의 직감과 촉이 발동되고 모두가 해결되었다고 믿었고 그로인해 빨리 평화를 되찾고 싶었던 마을 사람들과 달리 해미시는 끝까지 진범의 존재를 쫓아 수사한다. 다른 일엔 젬병인 그지만 역시 살인사건과 관련해서는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제가 스트래스베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마을의 사소한 범죄에는 설렁설렁 넘어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살인 사건은 반드시 정의가 실현되어야만 하는 범죄예요. 그리고 정의는 편리하게 자백을 해 버리는 사람에겐 절대 찾아가지 않는 법입니다. 전 계속해서 사건을 파헤칠 겁니다. 어르신, 진범을 찾을 때까지요. 진범은 누구라도 될 수 있어요. 

 

 

 

 

이번편에선 해미시와 파혼한 약혼녀 프리실라의 활약 또한 돋보인다. 헤어진 연인 사이에 앙금이 남은 사이임에도 서로를 걱정하고 도와주며 밀당하는 둘 사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로를 의심하고 끝까지 사건을 들쑤시고 다니는 해미시를 마을 사람들은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그래도 결국 해미시가 해고 위기에 놓이자 해미시를 지키기위해 발 벗고 나서는, 로흐두 마을의 유일한, 그들만의 해미시는 확실히 중요한 존재이다. 살인사건에 특화된 그의 능력이 이번편에서도 빛을 발하지만 그외의 모든 일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허점투성이의 그는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다. 사실 제목을 보면 누가 죽게 될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 하나하나를 입체적으로 그리고 신랄한 블랙코미디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풀어가기에 몰입해서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해매시가 로흐두의 경찰관으로 있는한 스코틀랜드의 나른하고 아름다운 마을 로흐두는 해미시로 인해 살인마을이라는 스펙터클한 장소로 변해가지 않을까. 



처음으로 그는 경찰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인지 궁금했다. 무슨 일이든 혼자서 끝장을 보려고 하는 자신의 황소고집은 훌륭한 경찰관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사랑하는 삶의 방식이자, 지금껏 살아온 방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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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간단한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최예지 지음 / 쿵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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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답답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마 대부분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 아닐까. 낯선 풍경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여유속에선 나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낼 수 있기에, 그동안 나조차 몰랐던 나의 마음과 생각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다. 하지만 떠나는게 쉬운 일인가. 뒤돌아 보지 않고 떠나고 싶지만 이것저것 걸리는게 너무나도 많다. 결국 또 포기하고 지나서 후회하는 일의 반복에 점점 더 무뎌지기 마련이다. 멀고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그저 나를 찾을 수 있는 곳 어디라도 당장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깨지거나 부서진 조각들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작은 파편들은 삶이 흔들릴 때마다 불현듯 떠올라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되리라 믿습니다. 

 

 

 

“산티아고 갈래요? 죽기 전에 다른 사람 세 명에게 똑같이 산티아고행 티켓을 주면 돼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제안과 함께 비행기 티켓이 주어진다면? 더구나 다음 날은 우여곡절 끝에 얻은 직장의 첫 출근날이다. 이 책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 과감하게 100일간의 여행을 떠난 24살 취업준비생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왜 이 여행을 떠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산티아고 길에 오른 저자는 프랑스에서 시작해 산티아고를 걷는 40여 일 동안 내내 ‘이 길에 왜 왔을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길 위의 만남과 예상을 빗나가는 여행은 하루하루 쌓이며 그녀에게 ‘진짜 행복’과 살아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런 그녀가 여행을 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따뜻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고 있는 여행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다르다. 단순히 여행을 하며 보고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그 여행에서 스스로의 삶에 가졌던 의문과 진정한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던졌던 질문을 우리에게도 던지며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여행길을 안내해 준다. 순간의 감정일지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어느샌가 잊혀지게 된다. 힘든일, 행복했던 일 모두 지나고 다시 돌아보면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기에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고 또 기록한다. 특히 일상에서 느껴지는 것과 여행지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천지차이다. 그렇기에 비록 지금 당장 멀리 따나지 못하더라도 저자가 남긴 기억의 흔적을 따라 걷고 기록하다보면 어느순간 흔들리는 삶을 붙잡는 질문의 힘을 느끼게 된다. 



