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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가족 레시피 - 가족 편지 써주는 그녀의 심리 처방 30
정예서 지음 / 비아북 / 2011년 6월
평점 :
남편과 아이가 잠든 새벽 시간에 주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자주 많이 울었다.
책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건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아버지 라는 책을 보면서 눈이 빨개진 게 처음이고
그 이후로는 책 읽으면서 많이 운 건 열번이 안 될텐데.. 이 책은 왜 이렇게 내 눈물샘을 자극하는지.
아무래도 내 상처가 건드려지고 그 사람들의 아픔이 느껴져서 그랬나보다.
처음에는 상담받는 사람들이 다 이렇게 글을 잘 쓰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저자가 내담자들의 편지를 써준거였다.
가족규칙을 만들고 가족신화를 새로 쓰고 부부관계 중심으로 아이에게만 맞춰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지 않기 위해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기다리고 독립할 때가 되면 기쁜 마음으로 둥지에서 멀리 날아가게 놔주는..
더 나이 들면서 나와 남편의 공통 관심사나 취미를 만들고 여행도 자주 가면 좋겠다.
책은 가족의 발달단계별 과업들이 간단히 적혀 있고 그에 맞는 사례들을 구성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집, 가족은 외부세계에 가려져 있어 사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으면 비밀이 많은 곳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알콜중독자였다든지, 어머니를 때린다든지, 근친상간이 있다든지 부모가 아이를 학대한다든지
내가 상담했던 30대 남자분은 아버지가 주유소를 대리운영하셨는데 그 남자분이 7살부터 군생활할 때까지 주유 일을 하셨다.
자기는 자식이 아니라 직원이었다는 그 말에 맘이 참 아팠다.
충격적인 것은 모든 자식들이 그렇게 집에서 일을 하는 줄 알았단다.
자기가 서른 살이 넘어 아이를 낳고 나서야 부인을 통해서 자녀에게 일을 시키는 가정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단다.
그렇게 집안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집에서 함께 생활하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이다.
쇼윈도 부부였다는 연예인 부부들의 말처럼. 집안에서는 남편에게 맞아도 밖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사는 엄마들처럼.
그 경계가 어떤 땐 너무 두터운 장벽이어서 아마 집이 감옥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거다.
가족은 말 그대로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구성하는 곳이기에 사람의 생로병사,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당연히 있다.
헌데 개인적으로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가족역동이 얽힌 실타래 같아 서로 영향을 주는 게 크고 거기에
파도처럼 들여닥치는 외적인 위기들까지 합치면 폭풍치는 태평양 가운데 떠있는 돛단배처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
그래서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힘을 가늠할 수 있듯 가족도 그 응집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거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면서.
책 내용을 요약하면 어느 가정이나 위기는 있다.
그 위기를 어떻게 거치는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에 충실하면서 그 시간을 견디는 정도에 따라 그 가정의 힘이 가늠될 거라고 한다.
저자는 갑작스러운 사별, 자녀의 죽음, 알콜중독 아버지, 자녀의 대리부모 역할, 빈둥지 증후군을 겪는 어머니
경제적인 어려움, 위기의 부부관계, 자녀의 적대적 반항기.. 등의 사례를 단계별로 겪을 수 있는 위기를 아주 잘 표현해내셨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시는 분이기도 하고 공감적인상담도 잘 하실 것같다.
책을 읽고 나서 아래 글이 떠올랐다.
원시시대에는 집 이전에 동굴이나 움막 같은 곳이었을텐데. 어둡고 음침한 밖에서는 안의 상황을 잘 알 수 없는
그런 분위기에서 많이 의식화되었기에 '집'과 '가족'은 너무나 많은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많은 공포영화가 '집'을 소재로 하지 않을까??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저자 석지영씨의 <법의 재발견> 이라는 책에 아래 내용이 나온다.
<< 집(house)은 유일한 안전보장과 안심의 장소임과 동시에 테러 및 공격을 당하기 쉬운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특이한 양면성을 통해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정신세계의 집에 관해 이야기한 유명한 토론을 상기해볼 수 있다. 독일어 하임리히(heimlich)라는 단어를 분석하면서 프로이트는 "한편으로 이 단어는 친밀한 상태와 편안함을 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눈에 띄지 않고 숨겨진 상태를 뜻"한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특이하게도 그는 그 단어의 뜻. 즉 소박한(제 집 같은, homelike), 친밀한(intimate), 친숙한(friendly), 편안한(comfortable), 안전한(secure)에 상반되는 이중적 감정의 방향을 개발해 그 뜻이 완전히 반대인 운하임리히(unheimlich)에 도달하게 되는데, "반대어는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언홈리(unhomely, 비가정적인)이지만 표준 영어 번역은 언캐니(uncanny, 기괴한 또는 괴기한)이다.
오랫동안 알고 익숙해진 것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몹시 두려운 것들을 모아 놓은 "조용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불안함은 바로 가정적인 것이 반대의 상태로 되어버리는 것에 대한 섬뜩한 느낌을 가리킨다. 이러한 평행선은 집에 관한 깊은 양면성을 특징짓는다. >>
이 책을 통해 부디 심신이 편안한 가정이 늘어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