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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식물의 세계 - 끝내 진화하여 살아남고 마는 식물 이야기
김진옥.소지현 지음 / 다른 / 2022년 9월
평점 :
#도서제공
《극한 식물의 세계》는 '식물 기네스북'을 보는 것 같이 흥미롭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 마하의 속도로 날아가는 꽃가루, 4854년을 살아온 나무 등 식물의 세계에는 이미 엄청난 기록 소유자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단지 우리가 식물의 기네스북을 펼쳐보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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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기-크거나 작거나⠀
• 속도-빠르거나 느리거나⠀
• 힘-강하거나 독하거나 교묘하거나⠀
• 환경-지나치거나 열악하거나⠀
• 시간-오래되거나 최신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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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기, 속도, 힘, 환경, 시간의 다섯 가지 카테고리에서 총 30여 종의 식물을 소개한다. 식물에 관심이 없어도, 사전 지식이 전무해도 쉽게 읽히고 충분히 재밌다. 이 식물들은 우리가 갈 수 없는 저 먼 외딴섬에 우거진 숲속에 살고 있지 않다. 대다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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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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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우리가 흔히 먹는 식재료 중의 하나인 #호밀 은 '가장 긴 뿌리를 가진 식물'이란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37년 미국의 한 과학자가 호밀의 씨앗을 뿌리고 4개월 뒤 뿌리의 길이를 측정해 보니 무려 623km였다고 한다. 일자로 뻗은 1차 뿌리만이 아닌 1차 뿌리에서 가지를 친 2,3,4차의 뿌리까지 다 합한 길이이긴 해도 호밀의 뿌리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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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대나무 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는 식물'이란 기록을 가지고 있다. 토양이 비옥하면 하루에 최대 91cm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1시간에 3.8cm이고, 90초마다 1mm가 자라는 속도인데, 얼마나 빠른지 자라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름과 달리 대나무는 나무가 아닌 풀이란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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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피마자 씨앗에서 얻은 기름인 피마자유에는 항염, 항산화 성분이 다량 들어있어화장품이나 의약품의 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피마자 씨앗에 들어 있는 독(리신ricin)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분류한 생화학테러물질이라고 한다. 리신은 실제로 사람을 암살하는 데 사용하기도 할 정도로의 맹독이다. 1970년대 불가리아 정보국요원이 우산의 뾰족한 끝에 리신 알갱이를 넣어 반역자라 의심받는 사람의 다리를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 쓰인 리신은 지름이 1.7mm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지만 사람을 죽이기엔 충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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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탄생한 지 1년 후 생겨난 식물은, 인간보다도 훨씬 먼저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 식물만큼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존재가 없다. 인간과 동물과 달리 식물은 이동성에 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극한 식물들의 모습이지만 그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하는 치열한 노력은 단지 극한 식물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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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 호프 자런의《랩걸(Lab Girl)》이란 책을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씨방 하나를 수정시켜 씨로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은 꽃가루 단 한 톨이다. 씨 하나가 나무 한 그루로 자랄 수 있다. 나무 하나는 매년 수십만 송이의 꽃을 피운다. 꽃 한 송이는 수십만 개의 꽃가루를 만들어낸다. 성공적인 식물의 생식은 드문 일이긴 하지만, 한번 일어나면 초신성에 버금가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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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보통의 한 그루의 나무 역시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운과 노력, 그리고 찰나의 우연의 산물인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난 극한 식물들을 통해 식물 전체의 환경 적응력과 엄청난 생명력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무는 한 계절의 겨울을 나는 데도 목숨을 걸고, 극한 식물들은 매 순간 생존의 위협을 견딘다. 우린 그런 식물들에 큰 빚을 지고 있다. 고생대의 거대한 고사리 숲이 땅속에 묻혀 석탄이 되어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발전시켰고,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먹는 식량 또한 식물에게 빚지고 있다.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잠시 왔다 가는 손님일 것이다. 주인인 척 구는 오만한 손님. 이 책을 덮을 때 식물이라는, 어쩌면 여전히 미지의 존재에게 경외감마저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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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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