지금 당장 삶의 파편을 모으려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그 형태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더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끊임없이 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도, 나도. 

 

 

 

365개의 질문, 총합은 많아 보여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루에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것은 사실 그리 부담되진 않는다. 이 책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나의 생각의 조각이 모이고 모여 내 삶의 한 순간이 완성되고 그로인해 진짜 내가 바라고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근접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두서 없더라도 솔직하고 온전한 나의 마음을 써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내가 가고자 했던 길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이 여행은 정해진 것도 없고 준비할 것은 그저 나 자신뿐인 너무나도 간단한 여행이지만, 그 끝엔 큰 깨달음과 진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비록 모든걸 뒤로하고 산티아고로 날아갈 순 없다. 하지만 조금씩 쓰고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산티아고보다 더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니 지금 당장 나를 찾아 떠나보자. 
 


나는 오늘도 사는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 “오늘 충만했던 순간에 대해””오늘의 감사에 대해””바라는 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틈을 만든다. 나는 틈이 많은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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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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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배우는 고전문학은 참으로 따분하고 재미없었다. 시험에 나오니까, 기계적으로 배우고 달달 외우는 작품들에서 감동을 느끼기엔 내겐 점수가 더 중요했고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이해 못할 옛 언어로 된 작품들을 선생님들 또한 그 의미보단 형식적으로 가르쳐 줄 수 밖에 없기에 분명 숨겨진 아름다운 진짜 의미를 친절하게 알려주지 못한다. 무작정 달달 외우는 것보다 흥미를 가지고 이해한다면 저절로 마음속에 새겨질텐데 말이다. 
 

 

저자는 고등학교에서 문학과 논술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25년간의 교육 경험으로 모의고사와 수능에 꼭 등장하는 작품들을 엄선해 담았다. 고전은 국어와 문학 과목에서 고득점으로 가는 필수 관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이 고전 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고전 읽기는 어렵기에 작품 해설을 그저 달달 외우는 암기식 공부법을 선택한다. 시험을 치고나면 휘발되는, 뇌리에 남지 않는 공부법으로 인해 매번 어려움을 호소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외우지 않아도 알아서 암기되는 친절한 교육법이 필요하다. 
 

 

제목부터 친절함을 표방하는 이 책은 정말 쉽고 재밌게 고전문학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400장이 넘는 세밀한 그림이 글자만으론 지루하고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무리 쉽게 풀어썼다 하더라도 글로만 되어 있는 책은 아이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구절마다 세심하고 꼼꼼한 설명은 읽는 사람들이 정말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위한 저자의 배려와 그간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긴 노하우가 느껴진다. 작품의 탄생 배경부터 그림과 함께 하는 해설, 원작, 그리고 핵심정리까지 쭈욱 읽다보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던 고전문학이 이토록 아름다운 의미를 내포한 우리 선조들이 남긴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제 시험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내가 학창시절 배웠던 고전문학을 다시금 접하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었다. 사실 외국의 고전문학은 지금도 열심히 찾아 읽고 감동 받고 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고전문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마 시험의 한 과목으로 처음 만나게 되어 나를 힘들게 했던 그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고전하고 있을 교과서의 문학 작품들을 굳이 어렵게 외우게 하지 말고 이렇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으로 처음 접하게 해준다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뜻을 찾고 배우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읽고 재밌게 그림을 보다보면 저절로 익혀지고 이해되어 머릿속에 각인되는 그런 친절한 책과의 만남이 고전문학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줄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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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미니북)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민준 옮김 / 자화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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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눈을 떴을 때,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어린시절엔 부러운 존재나 닮고 싶었던 사람으로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은 있다. 고통 없이 그저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내가 바라던 삶이 펼쳐진다면 과연 행복할까, 아니면 그래도 슬프고 괴로울까. 이런저런 망상을 해보지만 실제 겪어보지 않고는 그 기분을 알 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가느다란 다리에 딱딱한 등을 가진 벌레로 변해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그레고르 잠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밤낮없이 일하는 성실한 삶을 살아왔다. 새벽기차를 타고 출근하는 외판원으로 힘들지만 가족들의 삶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명감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어느날 잠에서 깼을 때 그는 벌레로 변해 있었다. 출근은 고사하고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든 벌레의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레고르를 마주한 부모님과 여동생은 막막하다. 그레고르에게 기대어 넓은 집과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가족들은 결국 다시 일터로 내몰리게 된다. 지치고 힘든 몸은 점점 그들의 정신마저 한계로 내몰게 되고, 더이상 그레고르를 보살피지 않게 된 가족들을 뒤로하고 그레고르는 아버지가 던져 등에 박힌 사과가 썩으며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레고르의 죽음에 가족들은 슬퍼하기는 커녕 해방감을 느끼며 그레고르가 없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에 부푼다. 



