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간에 배우는 고전문학은 참으로 따분하고 재미없었다. 시험에 나오니까, 기계적으로 배우고 달달 외우는 작품들에서 감동을 느끼기엔 내겐 점수가 더 중요했고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이해 못할 옛 언어로 된 작품들을 선생님들 또한 그 의미보단 형식적으로 가르쳐 줄 수 밖에 없기에 분명 숨겨진 아름다운 진짜 의미를 친절하게 알려주지 못한다. 무작정 달달 외우는 것보다 흥미를 가지고 이해한다면 저절로 마음속에 새겨질텐데 말이다.
저자는 고등학교에서 문학과 논술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25년간의 교육 경험으로 모의고사와 수능에 꼭 등장하는 작품들을 엄선해 담았다. 고전은 국어와 문학 과목에서 고득점으로 가는 필수 관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학생들이 고전 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고전 읽기는 어렵기에 작품 해설을 그저 달달 외우는 암기식 공부법을 선택한다. 시험을 치고나면 휘발되는, 뇌리에 남지 않는 공부법으로 인해 매번 어려움을 호소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외우지 않아도 알아서 암기되는 친절한 교육법이 필요하다.
제목부터 친절함을 표방하는 이 책은 정말 쉽고 재밌게 고전문학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400장이 넘는 세밀한 그림이 글자만으론 지루하고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무리 쉽게 풀어썼다 하더라도 글로만 되어 있는 책은 아이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구절마다 세심하고 꼼꼼한 설명은 읽는 사람들이 정말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위한 저자의 배려와 그간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긴 노하우가 느껴진다. 작품의 탄생 배경부터 그림과 함께 하는 해설, 원작, 그리고 핵심정리까지 쭈욱 읽다보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던 고전문학이 이토록 아름다운 의미를 내포한 우리 선조들이 남긴 훌륭한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제 시험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내가 학창시절 배웠던 고전문학을 다시금 접하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었다. 사실 외국의 고전문학은 지금도 열심히 찾아 읽고 감동 받고 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고전문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마 시험의 한 과목으로 처음 만나게 되어 나를 힘들게 했던 그 기억이 남아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고전하고 있을 교과서의 문학 작품들을 굳이 어렵게 외우게 하지 말고 이렇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으로 처음 접하게 해준다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뜻을 찾고 배우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읽고 재밌게 그림을 보다보면 저절로 익혀지고 이해되어 머릿속에 각인되는 그런 친절한 책과의 만남이 고전문학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줄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