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을 세일합니다
박종성.윤갑희 지음 / 바보물고기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한줄평 : 황당하지만 이루어지길 바라는 꿈 같은 소설



트렌디 소설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아무 생각 없이 낄낄거릴 수 있었다.

국정농단 비선실세 박그네 국정원 비서실장 등등

소설 속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실제 현실과 겹치기에 씁쓸했다.



뭐 이렇게 얼렁뚱땅인가 싶게 주인공이 평양에서는 일이 끝도 없이 잘 풀린다.

나는 대동강 맥주파티 때 뭔가 사고가 터질 줄 알았는데, 하다못해 드론이 떨어지기라도 할줄 알았는데.. ㅎㅎㅎ



끝까지 쭉쭉 잘되다 마지막 남한의 꼼수에 긴장 최고조

마지막까지 읽어야 한다. ㅋㅋ



남한에서는 억수로 안풀리는 미대 나온 개성공단 직장인이 북에서 개성공단 철수 때 나오지 못해 몇 개월 동안 평양에서 생존, 체류기이다.



이념은 돈, 명예, 사랑 앞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어떤 그릇에 담기든 모양이 달라지는 그릇 같은 것일까?



유명한 분들이 작가인 것 같다.

소설은 많이 써보진 않으신 듯하다.

그래도 신선한 소재에 남성들의 시선, 현실과 소설을 구분할 수 없는 풍자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블랙 코메디를 선사했다고 본다.



소설을 읽고 싶은데 잘 안 읽히거나 흥미부터 찾고 싶을 때 이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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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1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줄평 : 여성의 아픔을 승화하는 웹툰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소개해서 책이 연초에 다시 찍혀 나왔다.

김은성 작가의 말씀

언젠가는 책이 또 세상으로 나올 줄 알았다고. 책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최규석 작가의 <대한민국 원주민>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림체가 다르고 시대가 약간 차이가 있어서 그렇지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1900년대 초에서 후반까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생활상을 그렸다.



미국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은 책은 서양 버전

다른 문화권이지만 비슷한 점은 그 시대의 사람들 모두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갔다는 것, 마을 공동체 생활, 여성들의 지위가 낮았고 농사 일부터 살림까지 한시도 쉬지 못했다.

교육은 짧았고 집안에서 정해진 혼처와 혼인을 맺었다.



초반의 이야기부터 약간의 충격

위독한 시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더 살게 하기 위해 자신의 젖을 물린 며느리

노년이 되면 심신이 아기가 되어 죽는다

곡기를 끊으면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건데 아기 때 먹었던 미음과 젓을 먹다니..



저자의 외할머니가 신기가 있으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신기하게

잘생긴 아재가 부인이 있음에도 어느 처녀에 대한 상사병에 걸렸다는 걸 눈치채셨다.

그를 살리기 위해 썼던 방법이 옛날이니까.. 그랬구나 싶고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상사병에 죽기까지..



그시절에는 아이가 아파도 약을 쓰지 않거나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 민간요법을 쓰기도 했고 웬만하면 두면 낫는다고 여긴듯하다. 정말 아파야 의원을 불러왔다는데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기셨겠다.

민간요법들이 얼토당토하지 않아 보이는데도 어느 정도 병이 낫고 사람을 살렸다.



또 하나 충격적이었던 건 마을에서 16에 임신한 딸에게 나가 죽어 라고 계속 얘기해서 실제로 나무에 목매달아 죽었단다.

그시대가 그런 시절이었구나.



작가의 어머니께서 입담이 좋으시고 기억력이 뛰어나다. 천생 이야기꾼

부모님께서 선하고 마을 사람들과 워낙 잘 지내셔서 자녀들도 보고 자라 외아들은 수완이 좋으시고 딸들은 거의 살림을 잘해 결혼적령기가 되면 바로 중매가 들어왔다고 한다.



