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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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내가 유난히 싫어지는 어느 날 읽은 책

기분이 처지는 날이었다.

김리하 작가님 신간이 2월에 나온 걸 알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일상의 자잘한 일로 읽는 게 늦어졌다.

아주 우울한 날, 문득 책 제목이 떠올라 책을 들춰봤다.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라니!

나는 그런 날이 있었을까? 싶었다. 바로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나는 유난히 '유난히'라는 형용사에 집착한 것 같다.

내가 나를 그렇게 좋아했던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유난 떠는 성향이 아니고, 아는 언니가 말했듯 내가 너처럼 차분한 애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니..

유난까지는 아니고 쫌 좋네 이 정도? ㅎㅎ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유난히 나를 좋아하는 날이 올까?

김작가님께서 몇 년 전의 심한 우울감을 극복하신 과정을 블로그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매일 블로그 글쓰기, 매일 작가님 집 20층?까지 계단 오르기 실천하셨다.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었을까.. 이 책에 그 여정이 있다.

프롤로그에 작가님의 성품이 드러났다.

한창 우울할 때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딸에게 준 용돈을 보고 후배의 말로 예전에 작가님 모습을 회상하다 '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지.'라고 느끼신 것 같다.

힘든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고 함께 견뎌주고 힘 내라고 손에 뭐라도 쥐어주는 사람

선함, 인간다움, 공감, 연민, 실행, 눈에 보이지 않았던 작가님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셨나보다. 그 일을 계기로 조금씩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몸에 스며드셨던 것 같다.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오이 소박이, 애호박, 아이의 작아진 옷에 시선이 머물러 단정한 글로 다시 풀어내는 작업을 담담히 오래 하신 것 같다. 좋은 수필은 손 끝에서 나온다. 손으로 직접 만지고 써야 진짜 수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수필을 오랜만에 읽었다.

작가님은 글처럼 단정하실 것 같은 인상..

박완서 작가님, 김재용 작가님, 은유 작가님 모두 작가만의 문체가 있다.

김작가님도. 완서체, 재용체, 은유체, 리하체라고 쓸 수 있을 만큼.

나도 그런 문체를 갖고 싶다.

글을 보면 아, 이거 ** 글이네 라고 알 수 있게.

그러나! 그런 문체를 갖는다는 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나온 할머니의 대사처럼 하고 싶어서 하되, 오늘만 살 것처럼 애쓴 생에서 나온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나만의 문체는 없지만 그냥 쓴다.

이 책을 읽고 갑자기 내가 좋아진 건 아니지만,

'그래, 이렇게 못난 나도 나의 일부지.' 라고 안쓰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책 속에 처방전이 있는 것처럼 책을 잡은 후부터는 기분이 더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았다.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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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의 뜰
강맑실 지음 / 사계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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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유년기의 집, 추억을 낚다.



책에는 강맑실 작가님이 그린 일곱 개의 집 평면도와 뜰이 있어요.



강맑실 작가는 어린 시절 집의 평면도를 그리면서 집안에서의 일들이 생생히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유년기에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평가를 듣고 그림에는 소질이 없나보다 생각하셨다는데요. 성인이 되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평면도를 그리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선생님으로 학교 관사를 포함 집을 여러 번 이사하셨는데, 11살까지 총 열 개의 집을 거치며 성장하셨대요. 그 중 일곱 개의 평면도와 마당이 책에는 담겨 있습니다.



그림에 수채 물감이 너무 정겹게 퍼져있어서요. 저도 이렇게 평면도를 그리고 색칠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사진으로 봐도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그 시절의 그리움이 몰랑몰랑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에세이집의 주인공은 '막내'인데요. 일곱 형제의 막내인 강맑실 작가님입니다.

아버지께서 순수 한글이름을 지어주셨던 것 같아요. 책 속에서 별 언니, 밝 오빠 이렇게 칭하는 걸 보니 이름의 한 글자씩 따셨나봅니다. 한국 전쟁 후 막내의 출생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어요. 저는 최규석 작가의 '대한민국 원주민'처럼 60~80년대의 시골 풍경을 그린 만화나 에세이가 참 좋더라고요. 강맑실 작가의 유년기 추억 한자락을 엿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



글을 마치며.



