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희망을 잃은 세상에서 우리는 어찌 살아야 하는가? 이 소설 선셋 파크는 이런 주제를 다루고 싶었던 것 같다.

2007년 금융위기 뒤에 미국사회는 어찌 보면 1997년 IMF위기 뒤의 한국 사회와 닮아있다. 희망을 잃은 사회, 그 속에서 주인공들은 희망이나 미래보다는 현재를 어쩔 수 없이 살아낸다.

 

작은 출판사사장의 아들이자 명문대생 이었던 마일스 헬러는 의붓형과 말다툼 과정에서 형을 차로로 밀어, 자동차사고로 죽게 만든 죄책감 속에 7년 넘게 방황한다.

말없이 집을 떠나 혼자 7년 넘는 기간 동안 방황하며 하루하루를 마치 죄를 치르듯 살며 플로리다에서 폐가처리작업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산다.

유일한 낙은 사진을 찍는 일과 책을 읽는 것. 그 속에는 어떤 희망도 없고, 어떤 미래도 없다.

 

p9 제아무리 깨끗하게, 꼼꼼히 치워도 패배의 악취를 지우지는 못한다.

돈을 내지 못한 사람들의 집을 처리하는 작업 속에 집의 광경을 묘사하는 이 글은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섣부른 희망이나 미래를 제시하지 않는다. 미성년자의 필라와의 사랑으로, 위험에 처한 마일스는 뉴욕의 선셋 파크의 버려진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선셋 파크는 미성년자와의 사랑 속에 임신하고 낙태한 뒤 그 고통스러운 과거를 잊기 위해 그림에 몰두하는 엘렌, 철없는 남자친구와의 사랑에 낙담하며 시간제근무를 하며 논문을 써나가고 있는 엘리스, 마일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마일스에게 동성애를 느끼나 친구를 잃을까봐 말 못하는 빙 네이선이, 몰래 숨어들어가 살게 되는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중간역 같은 곳이다.

 

거대한 묘지들이 보이는 선셋 파크의 집에서 그들은 희망을 찾기도 하지만, 절망과 마주하기도 한다.

오히려 소설 내내 희망보다는 어두운 현실이 있는 그대로 묘사된다.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실제 야구선수들의 행운과 불행, 죽음은 실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음을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되어지는 듯하다.

 

그럼 우리는 왜 살고 어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 떠오르는데 그 답은 없다. 맨 마지막 희망 속에서 다시 절망하게 되는 마일스의 독백 속에 아마 그 힌트가 있는 듯하다.

 

p328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서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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