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 한 정신분석가의 성장기
이승욱 지음 / 열린책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이승욱 선생님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선생님들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고, 공부를 잘 못한다고 어린 이 선생님을 무지막지하게 때리셨다.
이승욱 선생님의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첫 기억은 정말 가슴 아팠다.

초등학교에 빨리 들어가 2살 어린데 형, 누나들과 공부하고 전학 간 첫 학교에서
나뭇잎 주워와서 그림을 그렸는데 선생님이 그 그림을 보고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이선생님의 뒷통수를 세게 때렸다는 글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나와서 맞고 선생님 기분이 좋지 않으면 화풀이 대상으로 맞았던 경험.. 선생님께는 그 경험이 있었다.
내 짐작으로는 선생님을 하시다가 그만 둔 이유도 시절이 시절인만큼 선생님들끼리의 말도 안 되는 정치적 논쟁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르게 대하고 싶으셨을 텐데 교육 받았던 선생님과 별반 다르지 않게 교육하게 되었을 때.. 허무감과 자괴감이 들지 않으셨을까 싶다.
이런 저런 행정 업무와 불필요한 신경전들이 선생님을 피로하게 만들고 선생님께서 원하던 존중과 배려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어서 30대도 훌쩍 넘은 나이에 교사직을 그만 두셨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 뜨거움의 근원을 <소년>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독서와 자발적인 연대, 봉사 경험 등으로 스스로를 성장시키셨다.
인문 독서의 힘이 컸다.
학교 공부는 소홀히 했지만 도서관에 거의 매일 같이 가서 하루 종일 책 보는 게 낙이었다고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재미로, 자발적으로 책을 읽었다는 것에서 선생님은 원래 똘똘한 아이였지 않았을까 싶다. 한 소년이 자기 뜻과 상관 없이 학교를 일찍 입학하는 바람에 2년의 시간 차를 따라잡느라 애썼을 모습이 떠오르니 안쓰러웠다.
도서관에서 계시는 분이 약주 한 잔 하시고 비슷한 말씀을 반복하시면 그 소리를 이기기 위해서 더 책 읽기에 집중했다는 얘기도.. 이 선생님이 독서에 얼마나 몰입하려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아버지와의 관계, 어머니와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할머니와의 관계
모두 관계를 말하고 있다.
관계 속에서 내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할머니께서 끝까지 이 선생님을 믿어주셨고 선언하셨던 말씀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너는 정말 대단하다고 믿어주면 사람은 그렇게 된다. 

책 속에 의미 있는 구절이 참 많았다.
페이지를 적어놓았던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다.
선뜻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을 텐데 진솔하게 적어주신 글이 더 당당하게 느껴진다.
분석가기도 하시지만 글도 참 잘 쓰신다.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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