유년의 은밀한 목록



막내의 예측대로 막내의 초등학교 6학년은 고달팠다. 중학교 입시 마지막 세대였던 만큼 여뉴 해보다 입시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그 고달픔 속에는 유년의 즐거움이 여전히 섞여 있었다. (중략)

언니오빠들 중 누구 하나 편안하고 순탄하게 산 사람은 단연코 없다. 인생은 파란만장하기에 살 만하다고 여기기라도 하듯, 그렇게 숱한 일들을 겪으며 성장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건 막내와 언니 오빠들이 모이면 나누는 이야기가 대부분 유년의 추억이라는 점이다. 호기심과 욕망으로 가득 착 유년의 기억은 수정처럼 맑기만 하다. 어린 시절을 향한 그리움이 나이 들어갈수록 강렬해지는 건 왜일까.

살다 보면,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의 풍랑을 헤치며 혼자서 노를 젓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세상이 요구하고 강요하는 삶의 방식과 잣대를 좇지 않을 나만의 낙관과 의지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경쟁 사회의 톱니바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지 않을 나만의 낙천과 여유의 근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걸까.

혹시 다 기억해내지 못하는 저 유년의 끝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건 아닐까. 일상과 놀이의 구별이 없던, 자연을 실용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뛰놀던 유년에서 말이다. 279쪽.



코로나 시대 자연과 놀이의 중요성이 떠오르는 지금, 와닿는 구절입니다.

앞으로 이런 좋은 책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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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춘기 사계절 동시집 19
박혜선 지음, 백두리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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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 외 출입금지

함부로 들어오지 마

내 눈에

자꾸 들어오고

내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내 마음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너

(중략)

바람의 사춘기 18쪽.

아이가 이 책에서 선택한 시! 역시 청소년답습니다.

사계절 블로그에서 처음 이 책의 제목과 표지를 봤을 때 어머! 이건 사야돼! 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제목과 그림이 너무 와닿았거든요. 제 청소년기도 떠오르고요.

딱 그 시기에 걸맞는 내용의 시가 수록되어 있어요.

시도 인터넷에 올릴 때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여기엔 일부만 올립니다.

습관, 훔치고 싶다, 언니에게 화를 내는 방법, 전문가, 야!, 집에만 있으니~

시의 제목들이에요. 제목만 봐도 읽고 싶지 않나요?

특히 코로나 시대에 집에만 있으니.. 는 부모로서 찐공감되는 시입니다.

일부를 적어봅니다.

집에만 있으니

(중략)

퇴근한 아빠가 엄마와 날 보며 한숨을 쉰다

"코로나가 끝나든 학교를 가든 해결이 나야지 원."

바람의 사춘기 15쪽.



시는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걸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해주고,

그 사람 마음 안에 들어가 느낄 수 있게 해주네요.

시를 부르는 시집!

저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출판사에서 주신 원고지에 붓펜으로 시를 여섯 개나 썼더라고요.

그 시는 하나같이 아이의 시각에서 쓴 거라 재밌더라고요.

써본 적 없는 시가 술술 나오다니!

진짜 신기한 시집입니다.

작가님께 감사하고요.

그림도 시마다 너무 잘 어울려서 좋았어요.

특히 나에게 사과하기 시 옆에 그림이 참 와닿았습니다.

아래 시를 보면 아이 입장에서 어떨지 그려집니다.

무슨 일 있냐고 묻는 엄마에게 말 못하는 아이 심정이요.

