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 영화 <미저리>를 연상케 하는 공포 스릴러 같은 소설 손에 딱 잡히는 작은 책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만드는 몰입력이 장난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장면처럼주인공이 교통사고 이후 깨어난 시점부터 시작된다.전신마비 환자의 신체적인 상태와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는 진부한 표현밖에는 못하겠다.독자를 그 구덩이로 기어이 끌고 가게 만든다. 독자가 예상하는 바로 그 결말이어도 인물이 몇 없는데도 주인공과 남아 있는 단 하나의 가족, 그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독자가 기어코 구덩이를 마주하게 만든다... 더 홀을 '구멍'이라고 표현하기엔 어감과 뜻이 잘 안 어울린다. 주인공의 장모를 왜 일본인으로 설정해 놓았을까?주인공 이름 '오기'는 무슨 뜻일까?영화 <곡성>에서 외지인이 일본인이어서 더 낯설고 경계했던 것처럼 일본인이기 때문에 우리와 다른 뭔가 이질적이고 한민족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를 표현했으려나?아니면 오기가 처음에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설정해놓아 그 뜻을 딱 알아버렸을 때 역설적인 의미를 더하도록 장치를 미리 해놓은 걸까?난 후자인 것 같았다. '다스케테쿠다사이' 나는 저 단어가 '죽게 해주세요.' 라고 하는 기도인 줄 알았더니 '살려주세요.' 라는 뜻이라니... 이 소설 속에서는 소름 돋게 무서운 말이다. 오기와 부인과의 관계, 장모와 장인어른과의 관계 묘하게 중첩되어, 부모의 부부관계를 자녀가 자신의 부부관계에서 재현하는 것 두려움이라는 것은 상상할수록 그 모습이 커지고 분명해져서 종국에는 실제 모습으로 바뀌고 만다.의심하면 할수록 자기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취하게 되어 결국 상대방이 의심하는 바로 그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것 두려워한다는 걸 인식하면 그림자가 빛에 비춰지면 없어지듯 금새 사라지는 것을... 오기는 너무 늦게 알아차려버렸다.작가님 사진엔 예쁘고 전형적인 교수와 같은 분위기의 여인이 있는데 소설의 내용은 무서워서... 다소 매치는 안 된다. 편 작가님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