그레고르는 중얼거렸고, 그의 앞에 펼쳐진 어둠을 바라보다가 문득 부모님과 여동생이 이렇게 아름다운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애쓴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이 모든 평안함과 유복함 그리고 만족스런 생활이 자신에게 닥친 끔찍한 일로 인해 종말을 고하게 된다면 어찌될까?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나 프라하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생전엔 작가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유언으로 자신의 작품을 모두 파기해 달라고 했지만 유언 집행인이자 친구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발표했다. 그 결과로 카프카의 작품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되고 카뮈, 사르트르와 함께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일컬어 지게 된다. 생전 아버지와의 갈등이 많았던 카프카는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100장이 넘은 편지로 남기기도 했다니 아버지는 그의 세계관이 형성되고 변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그의 작품에 투영되어 있다. ‘변신’에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돌봐주는 것은 여동생이다. 아무리 자식이 벌레로 변했다고 한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모라면 그럼에도 자식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레고르의 부모는 그를 철저히 외면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카프카가 가진 부모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레고르는 점점 사람으로서의 삶을 잃어간다. 할 수 있는 것은 방안을 여기저기 기어다니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레고르로 인해 나머지 가족들은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 나태하고 놀기만 하던 가족들은 일을 하고 변화된 삶에 적응하며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한다. 아무리 벌레로 변했지만 이때까지 집안을 먹여 살린 그레고르는 돈을 벌지 못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존재의 이유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집안의 가장으로 돈 벌고 일하느라 가족들과 서먹하고 거리감을 느끼는 쓸쓸한 우리 아버지들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그밖에도 카프카는 자신의 작품속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유대인으로 동생들이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며 힘든 삶을 살았던 생의 우울함과 고통은 어둡고 고독함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속에서 인간 존재의 불완정성과 사회의 부조리함으로 표현된다. 

 

 

 

가장 유명한 <변신> 외의 단편들도 마찬가지로 음울하고 절망스럽다. 굉장히 짧은 분량의 단편들이지만 그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카프카의 삶의 환경과 일대기를 알게되면 왜 이런 작품들을 쓰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시골의사>에서 선의를 베푸는 의사에게 내려지는 가혹한 결과는 카프카가 살았던 비인간적인 당시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고, <판결>에서는 아버지에게 절대적으로 순응하며 무력해진 자신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좌절하는 모습은 카프카와 아버지 사이와 비슷해 보인다. <법 앞에서>는 법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것은 아니며 죽음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그 상황 역시 카프카가 힘든 시간을 보내며 수없이 겪었을 비참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카프카의 소설은 우울하고 충격적이고 회의감으로 넘쳐나지만 그럼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강한 무언가를 담고 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으로 인한 괴리감보다 지금 우리 시대에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은 고전이 가지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청소를 하다 배를 보이며 뒤집어 죽어 있는 벌레 한마리에 자꾸만 마음이 씁쓸해 진다. 



슬프면서도 역겨운 그레고르의 현재모습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그가 가족의 구성원이었다는 것을 겨우 기억해 낸 듯했다. 그를 적처럼 취급하가나 배척하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이 가족의 의무이고, 결국에는 그의 ‘존재 자체’를 참아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 가족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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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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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의 삶을 꿈꾸지만 그럴만한 깜냥이 되는지에 대해 끝없이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고 있다.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지라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거나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말로 전달하는 일은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혼자 생각하고 그것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훨씬 좋아한다. 비록 실력이 있든 없든 글쓰기는 내 생각의 창구가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 더 잘 쓰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읽어 주고 인정 받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럴수록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울 때가 많다. 하지만 난 남은 시간을 글쓰기를 벗 삼아 살아가고 싶다. 내가 지치지 않고, 질리지 않고 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강의로 글쓰기를 가르칠 수는 없다. 글쓰기 책도 마찬가지다. 다만 글 쓸 용기와 자신감, 쓰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켜줄 뿐이다. 


