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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검승부 부수 한자 사전 - 부수의 힘! 문해력을 높이는 한자 공부 ㅣ 진검승부 부수 한자
정원제 지음 / 지노 / 2022년 2월
평점 :
감각과 인식은 밀물과 썰물처럼 몸을 드나들며 '비소(誹笑)'를 띠는 한편 몸의 주인에게 '비소(砒素)'를 건넨다.
-<상아의 문으로>, 구병모
앞의 '비소(誹笑)'는 '비웃는 웃음'이고, 뒤의 '비소(砒素)'는 '농약이나 의약의 원료인 비금속 원소'를 뜻한다. 구병모 작가는 아침마다 국어사전을 책처럼 읽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소설에는 생경한 단어들이 가득해서, 책을 잠시 내려놓고 사전을 찾으며 다시 읽어 내려가야 했다. 특히 동음이의어를 자주 쓰는데, 괄호 안에 한자만 안다면 굳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대략의 뜻을 알 수 있겠지만, 한자를 자주 사용하지 않으니 이제는 외웠던 것마저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한자를 하나하나 다 외우려고 생각하면 그 숫자에 압도당해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부수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모르는 한자라도 어느 정도 뜻을 유추할 수 있고, 사전을 찾기도 쉬워지며 같은 부수가 쓰인 한자들을 묶어 금방 익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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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 안에 부수가 둘이라면, 어떤 부수를 중심으로 해석해야 할까?"
『진검승부 부수 한자사전』은 한의사인 저자가 한자를 즐기듯 공부해 보자는 시도로 시작되었다. 이 책의 제목에 '진검승부'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부수와 부수가 삼국지의 장수들처럼 일대일 대결을 펼치면 누가 이길까 하는 가정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한자를 공부할 때 부수의 중요함을 누누이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한자 안에 여러 개의 부수가 있을 땐 우선순위를 몰라 헤맸었다.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책을 다독할수록 아는 단어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모르는 단어가 더 빠르게 쌓였다. 한자를 알았다면 해석하고 지나갈 수 있는 단어도 한자를 모르니 아예 모르는 단어로 남아 버린다. 그래서 한자를 다시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이 책엔 총 214개의 부수가 실려 있다. 부수의 상형 원리를 자세히 알려주기 때문에 따로 애써서 외우지 않아도 이미지가 떠올라 뜻이 쉽게 유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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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雨(비 우)는 구름에서 비가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비가 하늘에서 내리는 것처럼 雨(비 우)는 글자의 상단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예외 없이 부수가 된다고 한다. 즉 雨(비 우)는 대결에서 항상 승자가 되는 부수이다. 雨(비 우)가 윗단에 붙으면 '雲(구름 운)', '雪(눈 설)', '電(번개 전)'과 같이 기상 관련 글자가 되는 것이다.
禾(벼 화)에서 껍질을 벗긴 상태가 米(쌀 미)라고 한다. 모양을 보니 바로 수긍이 된다. 米(쌀 미)는 좌측에 부수로 붙었을 때 매우 강하며, 쌀 혹은 쌀을 가공한 음식과 관련한 글자에 쓰인다. '糧(양식 량)', '粉(가루 분)', '精(찧을 정)'이 대표적이다.
한자를 '부수의 힘겨루기'로 접근하니 상당히 쉽고 재밌었다. 부수를 익히는 책으로도, 옆에 두고 늘 찾는 한자사전으로도 손색이 없다. 문해력과 어휘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