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 샘터어린이문고 66
안미란 외 지음, 황성혜 그림 / 샘터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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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섯 명의 동화 작가가 공저한 어린이 책으로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고 있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큰 글씨에 귀여운 그림이 가득하지만 내용은 오히려 어른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귀엽다고 쉽게 데려와선 귀찮다고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도, 비윤리적인 강아지 공장을 운영하는 이도, 잔인하게 동물을 학대하는 이도 모두 어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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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이란 단어를 썼던 때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애완(愛玩)은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이란 뜻으로 동물을 대하는 데 있어 인간 중심의 사고가 담긴 단어라 할 수 있다. 동물을 인간의 소유물로써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반려자, 동반자로 대우하자는 취지로 반려동물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이란 대체된 단어가 가지는 힘은 대단하여, 예전에 비한다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음을 느낀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가치도 '반려伴侶'와 같다. 반려의 뜻, '짝이 되는 동무'와 같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반려자로 동물을 생각하게끔 한다. 지구의 역사로 보아도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라 할 수 없다. 애초에 '생명'을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반려동물은 내가 소유한 것이 아니다. 단지 책임을 질 뿐,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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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집은 어디일까. 동물이 사는 곳은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 배타적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포함해서 우리 주변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동물권을 넘어서 동물들의 '정주권定住權'까지 다룬 책으로 의의가 있다.

가벼운 책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고 개운하지만은 않다. 비난의 화살은 모두 어른에게 몰려있다. 그 말은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길도 어른에게 달려 있다는 뜻이 된다. 여전히 동물권을 위한 길은 한참 남아있고, 실천에 대한 숙제가 우리에게 남았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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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향아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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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이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 물어보았더니,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한 것이라고 한 인터뷰가 기억이 난다. 당장 내가 살 시간이 1년뿐이라고 가정한다면, 지금 나를 괴롭히는 고민들은 너무 하찮은 것들로 전락해버린다.

하지만 1년 뒤 죽을 수 있다는 가정은 현실감이 없고 내 죽음은 언제나 시간의 선, 저 끝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린 유한한 인생을 무한하다는 착각 속에서 사소한 고민에 둘러쌓인 채 지금의 행복을 놓치며 살아간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의 시간을 되짚어볼 때에야, 또는 몸이 아파서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앓고 있을 때에야, '평소에 누렸던 행복'의 크기를 깨닫게 된다.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건강함, 가족과 보내는 평범한 일상, 연인과 친구와 보내는 편안한 시간들,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을 때의 포만감,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며 마무리하는 저녁. 반복되기에 오히려 잘 의식하지 못했던 행복의 순간들.

내게 주어진 행복을 '지금' 인식하기 위해선 잔인하게도 우린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역설적인 상황을 매일같이 겪은 저자가 생각하는 인생과 행복이란 무엇일까.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일인칭 행복'으로 살고 있나요?

25년간 3,500명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그는 돈과 지위, 명예와 같은 '일인칭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결국 일인칭 행복을 넘어서 함께 하는 행복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을 숱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 인생에서 불필요한 일들을 덜어내는 것,
실수하고 긴장하고 부족한 나도 '나 다운 나'임을 인정하는 것,
실패하더라도 노력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

그가 죽음을 통해 배운 것들은 '진한 진심'이 느껴진다. 앞으로를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들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남겼던 마음들이 이 책에 모였다. 책의 부제와 같이 삶이 막막할 때, 에너지가 소진됐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힘을 내라고 강요하지도 결국엔 잘 될 거라는 희망을 주지도 않는다. 다만 이 책은 좀 더 힘을 빼라고, 너무 큰 책임감은 다른 사람과 나누라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잔잔히 내 등을 토닥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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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 장동선 박사의 인공지능 이야기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장동선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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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타버스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AI가 보편화 될 세상에서 그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AI와 함께할 미래는 현실 감각을 상실한 채, 마치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쯤으로 미뤄두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AI 기술을 빠르게 완성시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는 빠르게 구체화될 것이다.

이미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거란 것은 자명한 일이 되었고, 인간이 하던 많은 일들은 AI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미래에 대한견해는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적으로 팽팽히 맞선다고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 '가지 않은 길'과 같이 우린 두 갈래 길을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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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와 같이, '인공지능과 인간,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위하여'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하고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어려운 질문을 꺼내놓는다. 앞으로 우리가 당면할 문제와 숙제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깊은 고민들이 필요했다.

이미 자율주행 기술에서 '인공지능 윤리' 문제는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책에서는 대표적인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를 거론하면서 윤리적 판단의 어려움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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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목숨을 희생해야 한다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가령 다섯 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차량 내부에 탑승한 한 명을 우선시해 차량 외부에 있는 다섯 명의 목숨을 희생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가?'

