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 - 문서고와 증인 What's Up 10
조르조 아감벤 지음, 정문영 옮김 / 새물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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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귀함과 천함, 지성과 비지성의 대비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그는 걸어 다니는 시체이자 마지막으로 꿈틀거리는 신체적 기능들의 묶음이었다. 괴로운 일이지만 그들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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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의 잔존 - 이미지의 정치학 프런티어21 17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지음, 김홍기 옮김 / 길(도서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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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사랑은 근절되고, 무화되고, 공동화된다. 파솔리니는 “나는 한 마리의 반딧불이를 위해서라면 몬테디손 전체라도 건네주겠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반딧불이는 산업화와 소비주의가 독재하는 시대에 소멸했다. 이런 시대에 각 개인은 결국 쇼윈도의 상품과 동등한 것으로 자신을 전시한다. 정확히 그것은 출현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것은 시민적 존엄성을 무한정 환금 가능한 스펙터클과 맞바꾸는 방식이다. 


서치라이트는 모든 사회적 공간을 포위했고,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그것의 “사나운 기계적인 눈초리”에서 달아날 수 없다. 그리고 최악은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이런 의기양양한 정치적 전시 산업을 활용하여 ‘새로운 아름다움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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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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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의 < 역사 철학 테제 >


베냐민이 그토록 비판한 역사주의는 인과관계에 기초한 역사의 연속성, 기원을 전제한 단선적 진화 발전주의, 도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가 있다는 신념을 말한다. 바로 우리 모습이 아닌가? 그는 진리는 불꽃처럼 순간적이며, 역사는 원래부터 파편적이고 또 과거의 승리자와 동일시해서 기록한 것이므로 ‘잘못된 것’이라고 보았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며, 진보는 ‘그날’을 위한 것이 아니다!

... 정치세력들은 사회의 인간화보다는 강한(좋은) 국가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공동체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니라 그들이 상상하고 욕망하는, 서구가 먼저 도달한, 정상 국가 건설 방법을 놓고 싸운다. 베냐민은 탈식민을 외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정상 국가가 실현된 시기와 지역은 단 한 번도 없다. 정상 국가, 규범적 진보 개념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것이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필요 없다.


후기


책이든 경험이든 사람이든, 대상과 접촉한 후 그 이후를 적는다는 점에서 독후감에 해당하지 않은 글은 없다. 모든 글은 경험기, 여행기, 훈습(薰習, working through)의 기록이다.

텍스트가 책일 때 특히 독후감이라 할 뿐이다. 삶을 구성하는 모든 대상과 만난 느낌의 기록을 논문, 소설, 기사, 일기 등으로 분류해 부른다. 자료와의 만남, 이후 자료의 의미와 그 의미의 정치학을 선행 이론 속에 자리 매김하는 노력이 논문이고, 나의 하루가 교재가 될 때 일기가 되는 식이다. 자료는 일종의 풍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텍스트는 때때로 나의 경우 매우 자주, 상처가 된다. 일종의 인생의 짐이기도 하다. 내가 만난 그것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 개인의 삶과 책이 만나서 변화가 시작되고 독후감은 그 변화의 첫 과정이다. 개인의 삶과 책이 만나서 변화가 시작되고 독후감은 그 변화의 첫 과정이다. 이 책의 본문은 독후감의 일종이다. ... 평소 지인들과 영화나 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할 때 나는 자주 싸웠다. 그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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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열정 이산의 책 29
레이 초우 지음, 정재서 옮김 / 이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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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에 의해서 매개된 이런 경험과 혈연적인 친밀감이라는 특이한 혼합이 최근 수년간 나를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를 연구하게 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더 생각을 해보아야겠지만 몇 가지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어머니의 경력과, 그것이 우리(어머니와 나)의 삶에 가져다준 일군의 사람들과의 교류 덕분에 나는 어려서부터 근대에 있어서는 창조적 글쓰기가 상품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또 영화와 텔레비전이 우위를 과시하는 뉴미디어 문화에서는 글쓰기가 어떤 경쟁에 직면해 있는지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우리는 홍콩에 살고 있었으므로-식민화된 언어, 즉 중국어로 글을 쓰는 작가는 사회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비록 ‘문학’이 나의 전문영역이기는 하지만, 근대/모더니즘적인 문학이 ‘혁명적’(혹은 ‘전복적’)인 동시에, 내가 이 책에서 검증하는 시각이미지 같은 대중문화의 형식들보다 높은 서열에 있다고 보는 그런 유의 학문적 낭만주의를 믿지 않는다. 



영사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힘에 의해 영화는 잔혹함이 주는 충격을 공격이라는 형태로 증강시킨다. 희생자를 불시에 내리치는 참수의 형태와 마찬가지로 그 영상은 루쉰에게 한 방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다. 본다는 그 자신의 행위를 통해, 루쉰이 직면한 것은 첫째, 마치 매개 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은 영화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투명성이었고, 둘째 이 새로운 미디어의 힘과 처형 그 자체의 폭력성 사이의 친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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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전쟁 - 미화와 추모 사이에서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지음, 이재원 외 / 휴머니스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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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극장에서처럼 의례를 주재하는 자와 이를 지켜보는 자 사이의 시선의 교차를 통해 보는 자와 보이는 자 모두가 동질적 시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켰다.


이와 같은 국가의 표현성에 대해 클리포드 기어츠는 ‘극장국가’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기어츠에 따르면, 극장국가란 힘이나 정통성보다 형식과 의례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는 국가형태를 의미한다. ... 정치적 지배는 권력의 집중을 통해서가 아니라 왕이나 군주와 같은 모범적 중앙의 의례를 화려하고 대대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 하지만 극장국가 개념이 국가권력의 의례적 표상을 분석하는 데 비판적으로 적용된다면, 국가 만들기에서 문화적 기획의 문제를 고찰하는 데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제1공화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그 제도와 의례를 서구의 민주주의체제와 군주제, 그리고 과거 조선왕조의 유교주의와 일제 식민지 시기의 흔적과 영향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제도들을 혼합적으로 모방해 만들어냈는데, 이러한 모방을 통해 구축된 대한민국의 국가의례들은 국가기획의 결과라기보다 하나의 과정으로 의미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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