어느 챕터에도 나오지만 조상이 잘되어야 자손이 잘된다고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람은 일본이 패망하자 마을 사람들이 그의 집으로 가 도끼로 찍고 불을 냈다고 한다.



산에 대한 이야기가 안타까웠다.

일제 치하에서 산을 국유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일본이 집안의 산을 꿀꺽 하려했다.

작가의 외할아버지께서 산을 지키기 위해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했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소송에서 계속 졌다. 마지막에 결국 승소했는데..

소송 기간이 5년? 소송하느라 빌려쓴 돈도 갚아야하고 이후 힘든 시간이 거의 20년이었다고 한다.



작가 어머니의 집안은 음식 솜씨 좋으시고 손님, 인부 식사까지 다 챙겨서 베푸시니까 아무래도 잘될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여성의 삶이 존중 받지 못해 서러움, 억울함, 한이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시대에 어르신들은 떵떵거리고 제일 편히 사셨고 아이들은 방치였는데 지금은 세상이 거꾸로 되었다.

분위기가 100년 사이 반전



작가 어머니께서 구전으로 이야기를 풀고 작가는 그리는 것 자체가 여성의 아픔을 승화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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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도 살 건가요? - 내 인생의 판을 바꿀 질문
김창옥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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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야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보입니다.



책 속 한 줄



사랑은 일상의 비루한 것을 반복해내는 용기입니다.



믿고 보는 출판사, 수오서재

우선 작가가 부러웠다.

수오서재에서 출간했다는 것이. ㅎ

가볍게 읽을 만한 에세이



작가의 어린 시절 아픔이 쓰여 있다.

김창옥 작가의 고향은 제주도다.

제주의 어머니들은 육지의 어머니들과 다르다.

속은 여리고 여릴텐데 겉은 강하고 말씀도 거칠게 하는 듯하다.

예부터 해변가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세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기억나는 것은 20대 중반?쯤 제주 여행에 갔는데 말고기가 유명한 어느 마을에서의 일이었다.

그 마을의 가이드가 제주도는 여자가 세다면서 마을을 돌며 안내, 설명하셨는데

어디선가 아기가 계속 울었다.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혼자 다닐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 누워있는 아기였다.

나는 그 가이드의 아기인가? 하는 의문과 누가 가서 아기를 달래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내 기억으로는 한참을 아무도 그 아기에게 가지 않았다. 긴 울음이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거니까.. 제주에 그렇지 않은 어머니들도 계시겠지요.)



내가 들은 이야기와 그 날 한번일수도 있겠지만 아기를 바로 달래주지 않는 엄마의 인상이

아무래도 제주 여성, 엄마는 강하다로... 박혀 있는 것 같다.

관련 없는 서두가 길었다.



아무튼 작가의 어머니도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작가 어릴 때 모진 말씀을 하셨다. 정말 깜짝 놀랐다.

아이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하셨지?

어느 강연에서 남자 강사가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셨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충격적인 장면 하나가 한 남자 아이가 버스에 치일 뻔했는데

그 때 차라리 치이는 게 나았겠다는 말을 해서 왜 그러냐고 한국 사람이 물었더니

버스에 치일 뻔하고 엄마가 그 아이를 때리면서 마구 화를 내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보통의 엄마라면 괜찮니? 다친 데 없어? 많이 놀랐지. 하고 안아준 다음에

안전에 대해 조심시키기 위해 설명하면 되는데

그 엄마는 자신의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무작정 화만 내서 아이의 놀란 가슴에 공포를 더 얹어주니까

그 외국인이 볼 때는 왜 그러나 싶었을 거다.



김작가의 어머니도 자신의 삶만으로도 힘드셨기에 격한 표현을 쓰셨겠지만

아들에게 이렇게 상처가 되었을 줄 아셨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작가가 살아오면서 고생했던 에피소드가 많았다.

고생을 고생으로, 상처를 상처로 끝내지 않고

스스로를 따뜻하게 봐주고 동굴에만 있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기에

지금의 김창옥으로 성장하셨다.



