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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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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 설득" 처음엔 이 서명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득에 관련된 책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초전'의 의미는? 표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의아함은 저자의 이름을 확인하자 곧 이내 웃음이 나왔고, 어떤 내용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로버트 치알디니" 이 이름만으로도 내 기대감은 충분한 이유를 지녔다.
아마 저자의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괘 긴 시간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던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는 누구나 한 번은 읽어봤거나 제목을 들어봤을 것이다.
'설득의 심리학'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심리적인 방법들에 대한 책이라면 이 책 '초전 설득' 은 설득이라는 과정에 앞선 일종의 고르기 작업인 것이다.
상대방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전에 미리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초전 설득을 정의한다.
싱글-슈트 질문은 결정적인 질문을 하기 전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가장 최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신제품에 대한 구입을 권유할 때, 모험을 즐기고 창의적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고 실제 구매를 권했을 때 구매하는 확률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논리나 합리, 경제적 이익 면에서 본다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결론이지만 인간의 심리는 이런 단순한 사전 작업에도 반응을 하고 그 성공 확률은 상상이상이다.
의자를 판매하는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단순하게 배경화면을 폭신폭신한 구름을 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고가의 편안한 의자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단순한 배경화면 하나에 말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가구점으로 많은 지점을 거느리고 있는 이케아의 전략 또한 소비자로 하여금 스스로 만들게 한다는 것으로 단순히 구매자가 아니게 한다는 것이다.
1982년에 일어난 타이레놀 사건과 그 사건에 대응한 제조사인 존슨 앤 존스의 대응은 인상적이었다.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문제 약품의 제조번호를 로또 번호로 선택했다는 사전 인식의 영향력은 논리나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자백하면 무죄는 없다'라는 것의 예로 든 피터 라일리 사건은 무죄일 경우 자신이 무죄니까 바로 풀려나리라는 믿음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런 경우를 당했을 때 취조실의 카메라 위치 선정부터 저자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라디오를 들을 때면 교통정보를 전해주는 리포터가 하는 일이 그저 교통정보 정리라고만 생각했는데 광고를 조절하는 일이 더 중요한 업무라고 하고 "로그 에디터'라는 직책으로 불린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어 신기했다.
요즘 들어 조금은 걱정스러운 내 건망증에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자연스럽게 원래 목적이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 난다'라는 과학적인 설명에 나 역시도 저자처럼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전에 그와 자신의 비슷한 점을 찾아내고 강조하는 것은 효과가 막강하다고 한다.
오프너에서 그들이나 사람들이 아닌 '당신'으로 바꾸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하니 작은 부분부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설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긍정적인 연상만큼 쉽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부정적인 연상에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정적인 연상을 떠올리는 단어를 피하고 그 단어를 대신할 긍정적인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초전 설득은 타인에게만 통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 결의를 다질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프/웬-덴'의 전략은 실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유용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경호팀장을 설득한 것은 당뇨병을 앓는 그에게 맞춤형 쿠키 하나였다고 하니 작은 정성이 그의 서방세계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감을 녹였다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한국인들의 가장 의아한 점은 일본인들의 유대인 보호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승승장구하던 일본인 관료가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한 채 유대인들을 일본으로 보내주고 나중에 일본과 독일이 동맹을 맺고 당시 일본에 있던 유대인들에 대한 처우를 고민할 때 유대인 대표가 일본의 고위 관료들에게 전한 "독일인은 아니지만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아시아인이다." 이 말에 일본이 동맹국의 의리를 저버리고 유대인을 끝까지 보호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당시 일본인들이 같은 아시아인들에게 행했던 참혹하기 그지없는 행위들을 더욱 생각나게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예시들을 통해 '초전 설득' 이 미치는 영향들에게 대해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그 옛날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들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사람의 심리에 대한 인지적 충격은 이 책에서도 어느 정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알려주는 다양한 방법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스스로에게 지금 필요한 부분을 재정리하여 직접 써보면서 익힌다면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