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쓰가루 백년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4월
평점 :

화사한 벚꽃 잎이 흩날리는 봄에 읽기 좋은 책! < 쓰가루 백년식당 >을 소개해요.
일본 소설을 참 오랜만에 읽어보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일본 소설들의 특징은, 잔잔하면서 내면의 묘한 심리를 잘 보듬어주는 이야기 전개라고 생각해요.
뭔가 엄청 충격적인 반전과 자극적인 내용들이 아닌, 소소하면서도 작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이 많아서 그런 종류의 소설이 당길 때쯤 주기적으로 찾게 되네요.
쓰가루 백년식당은, 3대째이어내려오는 메밀국수 전통식당이에요.
쓰가루에 메밀국수 식당을 처음 열게 되는 '오모리 겐지'의 시점과, 식당의 4대라고 할 수 있는 '오모리 요이치'시점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내용이 전개돼요.
그래서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이 조금 헷갈렸었는데, 금방 적응하며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답니다.

발가락이 없음에도 길거리에서 허름한 사과박스 하나를 두고 메밀국수를 파는 성실한 청년 '오모리 겐지'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육수 하나만큼은 좋은 재료로 정성을 쏟아 직접 국물을 우려내어 맛있는 국수를 만들어냈답니다. 그러다 '도요'라는 행상을 다니는 아가씨를 알게 되고 그 아가씨가 파는 최고의 건어물로 육수를 내었어요. '도요'는 '겐지'를 선입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대해주었어요.
평소와 같던 어느 날 '도요'는 부모님을 도와 건어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제는 볼 수가 없을 거라며 마지막 기차를 타러 떠나고,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잘 알고 있던 '겐지'는 섣불리 그녀를 잡지 못하는데요, 참 겨울에서 봄이 되듯 드라마틱한 상황이 이 두 사람에게도 벌어져요.

이어지는 '오모리 요이치' 이야기.
지방 시골에 속하는 쓰가루를 떠나 도쿄로 상경한 '오모리 요이치'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식당 일을 물려받고 싶어 했어요.
식당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던 아버지는 요이치에게 일부터 배워 오라고 했고, 그렇게 요이치는 한 식당에 취업을 하게 되어요. 그러다 얼마 후, 자신의 집안, 아버지를 모욕하는 주방장의 조롱에 견디지 못하고 식당을 박차고 나가게 되었고, 그 뒤로 광고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곧 그만두고 행사장 삐에로가 되어 단기 알바를 하며 하루하루를 먹고살게 되어요. 자존심 때문에 아버지에게는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말도 꺼내지 못하고, 삐에로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은 더더욱 못하게 되자 그렇게 몸도 마음도 아버지로부터, 고향 쓰가루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죠.

삐에로 알바를 하던 중 만난 '쓰쓰이 나나미' 100년 전 겐지에게 일어났던 것처럼, 순수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연인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마치 둑이 터진 것처럼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쏟아 놓는 나나미의 표정은 왠지 딴 사람처럼 생기 넘쳤다. 존재 그 자체가 한층 크게 느껴졌고, 나나미 주변의 공기만이 조금 빛나는 듯 보였다. 익숙했던 미소가, 보조개가, 평소보다 반짝반짝하고, 그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왜 그런지.... 왜 그런지, 내 여자친구가 아닌 것 같았다."
'사진 촬영 전문가'인 나나미의 일이 잘 될수록, 승승 장구할수록, 요이치의 마음은 작아졌어요.
아무리 쓰나미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준다고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삐에로 광대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깐요.
해마다 열리는 쓰가루 벚꽃 행사!, 올해 100년째가 되는 쓰가루 식당 3대 주인, '오모리 데쓰오'씨는 벚꽃 축제만큼은 진심으로 참여를 하여 메밀국수를 판매하였는데, 행사를 며칠 전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 사건이, 요이치가 잊고 지냈던 고향을 방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요이치와 나나미, 순수하게 사랑을 했던 두 사람은 뜻하지 않은 오해와 갈등을 겪게 되고, 요이치가 쓰가루에 가던 그 시기에 최고조에 이르게 되어요.
과연 100년을 넘어선 순수한 사랑이 100년 전과 같은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요?
전통을 지킨다는 것,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자식에게 강요한다고 전통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대를 이을 사람이 있어야 그 끈이 끊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내려와 훗 세대들에게도 전해지겠죠. 쓰가루 식당 2대에 해당하는 데쓰오 아버지처럼 전통에는 관심이 없고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는 세대도 있고, 그런 아버지 덕에 일찍부터 어머니를 돕던 데쓰오가 있었기에 그 전통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방 인구는 계속 줄고, 사람들의 생활이 광역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전통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듯합니다.
쓰가루 식당의 오모리 가문의 100년을 뛰어넘는 사랑, 겨우내 꽁꽁 얼어있었던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봄 햇살 같은 책이었습니다.
#쓰가루백년식당
#모리사와아키오
#문예춘추사
#미자모
#미자모서평
#봄소설추천
#장편소설추천
#백년식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