강연을 재밌게 하는 건 굉장한 재능이다.

오랜 연습과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목소리와 연기력도 뒷받침되었기에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책 읽기 전엔 몰랐는데 배우로서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88페이지에 가치 우선순위를 보고

나, 남편, 아이 모두 세 가지 가치만 골라봤는데 나와 남편은 두 개가 똑같고

아이는 의외의 것을 첫번째로 골라서 놀랐다.

역시 아이답다.



상담 에세이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심리, 상담 관련 내용들이어서

요즘 추세를 알 수 있기도 했다.

내가 나중에 책 낼 때 챕터마다 끝에 간단하게 팁을 적어놓으려 계획하는데

물론 이 책 말고도 여러 책에서 그렇게 쓰여있지만.

이 책도 그랬다.



'변화를 위한 작은 제안' 부분이 좋았다.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독자는 어떤지에 대한 질문이

자기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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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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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드라마 <싸인>에서 배우 박신양이 맡았던 윤지훈 역

법의학자로 나왔고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시체 부검할 때 처음에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를 표하고

돌아가실 때의 사인을 하나 하나 살펴보는 장면이 기억난다.



유교수님은 책 제목이 독자 입장에서 사이코패스가 지은 책이 아닐까 짐작할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매주 월요일에 부검하신다고 글에 써있는데 교수님 의견보단 출판사에서 이렇게 제목을 뽑았을 것 같다.

일단 제목을 딱 봤을 때 뭐지? 하고 호기심이 드니까.

예전엔 매주 두번 부검하셨다는데 지금은 힘이 부쳐 한번만 하신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 법의학을 하시는 분이 40명 정도 있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공무원들이 근무하기에 비교적 자유롭게 발언, 출간하실 수 있는 건 교수님들이다.

강의, 자문, 인터뷰, 책상 위에 검토해야할 게 100건 정도라는데.. 얼마나 바쁘실지..



혼자 있던 등산객 여성 살인 사건에 대해 타살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할 당시, 가해자가 교수님을 쳐다보던 서늘한 눈빛이 느껴져 섬찟하셨다는데.. 무섭지만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있는 그대로 몸이 보여주는 사실만을 말씀하셨을 거다.



법의학 일이 기본적으로 선함, 윤리, 인간애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공부 잘해 의대에 간다고 이런 일을 할 수 있진 않으니까. 교수님은 인성과 사명감이 준비되셨던 게 아닌가 싶다.



만삭의 부인을 죽인 의사 사건도 뉴스로 접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이 흥분하고 분노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르지만 자신의 아이가 뱃속에 있는데 무죄로 꾸몄다는 것에 놀랐다.

가해자가 만약 의사가 되었다면, 그래서 누군가를 진료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치료한다면 과연 인간미가 있었을까..

유교수님과 그 의사는 같은 의대에서 공부했는데 한 분은 인류에 공헌하고 한 사람은 자신의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죽음으로 빠뜨렸다.

같은 공부라도 어떤 그릇에 담아지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리 발현된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외국의 법의학자까지 동원했다니 그가 이제 삶이 막 시작되려는 찰나 끝난 것 같다는 퀸의 노래 가사처럼 아무리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절박한 심정이라도

잠시 함께 살았던 사람의 영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자수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내 인생이 다하여 마지막 순간에 어떤 모습을 하고 싶을까?

마지막 장면을 평소에 그려본 적이 있었다.

나는 길 위의 죽음, 고독한 죽음을 원치 않았다.

내가 원하는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려면 지금 해야 할 것들이 있다.



유성호 교수님은 다양하고 많은 죽음의 목격을 통해 자신의 평범한 삶이 더 성숙해졌다고 하신다.

