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독

한줄평 : 나만의 성장소설을 쓰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

2002년 7월에 첫 출간 이후 33쇄를 찍었을까요.
십몇만 독자를 감동시킨 소설이라는데요.

심윤경 작가의 신간 '설이'가 나온다는 뉴스를 보고 이 책을 알게 되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성장소설을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니..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더해져 현실감을 줍니다.
2013년 개정판 작가의 말에 자신의 할머님은 소설 속 동구의 할머니와 다르게 점잖으신 분임을 강조하시는데요.
그만큼 독자들이 실제 할머니 이야기로 착각할만큼 소설을 잘 쓰셨어요.

목차
1977년 | 인왕산 허리 아래
1978년 | 첫 생일
1979년 | 난독의 시대
1980년 | 황금빛 깃털의 새
1981년 | 정원을 떠나며

- 작가의 말
- 개정판 작가의 말

소설의 첫 장부터 끌려가듯 생생한 장면이 보여집니다.
주인공 동구의 여동생이 태어나는 순간이에요.
그 후부터는 쭉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어요.
아이는 자기 책을 읽어달라고 졸랐는데 엄마 책 읽고 읽어주겠다고는 계속 중단하지 않았답니다.

이 책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어요.
성장이라는 게 뭔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지, 가르침이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을 살아갔었는지...

주인공과 소설 속 아이들이 커가는 시간과 우리의 굴곡진 역사가 겹쳐지니 읽으면서 더욱더 아리고 시렸답니다.
동구의 담임선생님과 동구 할머니의 고향 충북 괴산에서 서울로 온 이웃집 할머니가 진정한 어른의 표상으로 동구가 살던 인왕산 자락의 동네가 치유 마을로 보였습니다.
선생이란 어때야 하는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 담임이 인상적이었어요.
동구와 어떻게 친해지고 대화하는지
진심이 맞닿는 소통의 순간이 얼마나 홀가분할지
나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질투가 일었습니다.
이웃집 할머니는 연륜이 있어 동구 할머니의 투정과 온갖 뒷담을 다 받아주면서도 마지막엔 동구 어머니가 살림 솜씨 하나는 야무지지 하며 슬쩍 며느리 칭찬을 합니다.

집집마다 넉넉치 않지만 기름 냄새 풍기기만 해도 조금씩 나눠먹던 동네 사람들
이웃집에 숟가락 몇 개 있는지 다 알고 부부싸움을 동네사람들이 숨죽여 들어야만 하는 좁고도 징글징글한 골목 사이
누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안 봐도 훤하며 동네 삼촌이 아이들 포장마차 데려가 소주 한 모금 맛보일 수 있는 정겨우면서도 위험한 동네
한 집이 위기면 이웃이 돌아가며 그 집 아이를 돌보고 청소하고 먹을거리 마련해놓는 그런 가족들이 있다면... 참 안심이 될텐데요.
90년대의 사람들과 마을을 지금 다시 꿈꿀 수 있을까요?
너무 멀고 아득한 옛 이야기일까요?
쓰다보니 참 고리타분하고 이상적인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같네요.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좋은 사람은 여전히 많고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 맞잡은 두 손, 등이나 어깨를 두드리는 몸짓이 여전히 살아있는 듯합니다.
괴산 노루너미와 곤줄박이가 뭘 상징할까요?
곤줄박이는 어떻게 살아 있었을까요?
나만의 평화로운 정원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여러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원시시대도 아닌데 벌써 향수를 자극하는 90년대의 풍경을 맛보고 싶고 나 어릴 적에 어떻게 살았지? 필름을 돌려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
일부러 신간 '설이'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는데요.

정말 강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