어떤 것도 더 나은 해결이 될 수 없는, 이와 같은 무수한 문제들을 우린 어떻게 설계해야할까. 인공지능 윤리뿐만이 아니다. 책에서는 우리가 고민해야하는 문제로 개인정보 보호&보안, 기술과 디지털 디바이드 소외 문제, 그리고 채용 과정 등에서 인간 평가를 인공지능에게 맡겨도 되는지에 대한 문제도 거론하고 있고 역시나 하나같이 묵직한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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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견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두 가지로 나뉘고 모두 극단으로 치우쳐 있어 우리의 미래는 희극과 비극이 교차한다. 아직은 방향키를 바꿀 수 있는 여유가 있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부터라도 AI와의 공존의 문제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래는 우리 손안에 있다. 스스로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주어진 선택을 따를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마지막 저자의 목소리의 울림이 크다. 우린, 우리가 창조한 AI와 어떤 미래를 그려나가야 할까. 붓은 우리에게 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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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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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이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조금 고민하다 대답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내 삶을 온전히 사랑한 건 아니었구나 깨닫는다.

현대사회는 예전보다 편리해졌고 풍요로워 보인다. 하지만 더 행복해졌는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에리히 프롬이 책의 제목에 '여전히(still)'라는 부사를 쓴 건 분명 뜻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왜 삶을 사랑할 수 없게 되었는가를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 그의 명성에 걸맞게 책은 새로운 시각과 촌철살인으로 가득하다. 뻔한 내용은 없었다.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평범한 명제를 가지고 이토록 다른 내용이 쓰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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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삶을 사랑하기가 그토록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날로 커지며 절대 채워지지 않을 사물에 대한 우리의 욕심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소비'할 때의 잠깐이다. 물건, 음식, 술, 여행, 책, 콘텐츠 등 끊임없이 소비해야만 충족되는 행복감은 사실 허망한 것이었다. 소비하지 않는 나는 허무함, 권태, 불안,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온전한 나로서 안정적이고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의 강박적 소비가 사실은 질병이라고까지 말하는데, 우리 모두가 같은 질병을 앓고 있기에 질병이라는 개념이 의식으로 들어오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소비를 해야 행복하고 사회는 소비를 부추긴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꿈이 건물주가 되어가는 씁쓸한 사회적 풍토가 이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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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경제적 과잉 시대에 가능해진 기본 소득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을 굶어 죽을 위험에서 자유롭게 하고, 경제적 위험에서 진정으로 해방시키고 독립시킬 수 있다. 그 누구도 굶어 죽는 게 겁나 특정 노동조건을 수락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본소득으로 우린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유토피아적인 발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기본소득은 미래의 경제적 과잉 시대에 현실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모든 사람이 기본소득을 받는다 하더라도 기본소득만을 받는 사람과 추가로 고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들 사이의 빈부격차는 여전할 수 있으며, 지금과 같은 소비지향, 소비중독적 사회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는 기본소득의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을 거라고 경고한다.

그는 말한다.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비법은 없지만 많이 배울 수는 있다." 편하게 얻을 수 있는 '비법'으론 삶을 사랑할 수 없다. 삶을 사랑하는 일은 부단히 노력하고 배우며 변화해야 얻을 수 있는 가치임을 에리히 프롬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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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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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욕심이라면 백 개도 만 개도 맘껏 부려도 좋겠다.

-두루마리 휴지의 포장비닐을 손으로 쭈욱 찢고 싶은 마음
-실패해도 되는 선이 어디인지 알고 싶은 마음
-마음에 끼는 장갑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저자의 기발하고 소소하고 귀여운 욕심들을 보니, 내가 부린 욕심이 너무 커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사실 욕심에 대한 스케치 에세이집이라고 했으나, 욕심에 대한 내용은 책 초반에 조금 나올 뿐,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는 큰 욕심 없이 주어진 인생의 모든 시간들을 특별하게 생각하며 잔잔한 삶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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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은 우리와 닮아 있다. 우리가 항상 경험하는 것들. 책상의 양쪽을 함께 들고 옮기는 순간, 단잠을 자는 행복감, 휴일 오전에 집안일을 후딱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 그래서인지 작가의 그림과 내 기억이 병렬적으로 읽힌다. 그저 흘려보면 내 소중한 일상의 기억이 아깝게도 느껴진다. 잘 그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어설프게나마 그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도 살짝 욕심이 생기려 한다.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아주 사소한 생각의 씨앗이 싹트는 것도 허투루 보지 않는 마음. 덕분에 나도 자잘한 생각의 물꼬를 트이게 하고 생각지도 않은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다. 새롭고 엉뚱한 시각에서 보면 평범한 것도 모두 소재가 된다. 특별해야 주목받는 시대를 살면서 튀어야하고 흔치 않아야 하고 독특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이 책은 그냥 나로서의 평범함을 사랑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한다. 참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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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 일상이라도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려놓고 한참 후에 본다면, 그 평범한 순간들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매분, 매초 그런 빛나는 순간들을 살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다. 그래서 우리는 글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열심히 기록해야 한다. 그런 기억을 되돌아볼 때 우린 지금을, 앞으로 올 모든 시간들을 사랑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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