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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로버트 치알디니.더글러스 켄릭.스티븐 뉴버그 지음, 김아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평점 :
인문서이긴 하지만 조금은 편하게 생각되었고 그 유명한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공동저자로 등장하는 사회심리학의 총서인 거 같았다.
국내에 출간된 로버트 치알디니의 저서를 거의 다 읽을 정도로 그의 팬이 되었지만 700p나 되는 양은 지금까지 읽었던 1000p가 넘었던 다른 책들을 비교해도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총 14장으로 되어있으니 만약 시간이 넉넉하다면 하루 1장 정도가 적당한 거 같았다.
내 경우는 매일 저녁시간 2시간 정도 도서관에 다녀서 적어도 100p정도는 너끈히 진도가 나갈 줄 알았는데 책의 내용은 재밌고 흥미진진하지만 의외도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 비교해 진도가 빨리 나가지는 않았다.
그만큼 읽을거리가 많고 또 생각할 거리도 많았던 책이었던 거 같다.
설 연휴 때문에 10일 정도 걸린 거 같다.
그동안 읽었던 사회 심리학 관련 책들에서 읽었던 다양한 실험과 연구들도 다시 읽으면서 재정리를 할 수 있었고, 알지 못했던 새로운 연구들과 실험들도 읽을 수 있어서 신선했다.
일단 사회심리학의 정의에 대해 제대로 알아두어야 할 거 같다.
이 책에서 사회심리학은 우리의 생각과 느낌,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받는지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인간과 사회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현상들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만큼 사회심리학은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뿐만아니라 모든 학문들과의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도 한 광범위한 학문이라는 것을 이제야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사회 심리학의 주요 이론적 관점은 4가지가 있으며 사회 문화적 관점, 진화론적 관점, 사회적 학습의 관점, 사회적 인지의 관점이 있다.
이 4가지 관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관점은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개인의 편견의 선호, 정치적 신념이 국적과 사회계층, 현재의 역사와 추세 같이 집단적 요인에 영향받는다는 관점이다.
스스로 확실하게 인지하는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하는 수많은 사회적 행동의 이면에는 지위를 얻고 유지하려는 동기가 깔려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군중의 규모가 클수록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을 조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학교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집단 괴롭힘 같은 경우를 생각해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군중속에 숨으면 자신안에 숨겨둔 '악'을 맘껏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학자가 집단 수준의 문제들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회심리학자들은 개인과 생각, 감정, 행동에 더 치중한다고 한다.
사회심리학은 인간의 문화와 본성간 상관관게에 주목하는 인류학과도 연결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거 같다.
사회심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저 흥미진진한 인간사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사회심리학의 기초를 이해하면 우리에게 이토록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에 대해 새로운 시점으로 바라보고 또 그들에 대해 이해하게 됨으로써 그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사람과 상황의 방식이 복잡하기까지 한 방식으로 함께 작용해 사회적 세계와 관계를 맺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남들이 나와 같은 시각으로 나를 봐주었으면 하는 조금은 부질없는 이 바람은 자아상에 확신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생각보다 많으며 짧고 약한 사회적 만남이라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함께 있지 않은 사람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니 조금은 무서워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일종의 상황이 된다.
상황에 따라 사람의 다른 측면이 점화된다.
상황에 처한 사람은 저마다 그 상황을 바꿀 능력이 있다.
사람들이 상황을 바꾸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목표를 더 잘 달성하기 위해서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경우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이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는 적절한 시기, 적절한 장소에 있었으며 상황이 그를 선택했고, 그는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의 행동과 인격은 결국 그가 처한 상황에 맞게 형성되었고 그는 우리가 아는대로 그의 세상을 만들어간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사회심리학의 본질이라고 한다.
1장에서 13장까지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이나 사회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 사건들 중에 방관자 효과를 이끌어낸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일어난 살인 사건도 있고, 국가 보조금을 받던 가난한 싱글맘이었던 작가가 유명해서 기부 천사가 된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며 영부인에서 대통령까지 야심찬 미국의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미 유명해서 알고 있는 것들도 있었고, 마틴 루서 킹에 대한 것이나 경찰들의 설득으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살인을 자백한 사건도 있다.
kkk 단원과 흑인 인권 운동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며 평범한 학생들이 무자비한 살인범이 된 이야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쉰들러 리스트의 일본인 버젼인 스기하라 지우네의 이야기, 너무나도 유명한 사랑이야기인 프리다 갈로와 리베라 디에고의 이야기도 있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달라이 라마와 하인리히 하러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각각의 이슈나 사건들에 대해 읽으면서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지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실험과 이론들에 다양한 관점에 대해 설명해준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내용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권으로 정리가 되어있으니 읽는 동안 다시 생각도 해볼 수 있었던 거 같다.
인간이기에 일으킬 수밖에 오류들에 대해서도 그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거 같고, 스스로 이런 오류들로 인해 한 행동들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을 하면서 원인과 그런 오류들에 대해 주의를 다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14강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읽었던 13장까지의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 사회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다시 한번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결코 만만치 않은 양과 내용들도 읽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책이지만 1장을 읽는 순간부터 끝까지 다 읽을 수밖에 없는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사회심리학의 고재가 이 책이었다면 그 당시 따분하기 그지없는 그 수업들이 휠씬 더 흥미진진했고, 사회심리학에 대해 좀 더 깊이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살짝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