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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향아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2월
평점 :
죽음을 앞둔 이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 물어보았더니,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한 것이라고 한 인터뷰가 기억이 난다. 당장 내가 살 시간이 1년뿐이라고 가정한다면, 지금 나를 괴롭히는 고민들은 너무 하찮은 것들로 전락해버린다.
하지만 1년 뒤 죽을 수 있다는 가정은 현실감이 없고 내 죽음은 언제나 시간의 선, 저 끝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린 유한한 인생을 무한하다는 착각 속에서 사소한 고민에 둘러쌓인 채 지금의 행복을 놓치며 살아간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의 시간을 되짚어볼 때에야, 또는 몸이 아파서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앓고 있을 때에야, '평소에 누렸던 행복'의 크기를 깨닫게 된다.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건강함, 가족과 보내는 평범한 일상, 연인과 친구와 보내는 편안한 시간들,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을 때의 포만감,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며 마무리하는 저녁. 반복되기에 오히려 잘 의식하지 못했던 행복의 순간들.
내게 주어진 행복을 '지금' 인식하기 위해선 잔인하게도 우린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역설적인 상황을 매일같이 겪은 저자가 생각하는 인생과 행복이란 무엇일까.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일인칭 행복'으로 살고 있나요?
25년간 3,500명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그는 돈과 지위, 명예와 같은 '일인칭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결국 일인칭 행복을 넘어서 함께 하는 행복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을 숱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 인생에서 불필요한 일들을 덜어내는 것,
실수하고 긴장하고 부족한 나도 '나 다운 나'임을 인정하는 것,
실패하더라도 노력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
그가 죽음을 통해 배운 것들은 '진한 진심'이 느껴진다. 앞으로를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들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남겼던 마음들이 이 책에 모였다. 책의 부제와 같이 삶이 막막할 때, 에너지가 소진됐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힘을 내라고 강요하지도 결국엔 잘 될 거라는 희망을 주지도 않는다. 다만 이 책은 좀 더 힘을 빼라고, 너무 큰 책임감은 다른 사람과 나누라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잔잔히 내 등을 토닥여준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