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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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의 삶을 꿈꾸지만 그럴만한 깜냥이 되는지에 대해 끝없이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고 있다.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지라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거나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말로 전달하는 일은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혼자 생각하고 그것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훨씬 좋아한다. 비록 실력이 있든 없든 글쓰기는 내 생각의 창구가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 더 잘 쓰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읽어 주고 인정 받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럴수록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괴로울 때가 많다. 하지만 난 남은 시간을 글쓰기를 벗 삼아 살아가고 싶다. 내가 지치지 않고, 질리지 않고 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강의로 글쓰기를 가르칠 수는 없다. 글쓰기 책도 마찬가지다. 다만 글 쓸 용기와 자신감, 쓰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켜줄 뿐이다. 


 

저자는 30대 중반까지 증권회사 홍보실의 사원으로 시작해 대우 그룹 회장의 연설을 쓰다가 김대중 정부 때 연설비서관실에서 일했고, 운명처럼 노무현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맡았다. <대통령의 글쓰기>,<회장님의 글쓰기>라는 책을 통해 베스트 셀러 작가에 오르고 많은 강연을 다니며 글쓰기로 고통 받은 많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이제 저자는 남의 글을 쓰는 것이 아닌 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헤아림과 방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담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청와대의 경험을 <대통령의 글쓰기>에 녹였고 기업에서 겪은 얘기로 <회장님의 글쓰기>를 썼지만 이 책은 자신이 습득한 글쓰기 노하우를 모두 담은 나의 이야기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과거에는 글을 쓰다가 주제에서 벗어난 내용이 있으면 버리는 게 아까워서 어떻게든 욱여넣었다. 하지만 이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메모해뒀다가 다음에 쓰자고 생각한다. 글 쓰는 과정은 내 머릿속 어느 한구석에 있을지 모를 쓸거리를 뒤지는 시간이다. 있는 것을 못 찾았다면 나중에 써먹으면 된다. 보여줄 기회는 한 번만 있는 게 아니니까.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이든, 취미로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든 그 시작이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처음 한줄이 써지면 그뒤로는 술술 써질 것만 같은데 그 한줄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쓸 소재도 마땅히 없고 어떻게 써야 할지도 막막하다. 하지만 욕심 부리지 말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 그렇다면 마음가짐을 제대로 먹었다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아무나 쓸 수 있을 법한 글에서 감동을 느낄 독자는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것만큼 잘 쓸 수 있는 소재는 없다. 그렇기에 항상 메모하고 기억하는 습관과 나의 감정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글의 구성요소나 어휘와 문법에 대한 공부가 더해진다면 훨씬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다. 대부분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고 싶은 욕심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문호들도 한번에 글을 완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초고를 수없이 고치고 다듬는 긴 퇴고의 시간을 거쳐 좋은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그렇기에 일단 쓰고 또 쓰는 것이 중요하다. 쓸거리가 있어서 쓰는게 아니고 쓰면 쓸거리가 생각난다. 글쓰기도 많이 써 본 사람이 잘쓰고 글쓰기는 글을 써야 배울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시간을 들여 쓴다면 그 어떤 대필 작가가 써준 것 보다 훌륭한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하나는 내가 말하고 싶은 한 줄을 찾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찾은 한 줄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글을 써서 나에게 명예와 부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다.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지식과 느낀 감정을 담아두지 않고 토해내어 기록하는 것이 즐겁고 뿌듯하다. 그 글로 인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 아마 직업으로서의 글쓰기로 시작했다면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즐거움을 더 많은 기회를 잡는 발판으로 활용하지 못할 것도 없다. 무엇이든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런 올곧음을 유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목적을 가진 글쓰기라도 처음 시작할때의 열정과 마음가짐만 유지한다면 쓰지 못할 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막히고 멈칫하게 되는 과정들을 겪으며 점점 손을 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글을 처음으로 써보려는 사람도, 글쓰기에 버거움을 느끼며 포기하지 직전의 사람도, 좀 더 큰 만족을 얻고 싶은 사람도 모두다 글쓰기라는 공동의 목적을 이루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 콕 집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저자가 경험으로 익힌 노하우와 글쓰기에 첫발을 디딜 수 있는 길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한 줄의 짧은 문장이라도 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글을 쓴다는 건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편견을 없애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해준다. 일단 펜을 들고 뭐든지 쓸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이미 그것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작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을 꾸준히 유지하고 습관화한다면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다. 허무맹랑한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쓰자. 인생에서 남은 것은 기억뿐이다. 글로 쓴 추억만 남는다. 



글쓰기도 처음 한 줄이 어렵다. 써야 할 원고는 1,000자인데, 열글자도 못 쓰고 있는 상태가 가장 힘들다. 하지만 점점 더 쉬워진다. 그리고 어느덧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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