우리는 기껏해봤자 부모, 친척, 등의 죽음만 볼 수 있는데 교수님은 죽음의 트렌드,

요즘의 마지막은 어떠한지를 간접체험하시니 역으로 삶에 더 충실하실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의대에 간 아들이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생소한 법의학 분야에서 일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은 처음에 말리셨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유망 분야고 좋을 거라고 장미빛 희망으로 포장해서 말씀하시고

이 길을 가셨다고 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진로로 가기 위해서는 유교수님처럼 부모님 설득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어느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재밌고 사명감을 느끼셨다는데

하나의 강의가 다른 사람의 진로, 인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유교수님이 법의학자로서의 길이 내가 아니면 누가 할까? 나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도 있으셨다는데

맞다. 그런 마음도 있어야 끝까지 그 길 위에 서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충격적이었던 건 147회 칼에 찔려 온 시체가 있었다는데

그 횟수도 일일이 세어야 하지만, 어디까지 칼이 들어갔는지도 살피느라 3,4시간 걸렸다는데..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하실텐데 생활과 일은 분명히 분리한다고 하신다.

내공이 대단하시다. 나는 영향 받을 것 같은데...



자살

연명치료

어떤 것이 생명이 시작이고 어떤 것이 생명이 끝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 등

정확히 구분지을 수 없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다.



인상적인 것은

그저 당하는 소극적인 죽음이 아니라,

나의 죽음은 어떠하면 좋겠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요즘엔 SNS에 유서를 올려놓는 게 유행이라는데

개인적으로 유서를 써보거나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는 결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서를 쓰면 정말...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느껴져 속얘기가 나온다.

유교수님 부부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써놓으셨다고 한다.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것도, 치료 받는 것도 (정말 아주 좋은 곳이 아닌 이상)

뭔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나도 연명치료에 대한 의견을 어느 정도 정리해놓아야겠다.

평소에 가족,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눠야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내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 죽음은 예고치 않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잘 죽을까? 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까? 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다.
* 서가명강 오프라인 강연 www.book21.com/lecture
* 서가명강 팟캐스트 audioclip.naver.com/channels/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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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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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한줄평 : 여행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을 줄이야, 여행에 대한 깊고 넓은 사색, 삶이란 여행!



책이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4월 17일에 초판 인쇄되었는데 30일에 6쇄를 찍었다니!

책이 출간된 후 이주만에 무려 5쇄를 더 찍는 책이 요즘에 있을까?



최근 여행 에세이는 어떤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트렌디한 여행책들이 약간 가벼운 봄바람처럼 느껴진다면 이 책은 책 속 허리케인처럼 기어이 독자의 머리 속을 휘젓는 흔적을 남기고 만다.



김영하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모른다.

알쓸신잡을 보며 박학다식하다, 경험이 깊고 넓구나 라는 생각을 했을뿐..

궁금했던 게 있었다. 사생활에 대해.

부인은 어떤 분일까?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신념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책의 내용보다는 작가가, 영화보다는 감독이나 배우에게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설을 읽을 땐 몰랐지만 에세이를 읽고 조금 짐작이 되었다.

유년 시절이 많이 힘드셨겠다. 그것을 힘들었다... 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홀로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접해야할 세계가 너무 크고 다양했으며

매년 낯선 환경에 던져지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속속들이 알기엔 어렸으며

그 경험이 부모나 선생님에게 알아지고 담아지고 표현되기보다 어른들은 아마 몰라서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며

그것을 아이가 몸으로 각인된 상처를 말하긴 힘겨웠을 것 같다.



한마디로 안정감

안정감이 없었을 것 같았다.

여행하듯 부유하며 지내는 것처럼

여행자처럼 관찰하다 참여했다를 반복하시지 않았을까.

나도 어렸을 때 안정감이 별로 없었다.

고향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왔어도 작가처럼 안정감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어디선가 본 구절인지는 몰라도

그저 무난한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편안한

안정적인 사람

누군가 자기에게 해를 가할 것이다, 상처를 줄 거라는 불신이 없이,

그냥 맑게 웃으며 낯선 사람을 대하며 쉽게 신뢰하며 받을 것을 계산하지 않고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표정조차 밝아서 사람을 끌어당기며 그 혹은 그녀의 인생에서 불운, 불행, 사건, 사고, 같은 단어는 아예 없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대학원 때 동기 언니가 그랬다.