나에게 사과하기

친구들이 몰아세울 때 아무 말 못 해서 미안해

계속 툭툭 치는데도 그냥 참아서 미안해

학교 혼자 가고 혼자 오게 해서 정말 미안해

무슨 걱정 있냐고 묻는 엄마 앞에서

아니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거짓말해서

정말 정말 미안해

바람의 사춘기 16쪽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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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계획적으로 살아보기 - 1년에 하나씩은 꼭 이뤄내는 소소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임다혜 지음 / 잇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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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계획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담은 책! 앞부분 읽고 임작가님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공감갔어요.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와닿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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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된 아이 사계절 아동문고 99
남유하 지음, 황수빈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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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하 작가?

어린이책 작가로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다.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라 시선을 끌었다.



한줄평 : 현실 위에 촘촘히 그려진 환상 동화

목차

온쪽이

나무가 된 아이

뇌 엄마

착한 마녀의 딸

구멍 난 아빠

웃는 가면

작가의 말

1. 온쪽이

전래동화 반쪽이가 떠오른다.

소설 온쪽이에서는 반대다. 세상에서 온쪽이는 소수고, 반쪽이가 대중이다.

내가 온쪽이라면 자기가 어떻게 보이고 느껴질까? 에 대한 이야기다.

온쪽이냐 반쪽만 다를뿐, 우리는 외모가 조금만 달라도 멀리하려 하고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어렸을 때 얼굴이나 몸에 큰 점이 있어서, 입술에 점이 있어서, 화상이 있어서, 아토피 피부여서 등등

다르다가 아닌 이상하다는 시선을 접하고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니 외모가 다르다는 건 적응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청소년 애들한테 외모, 옷차림, 메이크업이 남과 다르다, 튄다는 건 집단에서 제외될 용기를 가져야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맘대로 자유롭게 하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건 극히 소수다.

오래 전의 닉스 청바지, 나이키 운동화, (라떼는 말이야;) 그나마 노스페이스 패딩, 벨벳 트레이닝복,

요즘엔 아이유 트레이닝복? 뭐 등등.. 유행하는 건 이유가 있다. 너와 나를 구분짓기 위하여.

나도 너와 같아, 닮은 사람이야. 말하며 그 집단 안에서 똑같아지면 안전해진다.

소설 온쪽이를 읽으면서 영화 '원더'가 떠올랐다. 어느 쪽이 다수냐, 소수냐에 따라 힘의 균형이 깨지고 소수는 다수의 논리대로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소수(약자)가 힘이 커져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영화 '원더'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 기형으로 성형 수술만 27번 한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그는 생김새가 달라 엄마와 홈스쿨링을 몇 년 한 후 학교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그가 바이러스가 지닌 존재마냥 멀리하던 친구들도 그도 역시 자신과 같다는 걸 경험하면서 점점 친해진다. 생김새를 넘어서는 다름, 그만의 매력으로 친구들이 점점 늘어난다.

'온쪽이'는 세상의 모든 온쪽이, 반쪽이를 위한 소설이다.

<나무가 된 아이>는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따돌림에 관한 이야기다.

장면이 리얼해서 교실에 우뚝 서있는 정말 나무 한 그루가 비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생생한 묘사로 따돌림당한 아이의 복잡한 감정결이 전해졌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무서울지, 화가 날지, 억울할지 말이다. 그러면서도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에 아이들이 하는 거친 말과 폭력을 그냥 당해내는 모습이 따돌림 피해자의 모습이다. 현실적인 분위기에 묘한 환상적인 장면이 겹치면서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구멍 난 아빠>는 우리 아이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꼽은 소설이다.

나는 엄마 뇌가 나오는 소설이 제일 기억남는다고 할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냐고 물었더니 사진 속 아빠 몸의 구멍을 말한다. 우리 아빠한테도 구멍이 있을 것 같다고. ㅠㅠ 물론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일러스트이지만 어른이 되면서 겪는 어쩌지 못하는 상처가 구멍으로 표현된 것 같아 기발하다는 느낌과 함께 속이 휑한 허전함이 느껴졌다.

그렇지.. 어른이 된다는 건 가슴에 구멍을 남기는 일이지.. 싶었다.

잔혹 동화도 아니면서 묘한 환상이 어울어진 소설

남유하 작가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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