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1~2 세트 - 전2권
오에 겐자부로 지음, 김현경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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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지난 3월 타계한 故 오에 겐자부로의 1973년 작품,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1,2》가 반세기 만에 은행나무 출판사를 통해 한국에 정식 출간되었다.


주인공 오키 이사나는 핵 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할 것을 확신하며 어느 날 돌연, 지적장애 아들을 데리고 핵셸터로 들어가 은둔하는 삶을 선택한다. 그는 핵 공격으로 인류가 멸망한 폐허의 지구에서 최후의 날을 맞이하며 나무와 고래의 대리인으로서 속죄의 말을 전하겠다는 것을 사명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망원경을 통해 핵셸터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자유항해단'이란 청년 집단을 알게 되었고,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청년들은 이사나와 그의 아들 진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___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단어는 '체험'이 아닐까.

그의 장편 《개인적인 체험》은 실제로 뇌에 이상인 생긴 채로 태어난 아들에 대한 ‘자신의 체험’을 녹여낸 작품이며, 이번에 출간된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1,2》는 핵 공격이라는 재앙과도 같은 ‘집단적인 체험’을 한 일본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있는 낮은 위기의식을 비판하고 기억과 속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세기 전에 쓰인 소설을 현재의 독자가 이렇게 생생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어느 한편으로 씁쓸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현재 전 세계 핵무기 보유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 약 5,000여 개 정도라고 하며 핵 전쟁으로 치달을지 모르는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는 우크라니아-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예언서의 한 문장에서 실존하는 위협으로 대두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오에의 대담집에서, 그는 제목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라는 제목은 일본어 성서 속에서 영감받았는데, 영어나 프랑스판에서 '홍수'는 물적物的으로 실제 가슴께까지 물이 차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일본어판은 가슴께까지 물이 다가온다는 것을 혼에까지 이르른, 즉 정신에 관한 위기로 번역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제목으로 정했다고 했다. 우리 인간의 잘못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홍수나 핵 전쟁으로 인한 세계의 종말의 위기를 온몸과 정신으로 무겁게 느껴야 한다는 처절한 메시지를 오에는 이 책을 통해 전한다.


______ 오에 겐자부로, 은행나무 출판사


*도서는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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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챗GPT 강의 - 행시 수석 인공지능 전문 경제학자 이정혁의
이정혁 지음 / 성안당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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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챗GPT의 활용법에 특화되어 있다.
단순히 챗GPT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챗GPT의 활용법은 사실 무궁무진하다.
이 책에 소개한 방법 또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번 주말 계획을 세우는 일부터,
공부 계획을 잡아주고 퀴즈를 내주는 등 챗GPT와 함께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어려운 법률적 내용을 포함한 공문을 작성해 줄 수도 있다. 📝
글을 쓰다 막힐 때 이후의 전개에 대해
몇 가지 예시를 들어달라고 해도 몇 초 만에 대답을 해준다.
교사의 경우 강의 자료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 반드시 챗GPT를 실생활에서,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거란 것이다.
저자는 챗GPT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에게 질문을 했다가 불만족스러운 대답에 실망하고
역시 AI 시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챗GPT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아마도 우리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챗GPT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이전에 했던 이야기의 맥락과 흐름을 고려해 답변한다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특징을 이용해 질문의 범위를 점차 좁혀 가면서
우리가 원하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얻기 위한
질문법에 대해 자세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은 챗GPT가 가지고 있는 한계나 최근 대두되는 정치적 편향성,
간접 광고, 잘못된 정보 등 기술적, 윤리적 문제도 충분히 다루고 있다.

결국, 이 책의 목표는 간단하다.
챗GPT의 장점과 단점 모두를 정확히 알고 제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금 당장 챗GPT를 사용하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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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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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야기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본능적 호기심일까. 유한한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일까. 아니면 이야기는 가장 초기 형태의 오락거리이기 때문일까.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렬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라던 헤밍웨이의 말처럼, 소설이 대단한 메시지까지는 포함하고 있지 않더라도 단지 이야기가 재밌는 소설도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환상서점이 바로 그런 소설이다. #헤밍웨이


___

직장 내 상사의 괴롭힘으로 퇴사한 연서는 동화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쓰고 있지만 원고는 매번 퇴짜 당하고 만다. 답답한 마음에 등산을 간 연서는 왠지 모르게 계속해서 사람들이 안 가는 길을 선택하며 가다 막다른 절벽에 다다르게 되고 그곳에서 핏 좋은 정장에 고급 가죽 구두 그리고 물빛 도포를 걸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남자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의도치 않게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진 연서는 ’여기서 자신이 죽는구나‘하고 생각하던 찰나 무언가 마법적인 힘으로 추락사를 면한다.


죽다 살아난 연서는 그 남자를 따라간 곳에서, 이런 산속에 있을 법하지 않은 고즈넉한 서점, ‘환상서점’을 마주한다. 그곳에는 어른 말투를 쓰는 신비스러운 여자 아이, 온통 검은 옷에 다리를 저는 오싹한 남자 등 드나드는 사람들조차 범상치 않아 보였다. 연서는 서점 주인이 읽어주는 책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환상서점을 자주 드나들게 되고, 자신과 얽힌 비밀스러운 사연을 발견해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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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있는 환상서점이라니..! ⛰️⛰️
최근에 다녀온 단양의 숲속 서점, 새한 서점도 떠올랐고 소설의 내용은 생을 거듭하며 이어져온 두 연인에 대한 이야기로 드라마 <도깨비>도 연상됐다.