 

저자는 30대 중반까지 증권회사 홍보실의 사원으로 시작해 대우 그룹 회장의 연설을 쓰다가 김대중 정부 때 연설비서관실에서 일했고, 운명처럼 노무현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맡았다. <대통령의 글쓰기>,<회장님의 글쓰기>라는 책을 통해 베스트 셀러 작가에 오르고 많은 강연을 다니며 글쓰기로 고통 받은 많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제 저자는 남의 글을 쓰는 것이 아닌 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헤아림과 방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청와대의 경험을 <대통령의 글쓰기>에 녹였고 기업에서 겪은 얘기로 <회장님의 글쓰기>를 썼지만 이 책은 자신이 습득한 글쓰기 노하우를 모두 담은 나의 이야기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과거에는 글을 쓰다가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이 있으면 버리는 게 아까워서 어떻게든 욱여넣었다. 하지만 이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메모해뒀다가 다음에 쓰자고 생각한다. 글 쓰는 과정은 내 머릿속 어느 한구석에 있을지 모를 쓸거리를 뒤지는 시간이다. 있는 것을 못 찾았다면 나중에 써먹으면 된다. 보여줄 기회는 한 번만 있는 게 아니니까.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이든, 취미로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든 그 시작이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처음 한줄이 써지면 그뒤로는 술술 써질 것만 같은데 그 한줄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쓸 소재도 마땅히 없고 어떻게 써야 할지도 막막하다. 하지만 욕심 부리지 말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 그렇다면 마음가짐을 제대로 먹었다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아무나 쓸 수 있을 법한 글에서 감동을 느낄 독자는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것만큼 잘 쓸 수 있는 소재는 없다. 그렇기에 항상 메모하고 기억하는 습관과 나의 감정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글의 구성요소나 어휘와 문법에 대한 공부가 더해진다면 훨씬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다. 대부분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고 싶은 욕심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문호들도 한번에 글을 완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초고를 수없이 고치고 다듬는 긴 퇴고의 시간을 거쳐 좋은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그렇기에 일단 쓰고 또 쓰는 것이 중요하다. 쓸거리가 있어서 쓰는게 아니고 쓰면 쓸거리가 생각난다. 글쓰기도 많이 써 본 사람이 잘쓰고 글쓰기는 글을 써야 배울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시간을 들여 쓴다면 그 어떤 대필 작가가 써준 것 보다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하나는 내가 말하고 싶은 한 줄을 찾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찾은 한 줄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글을 써서 나에게 명예와 부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다.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지식과 느낀 감정을 담아두지 않고 토해내어 기록하는 것이 즐겁고 뿌듯하다. 그 글로 인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 아마 직업으로서의 글쓰기로 시작했다면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즐거움을 더 많은 기회를 잡는 발판으로 활용하지 못할 것도 없다. 무엇이든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런 올곧음을 유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목적을 가진 글쓰기라도 처음 시작할때의 열정과 마음가짐만 유지한다면 쓰지 못할 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막히고 멈칫하게 되는 과정들을 겪으며 점점 손을 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글을 처음으로 써보려는 사람도, 글쓰기에 버거움을 느끼며 포기하지 직전의 사람도, 좀 더 큰 만족을 얻고 싶은 사람도 모두다 글쓰기라는 공동의 목적을 이루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 콕 집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저자가 경험으로 익힌 노하우와 글쓰기에 첫발을 디딜 수 있는 길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한 줄의 짧은 문장이라도 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글을 쓴다는 건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편견을 없애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해준다. 일단 펜을 들고 뭐든지 쓸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이미 그것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작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을 꾸준히 유지하고 습관화한다면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다. 허무맹랑한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자. 인생에서 남은 것은 기억뿐이다. 글로 쓴 추억만 남는다. 



글쓰기도 처음 한 줄이 어렵다. 써야 할 원고는 1,000자인데, 열글자도 못 쓰고 있는 상태가 가장 힘들다. 하지만 점점 더 쉬워진다. 그리고 어느덧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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