집안은 언니의 탄생을 환영하고 기뻐했으며 어머니는 그 언니를 복덩이라고 불렀다.

티 없이 자랐다. 물론 집안이 가난했는지 부유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부침 없이 보통 정도는 되었을 것 같다.

그 언니를 보고 있으면 참 부러웠다.

나도 저런 부모님을 가졌다면, 나도 저런 가정이었다면 어땠을까.

부질없는 질문이지만 그런 생각을 가질 정도로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 부러웠다.



생은 늘 불안을 동반하므로,

그런 사람들이어도 실존적인 불안, 인생의 갑작스러운 굴곡은 있었을 것이다.



( 아이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한바탕 놀다간 뒤 다시 글을 쓰려니 이건 뭐 ㅎㅎㅎ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결론은 김작가와 나를 비슷하다고 엮고 싶은 건가. ㅋㅋㅋ

그건 아니고. 작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 )



두번째로는 부인

알쓸신잡에서 김작가의 부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고 이유를 어렴풋이 알았다.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 소설 홍보차 출판사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데 갑자기 허리케인이 불어서

당일 행사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행사를 다시 잡으려고 전화했는데 거절하셨단다.

에어비앤비로 묵었던 집에 게임기와 대형 스크린이 있었는데 게임에 몰두하느라....

한 달여..? 게임을 하고 있는데 부인이 아직도 재밌어? 물었다고 한다.

아니라고 하자 그러면 밖에 나갔다 오자고 해서 공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부인을 존경했고 작가가 뭐 때문에 부인을 아낄 수밖에 없는지 이해되었다.

배우자를 완벽히는 아니어도 충분히 알고 있으며 기다려주며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맞춰주듯 남편의 감정을 알고는 내면아이를 성장시키는 부인 같았다.

내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렇게 보였다.



61p.



어떤 인간은 스스로에게 고통을 부과한 뒤, 그 고통이 자신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때 경험하는 안도감이 너무나도 달콤하기 때문인데, 그 달콤함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안의 프로그램은 어서 이 편안한 집을 떠나 그 고생을 다시 겪으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어디로든 떠나게 되고, 그 여정에서 내가 최초로 맛보게 되는 달콤한 순간은 바로 예약된 호텔의 문을 들어설 때이다. 벨맨이 가방을 받아주고 리셉션 직원은 내 이름을 알고 있다. '나는 다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은 안전하다.' 평생토록 나는 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1) 낯선 곳에 도착한다. 두렵다. 2) 그런데 받아들여진다. 3)다행이다. 크게 안도한다. 4) 그러나 곧 또다른 어딘가로 떠난다.



-> 작가가 이런 이해를 스스로 하고 있다는 것이 글쓰기의 힘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반복한다고 이해되었다.



81~82p.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 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 보통의 인간들 역시 현재를 살아가지만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불안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부터 떠오르고, 밤이 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뒤척이게 된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놓는다.



-> 몇 년간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연구한 아난다 언니가 모임에서 한 말, 많은 책을 읽었는데 책에서 말하는 공통점은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살아라. 현재가 중요하다는 것, 여행은 그렇게 만들어준다.



p.89



우리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초기 인류가 어떤 존재였을지, 우리가 어떤 이들로부터 진화해왔을지를 알 수 있다. 인류는 걸었다. 끝도 없이 걷거나 뛰었고, 그게 다른 포유류와 다른 인류의 강점이었다. 어떤 인류는 아주 멀리까지 이동했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그린란드나 북극권까지 갔고, 몽골에서 출발한 어떤 그룹은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더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마야와 잉카, 아즈텍 문명을 일구었다.