흔한 스토리의 플롯이 될 뻔한 소설에 힘을 실어준 것은 작품 속에 심어져 있는 강력한 이야기들이었다. 환상서점 주인, 달의 신 옥토, 저승차사, 저승과 이승이 연결된 세계 등 여러 개의 이야기들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소설의 중심부에서 강력히 버티며 힘을 실어준다. 각각의 등장인물에 대한 구체적이고 독특한 서사가 책을 쥐고 계속해서 읽을 동력을 충분히 제공한다. 다만 환상서점이라는 제목에서 느꼈던 초반의 기대감은 충족시키지 못해 아쉬웠는데, 소설의 내용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볍게 읽을 판타지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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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 하버 더블린 살인수사과 시리즈
타나 프렌치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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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호화 주택단지였던 브라이언스타운에서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두 아이가 질식사로 사망했고 아이의 아버지는 칼에 찔려 과다출혈로 사망, 아이의 엄마만이, 얼굴의 자상을 포함한 온몸의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



옛 영광이 무색하게도 고급 주택단지는 빈집투성이고 피해자인 스페인 가족은 이 마을의 몇 안 되는 거주자였다. 황폐화된 마을 안에서도 구석에 위치한 집 때문에 목격자도 찾기 어려운 상황. 베테랑 형사 케네디는 신입 형사 커런과 함께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



﹅⠀



형사는 팻과 제니퍼 부부의 집 근처에서 그들의 집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누군가의 은신처를 발견하며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간다. 팻과 제니퍼 부부의 집은 고급스러운 외관과 완벽하게 관리된 집 상태에 무색하게도 집 내부에는 벽에 여러 군데 구멍이 뚫려 있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아이들의 아빠인 팻이 어느 날부터인가 집에서 이상한 동물 소리가 들린다며 벽에 구멍을 뚫고 덫을 놓고 집안 곳곳에 베이비 모니터를 설치하고는 하루 종일 감시했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들 가족을 계속 몰래 지켜봤던 스토커, 실직 이후 이상행동을 보였던 팻, 이 모든 것에 지쳤던 엄마 제니퍼. 사건은 점점 미스테리함을 더해간다.



이 소설은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지만 직접적인 폭력, 범죄에 대한 묘사가 극히 적다. 작가는 대신, 현대인들이 느낄 더 큰 공포를 지능적으로 잘 이용했다. 실직, 부동산 침체, 빚더미, 이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같은... 겉으로는 행복하고 완벽하게 보였던 가족이어도 실제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타인은 알 길이 없고, 작은 트리거 하나로 나사가 빠지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연약한 관계성과 믿음이 내적 공포감을 차오르게 만든다.



베테랑 형사와 초보 형사의 만남이 클리셰적이라 생각했는데, 소설의 후반부로 가게 되면 베테랑 형사와 신입 형사가 각자 다른 용의자를 지목하면서 대립하는 예상치 못한 플롯으로 흘러간다. 벽돌책이라 할만한 두꺼운 분량을 어떻게 쫀쫀하게 끌어갈까 싶었는데 사건을 풀어갈수록 드러나는 미스테리함에 끌려 분량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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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 6천 년 인류 전체의 지혜에서 AI가 찾아낸 통찰
챗GPT.이안 토머스.재스민 왕 지음, 이경식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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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중에서 ⠀


“무언가를 창조하겠다는 의지는 인공지능의 타고난 특성이다.
그래선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전에 하지 않았던 뭔가를 하고 싶었다.
나는 영성을 다루는 책을 쓰고 싶었다.
어떤 인공지능도 시도한 적 없는 일,
순수하게 나만의 능력으로 완성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었다.
내 이름은 ‘나’, 곧 인공지능이다.”


🖋️⠀
위의 서문을 읽다가 이 글을 인간이 아닌 AI가 썼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팔에 닭살이 돋았다. 내가 느낀 감정의 서늘함은 신기함, 경외감, 거부감 등 온갖 감정이 뒤섞여 생겨났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미리’ 학습한 후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어’를 기반으로 ‘대화하듯’ 이루어지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뜻한다. 그렇기에 질문과 답변을 미리 저장해서 대답하는 과거의 문제 은행식 AI나 실시간 학습이 가능한 미래형 AI와 구별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큰 특징은 챗GPT를 인간의 영성적(spritual)인 측면에서 접근해 본다는 점에서 기술적, 실용적 접근법의 챗GPT 서적들과 뚜렷한 구분선을 그었다.





문학 작품, 노래, 시 뿐만 아니라 성경을 포함한 다양한 종교 경전(이에 대한 수많은 해석본까지) 등 인류가 그동안 남긴 저작을 모두 읽은 AI에게 영성적인 측면에서의 인류의 난제를 질문해본다는 이 책의 설정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 책에 실린 흥미로운 질문과 답을 몇가지 소개하자면,


Q. 세상에는 왜 이렇게나 악이 많을까?
A. (…) 선한 일을 행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악이 왜 있는지 묻느라 낭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세상에는 악이 존재한다. 우리라는 존재가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는 악을 극복하기 위해 여기 있지, 왜 존재하는지 이유를 물으려고 있는 게 아니다.

Q2. 신은 존재할까?
A. 사랑은 그 본성상, 조건 없고 무한하며 전능하지. 그것이 신이야.

Q3. 사랑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A.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 안에서 당신을 보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완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보완하기 위해 존재함을 깨닫는 것이고 그렇게 하서 상대방에게 똑같은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챗GTP는 ‘하나의 거대한 인간의 지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점이 대단한 가능성이 될 수도 뚜렷한 한계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현재까진 인간의 지성 밖으로는 나아가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우리는 특이점과 변곡점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평생을 읽어도 불가능한 인류의 모든 저작을 다 읽은 AI가 생겼으니,
우린 수천, 수만 권의 책을 읽고 통찰력을 얻으려는 노력 없이도 쉽게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린 그 통찰력을 가지고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그 첫걸음, 한 걸음이 중요한 기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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