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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지식문화사 - 세상 모든 지식의 자리, 6000년의 시간을 걷다
윤희윤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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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는 눈의 확장이고,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독서는 사유의 확장이라면, 도서관은 인간다운 삶의 확장이다." __287p
나는 항상 공공도서관 근처에서 살고 싶었다. 집에서 내다보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서관은 언제든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는 거대한 비밀의 책장과 같이 느껴졌다.
장서가 가득 꽂힌 책장 사이의 좁은 통로를 천천히 걸으면, 서로 마주 본 책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 속 공기는 언어로 가득 차 있어서, 단어를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걷는 걸음마다 문장이 몸에 달라붙었다.
책장의 맨 아래 칸에서 책을 찾으려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무아지경으로 독서에 빠져 있는 사람, 양손으로 책을 한가득 안고서 또 빌릴 책이 없는지 유심히 살피는 사람들... 머리가 복잡할 땐 도서관을 향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수만 권의 책이 쏟아내는 무음의 언어들이 가득 찬 도서관에서 극한의 평온한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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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지식문화사』는 늘 우리 곁에 있었던 도서관의 6000년의 시간을 되짚어본다.
도서관의 역사 속에서 알게 된 것은, 인류에게 기록은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으며 따라서 책과 도서관은 '우연적'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책과 도서관의 존재는 인류에게 필연적이므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도서관 위기론의 부상은 '기술맹신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도서관의 위기론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과거를 통해 보면 위기론으로 도서관의 역할이 축소되기 보다는 오히려 그 역할과 기능이 확대된 모습을 보여준다.
즉, 도서관은 디지털 정보에 잠식 당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장서(종이책) 중심의 단단한 뿌리를 깊이 내린 채 시대 흐름에 맞는 기능을, 마치 새로운 가지를 내뻗듯 확장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요체로 삼지 않는 도서관은 더 이상 도서관이 아니라고 말하며, '독서의 위기가 곧 도서관의 위기'라 역설力說한다. 단순히 도서관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선택한 책이었는데, 저자의 전문성과 깊이 있는 내용에 빠져들고 어느덧 공공도서관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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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국제도서관협회와 유네스코는 공공도서관을 "인종, 국적, 연령, 성별, 종교, 언어, 장애, 경제적 직업적 지위, 학력을 불문하고 모든 구성원에게 지식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시설"로 정의했다. 공공도서관은 가장 순수하고 평등하고 민주적이고 개방적 곳이다. 공공도서관은 인터넷과 달리 가짜 정보가 없으며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며 검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가장 민주적인 공공재로서, 인류 문명과 지식의 보루로서, 디지털 파시즘이 초래하는 위기 극복방안으로서의 공공도서관 존재의 당위성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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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류에게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공공도서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도서관 지식문화사』는 세계 각국의 현대적 공공도서관을 소개하며 도서관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회의 거실'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는 도서관의 방향성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서관 지식문화사』는 도서관에 대한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도서관 사전'과도 같은 책이었다. 내용이 방대하고 전문적이며 두꺼워서 쉽게 읽히진 않았지만,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음미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확신한다.
"책이 없으면 신은 침묵하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체되고, 철학은 불구가 되고, 문학은 벙어리가 되며, 모든 것은 키메리안의 어둠 속에 묻힌다." -바르톨리니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