-> 이 대목에서 충격이었다. 초기 인류의 사냥 방식이 사냥감의 냄새와 흔적을 따라 뛰고 또 뛴다. 목표를 무리에서 고립시키면서 추적을 계속한다. 땡볕 아래에서 그들은 무려 여덟 시간이나 영양을 쫓는다는 것이었다.(88p.)

뛰면서 먹이감을 구하고 걸으면서 진화했다니! 그렇다면 초기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은 걷기와 뛰기였을 것이다. 그에 비해 현대인은 전혀 걷거나 뛰질 않으니 산책과 마라톤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겠다.

나도 걷고 뛰어야할텐데!!



p.92



그리고 끝없이 이동하는 인류의 운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 여행은 어디로든 움직여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던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화일지도 모른다. 피곤하고 위험한데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여전히 인간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아니, 인터넷 시대가 되면 수요가 줄어들 거라던 여행은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 티비가 나왔을 때 라디오 없어진다고, 비디오 나왔을 때 영화관 없어진다고, 아무리 가상체험이 발전한다고 해도 직접 체험과 비교할 수 없다. 여행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며 '여행'이라는 개념보다는 세계에서 여러 나라에서 떠돌며 거주하는 것이 '일반화'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 거라고 본다. 우리가 앞으로 직업을 여러 번 바꾸며 몇 개씩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사는 지역 또한 그리 될 거라고 예상된다.



p.109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 학교 입학시 자기소개서에 여행을 좋아한다고 썼다. 실제로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나를 객관화할 수 있어서라고 썼다. 일상생활할 때는 잘 모른다. 그런데 떠나 보면 내가 있던 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고 지냈는지 문득문득 떠오른다. 아,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구나, 나는 이런 걸 원했구나. 오히려 타지에서 깨닫게 된다. 생존에 필요한 것만 그때그때 해결하다 보니 현재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다.

여행이 편치 않을수록 현재를 살 것, 나는 학생 시절 무전여행, 배낭여행을 해보지 못했다. 아쉽다.

이 책을 읽으며 몽골 여행이 생각났다. 덜덜 떨며 자던 게르의 밤과 우리가 납치되는 줄 알았던 공포의 밤 ㅎㅎㅎ

지금은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땐 심각했다. 나는 그 순간에만 현존했다.



p.148



인류가 한 배에 탄 승객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달의 뒤편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 여행다니며 받았던 도움과 배려는 다른 여행자에게 베풀면 된다는 것, 여행자들에 대한 선의와 베품이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향할 것을 믿는다.



p.196



그렇게 적응을 위해 노력하다가 다시 어딘가로 떠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그 어디에 있더라도 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15소년 표류기>나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 같은 모험 소설의 구조는 자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어딘가에 도착한 인물들이 가혹한 시련을 거치면서 나름의 질서를 회복하고, 그렇게 얻은 힘으로 결국 문명 세계로 복귀한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내가 매우 사랑했던 책들 중에는 이런 플롯이 많았다. (중략)

인간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대면한다. (중략)

여행기는 모험 소설과는 다른 측면에서 나를 안심시켰다.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것이 불안과 고통만은 아니라는 것, 거기에는 '지금 여기'에 없는 놀라운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그것들은 끝이 없다는 것, 여행기의 저자 역시 모험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작은 사건과 사고들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낸다. 그리고 그들은 안전하게 돌아와 그것을 글로 기록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삶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구조, 핵심 플롯이 있다. 어린 날의 나에게 그것은 모험 소설이었고 여행기였다.



-> 아이들의 심리적인 발달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상 속에서 죄책감 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심지어는 자신을 죽이고 그들이 모두 되살아나는, 반복되는 재생의 의미와 역경과 고난을 거쳐 결국에는 살아남는 이야기들.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p.212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그러니까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쓸 기회가 많았지만 여행은 그렇지를 못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기억 깊은 곳에서 딸려 올라왔다. (중략)



-> 이 책에서 핵심 문단을 꼽으라면 이걸 꼽고 싶었다. 부럽다. 작가이자 여행가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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