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 - 문학과 문화학의 교차점
최문규 외 지음 / 책세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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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은 인간에게 나타나는 기억이나 망각의 심리적 현상과 서사의 관련성에 주목한다. 우선 개인의 기억, 망각 현상과 거기에서 작용하는 욕망의 역동성이 어떻게 서사의 과정에 개입하는지를 프로이트의 기억론을 중심으로 고찰할 것이다. 나아가 기억과 욕망의 역동성에 초점을 맞춘 정신분석 서사론에 대해 논의하고 이어서 막스 프리슈의 소설 읽기를 시도할 것이다.

 

개인의 기억과 망각은 한 민족이 전설과 신화들을 통해 보존하고 있는 초창기에 대한 기억이나 망각과 상당한 유사성을 갖는다. 문화를 고통의 위협에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채택한 수단으로 본다면 그것은 결국 불쾌를 피하고자 하는 인간 개인의 내적 성향에 의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 심리와 서사의 차원에서 기억과 망각에 대한 논의는 문화 형성 과정의 한 동인에 대한 연구가 되며 그것은 또한 문학과 문화학의 교차점을 확인하는 작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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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과 형세 - 발터 벤야민의 미학 서강학술총서 35
최문규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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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기억은 “아주 작은 것에서의 변형”과 “있었던 것에서의 무한한 변형”으로 각기 정의되지만 양자의 공통점은 바로 변형의 힘에 있다.


(분리와 결합, 산종과 구성 같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적으로 지닌 형세 개념은 천문학에서 차용된것으로서 ...) 흩어져 있는 조각들이 순간적으로 어떤 형태를 이루는 상황에 대한 비유적인 예로서 < 베를린의 유년시절 >에서는 “다채로운 색깔의 창문들”, “비눗방울의 색채 놀이”에 빠져드는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는데, 이때 흥미로운 점은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과 의식을 지닌 ‘나’라는 주체가 각각의 풍경과 책 속에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열린 글의 형태인 에세이는 합리성과 진지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운과 유희”에 의존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유가 무조건 행운에 맡겨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끝없는 성찰의 즐거운 고통, 즉 파괴하다가 구성하는 혹은 역으로 구성하다가 파괴하는 변증법적 상상력의 과정을 끊임없이 밟아나가는 일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대상을 어떤 체계적이고 논증적인 틀 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중심과 주변에 대한 분명한 구분 없이, 대상을 근시적이고 원시적 차원에서 동시적으로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성찰 행위는 아도르노의 심미적 사유에서도 매우 중시되는 방법 아닌 방법이다.


결과가 아니라 그것들의 형세가 이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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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 - 문서고와 증인 What's Up 10
조르조 아감벤 지음, 정문영 옮김 / 새물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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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귀함과 천함, 지성과 비지성의 대비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그는 걸어 다니는 시체이자 마지막으로 꿈틀거리는 신체적 기능들의 묶음이었다. 괴로운 일이지만 그들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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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의 잔존 - 이미지의 정치학 프런티어21 17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지음, 김홍기 옮김 / 길(도서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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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사랑은 근절되고, 무화되고, 공동화된다. 파솔리니는 “나는 한 마리의 반딧불이를 위해서라면 몬테디손 전체라도 건네주겠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반딧불이는 산업화와 소비주의가 독재하는 시대에 소멸했다. 이런 시대에 각 개인은 결국 쇼윈도의 상품과 동등한 것으로 자신을 전시한다. 정확히 그것은 출현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것은 시민적 존엄성을 무한정 환금 가능한 스펙터클과 맞바꾸는 방식이다. 


서치라이트는 모든 사회적 공간을 포위했고,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그것의 “사나운 기계적인 눈초리”에서 달아날 수 없다. 그리고 최악은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이런 의기양양한 정치적 전시 산업을 활용하여 ‘새로운 아름다움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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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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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의 < 역사 철학 테제 >


베냐민이 그토록 비판한 역사주의는 인과관계에 기초한 역사의 연속성, 기원을 전제한 단선적 진화 발전주의, 도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가 있다는 신념을 말한다. 바로 우리 모습이 아닌가? 그는 진리는 불꽃처럼 순간적이며, 역사는 원래부터 파편적이고 또 과거의 승리자와 동일시해서 기록한 것이므로 ‘잘못된 것’이라고 보았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며, 진보는 ‘그날’을 위한 것이 아니다!

... 정치세력들은 사회의 인간화보다는 강한(좋은) 국가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공동체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니라 그들이 상상하고 욕망하는, 서구가 먼저 도달한, 정상 국가 건설 방법을 놓고 싸운다. 베냐민은 탈식민을 외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정상 국가가 실현된 시기와 지역은 단 한 번도 없다. 정상 국가, 규범적 진보 개념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것이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필요 없다.


후기


책이든 경험이든 사람이든, 대상과 접촉한 후 그 이후를 적는다는 점에서 독후감에 해당하지 않은 글은 없다. 모든 글은 경험기, 여행기, 훈습(薰習, working through)의 기록이다.

텍스트가 책일 때 특히 독후감이라 할 뿐이다. 삶을 구성하는 모든 대상과 만난 느낌의 기록을 논문, 소설, 기사, 일기 등으로 분류해 부른다. 자료와의 만남, 이후 자료의 의미와 그 의미의 정치학을 선행 이론 속에 자리 매김하는 노력이 논문이고, 나의 하루가 교재가 될 때 일기가 되는 식이다. 자료는 일종의 풍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텍스트는 때때로 나의 경우 매우 자주, 상처가 된다. 일종의 인생의 짐이기도 하다. 내가 만난 그것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 개인의 삶과 책이 만나서 변화가 시작되고 독후감은 그 변화의 첫 과정이다. 개인의 삶과 책이 만나서 변화가 시작되고 독후감은 그 변화의 첫 과정이다. 이 책의 본문은 독후감의 일종이다. ... 평소 지인들과 영화나 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할 때 나는 자주 싸웠다. 그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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