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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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부조리하다. 불평등하며, 비논리적인 경우도 많다. 인간 사회가 지금껏 외쳐온 평등과 자유는 삶 자체가 평등하지 않고,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법과 제도를 만들고 있고 그것은 끊임없이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는 불평등하다.

 

이 소설은 망자의 입을 빌어 위화가 이야기하는 중국의 자본주의의 부조리와 불평등, 그리고 사랑이다.

소설 한편을 통해, 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 줄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양페이라는 주인공과 리칭이라는 전처와 아버지(양진뱌오)와의 사랑은 어떤 사랑이야기보다 더 감명적이며 애잔하다.

 

죽은 뒤의 사회도 평등하지 않다.

화장터로 오라는 부름에 자신의 죽음을 깨닫는 주인공 “양페이”는 화장터의 귀빈석과 플라스틱 의자의 일반석에서 빈부격차를 실감한다.

묘지가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다시 나눠지는 망자의 사회는 현실사회의 인간의 불평등이 고스란히 이어짐을 보여준다.

 

짝퉁, 장기밀매, 뇌물과 비리, 산아제한으로 인해 버려지는 영아들, 죽었으나 은폐되는 사람들, 철거와 서민들의 죽음등 온갖 중국 경제의 실상이 죽은 자중 묘비조차 갖지 못한 자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되어진다.

 

죽음조차 자유롭게 만들지 못한 불평등 속에 이승과 저승을 헤매는 주인공 양페이는 전처와 화해하며 그녀가 그를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죽음을 앞두고 부담이 되기 싫어 집을 나간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는 진실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p227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수없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 같았다. 모두 떠나간 세계에서 기억하기 싫은 가슴 아픈 일을 겪었고, 모두 하나같이 그곳에서 외롭고 쓸쓸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애도하려 한자리에 모였지만 초록색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았을 때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죽은 자의 7일 동안의 여정이라는 다소 기묘하고도 씁쓸한 이야기를 통해, 위화는 중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의 해결은 죽은 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불평등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진심으로 그들을 애도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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