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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평점 :
찰나의 순간이 무수히 모여 영원이 된다지만, 우리는 순간과 영원 모두 온전히 경험할 수 없다.
'순간'은 눈에 보이지만 잡으려면 손아귀를 벗어나는 물과 같고, '영원'은 보이지 않고 잡을 수도 없는 공기와 같다. 그림은 우리가 놓쳤던 수많은 순간을 닮았다. 찰나의 햇살, 향기, 색감, 분위기 그리고 인물의 감정과 자세, 표정까지 캔버스 안에서 영원의 생명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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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더러 지루하거나, 간혹 남루해진 현실이라는 큰 벽에 구멍을 낸 뒤 사각의 틀에 끼워 만든 작은 창이 된다." __'작가의 말' 중에서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에 담긴 219명의 예술가의 365점의 작품은 그렇게 우리가 손에 쥘 수 없는 순간과 영원을 품은 채, 몇 백 년의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의 영감과 위안이 되어준다.
이 책은 올 연초에 베스트셀러로 인기가 높았던 『365일 명화 일력』의 판형과 디자인을 새롭게 하여 출간된 소장본이다. 『365일 명화 일력』은 책상에, 혹은 침대 옆 협탁에 세워두고 언제든 가볍게 넘겨볼 수 있는 편의성이 있었다면,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은 훨씬 커진 도판으로 그림의 세세한 표현과 질감이 만져질 듯 가깝고 색감이 선명하여 '소장본'으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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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명화들을 테마별로만 크게 분류할 뿐, 미술사조나 작가별로 딱히 순서를 맞춰 세우지 않은 채, 그저 매일매일 그림을 내어준다. 마지막에 작품 인덱스를 제공할 뿐, 책 앞에 늘 있던 목차도 없으며 설명은 최대 4줄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는 다음 장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우연처럼 그림들을 만난다. 그런 '무지 상태의 놀람과 기쁨'을 매 페이지마다 느낀다.
365점의 작품 속에는 내 지나간 기억의 편린들이 있고, 여행의 순간이 있고, 동경과 환상도 있으며 또 어떤 그림 속엔 나의 불안함, 두려움, 걱정과 공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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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은 그림을 독자에게 이해 시키려 애쓰지 않고 단지 날마다 그림 하나를 조용히 보여주며 어떤 날엔 기분 좋은 에너지가 되고 또 어떤 날엔 온전한 휴식으로 남는다.
그림을 볼 땐 나에게 '해석과 감상의 온전한 자유'가 주어진다. 어떻게 느끼든, 그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찾든 간섭할 이가 없다. 어느덧 그림엔 나의 경험이 투영되어 내 이야기로 한 겹 덧씌워진다. 침묵하고 정지한 그림과 이토록 깊은 대화와 교감이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더 명확해졌다. 365일, 우리의 모든 순간엔 미술이 있어야만 한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