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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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산행을 하거나, 오래달리기를 하다보면 몸은 지쳐서 헉헉대지만, 정신은 오히려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마치 죽을 듯 힘들지만, 손발은 기계처럼 움직이고, 마음은 힘들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분리된 듯한 경험이라고 할까요.

 

그러고 나면 일상에 찌든 삶이 훨씬 가벼워보이고,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은 자신감도 들게 됩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힘든 마라톤을 하고 산행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7년의 밤》, 《28》의 작가 정유정님의 유쾌한 히말라야 산행기는 슬럼프에 빠져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작가의 슬럼프탈출기라고 보면 될듯하기도 합니다.

척하면 착하고 써낼 것 같은 작가들이지만, 아무것도 쓸 수 없는 그런 지독한 슬럼프는 수시로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정유정작가도 역시 그런 지독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휴양지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만 하는 불편한 히말라야로 떠나게 됩니다.

 

첫 해외여행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곳을 간다는 것 자체가 보통사람의 생각으로는 쫒아갈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내밀한 상처와 아픔들, 그리고 힘든 맏이의 생활 등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며, 지독하게 힘든 여정을 겪어나가는 과정이 다소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되어집니다.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끄집어내고 그것들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한 단계 올라서는 일. 그일을 그녀는 이 여행을 통해 이루어 낸 것 같습니다.

 

p281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나 자신과 싸울 수 있을까.

그때 답해왔던 목소리가 똑같은 답을 들려주었다.

죽는 날까지.

 

쏘롱라패스를 통과하는 히말라야 환상 종주를 통해 어려움에 맞설 용기를 얻어낸 작가의 다음 작품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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