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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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욕심이라면 백 개도 만 개도 맘껏 부려도 좋겠다.

-두루마리 휴지의 포장비닐을 손으로 쭈욱 찢고 싶은 마음
-실패해도 되는 선이 어디인지 알고 싶은 마음
-마음에 끼는 장갑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저자의 기발하고 소소하고 귀여운 욕심들을 보니, 내가 부린 욕심이 너무 커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사실 욕심에 대한 스케치 에세이집이라고 했으나, 욕심에 대한 내용은 책 초반에 조금 나올 뿐,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는 큰 욕심 없이 주어진 인생의 모든 시간들을 특별하게 생각하며 잔잔한 삶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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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은 우리와 닮아 있다. 우리가 항상 경험하는 것들. 책상의 양쪽을 함께 들고 옮기는 순간, 단잠을 자는 행복감, 휴일 오전에 집안일을 후딱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 그래서인지 작가의 그림과 내 기억이 병렬적으로 읽힌다. 그저 흘려보면 내 소중한 일상의 기억이 아깝게도 느껴진다. 잘 그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어설프게나마 그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도 살짝 욕심이 생기려 한다.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아주 사소한 생각의 씨앗이 싹트는 것도 허투루 보지 않는 마음. 덕분에 나도 자잘한 생각의 물꼬를 트이게 하고 생각지도 않은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다. 새롭고 엉뚱한 시각에서 보면 평범한 것도 모두 소재가 된다. 특별해야 주목받는 시대를 살면서 튀어야하고 흔치 않아야 하고 독특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이 책은 그냥 나로서의 평범함을 사랑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한다. 참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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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닌 일상이라도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려놓고 한참 후에 본다면, 그 평범한 순간들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사실 우리는 매일, 매분, 매초 그런 빛나는 순간들을 살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다. 그래서 우리는 글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열심히 기록해야 한다. 그런 기억을 되돌아볼 때 우린 지금을, 앞으로 올 모든 시간들을 사랑할 수 있기에.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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