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
E. M. 리피 지음, 송예슬 옮김 / 달로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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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의 저자 E.M. 리피는 데뷔작 <레드 더트>로 '아이리시 북 어워드'와 '루니 아이리시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서쪽의 작은 섬나라인 아일랜드는 세계 문학사에선 큰 지분을 차지한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923년)​, 조지 버나드 쇼(1925년)​, 사무엘 베케트(1969년)​, 셰이머스 히니(1995년)​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 <율리시스>의 제임스 조이스 역시 걸출한 아일랜드 출신 작가이다. 문학적 족적이 큰 나라라 그런지, 책의 띠지에 적힌 '아이리시'란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게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리시 작가는 이 책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소설 『스킨』​의 주인공 나탈리는 자신의 몸을 거대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소설 속에서 타인이 직접적으로 그녀의 외모에 대해 묘사하거나 비하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나탈리의 몸매가 실제로 어떨지 독자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녀의 자기혐오나 비하를 통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은 자기혐오를 가진 주인공이 천천히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새로웠던 점은 주인공이 살을 빼거나 남들이 인정할 만큼 아름다워져서 자기 혐오를 극복한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인공은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원하는 인생의 길을 찾았을 뿐, 외모적으로 바뀐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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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아름답단다.
모든 게 다요? 그럼 나도?
지금 너는 살아 있잖아. 그러니 아름답지.
자존감이 낮은 걸 어떡해요. 나도 어쩔 수 없다고요.'
그냥 그런 거야. 넌 아무 문제 없어. __2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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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자기혐오를 하는 것도, 자존감이 낮은 것도 원래 그런 거라고, 괜찮다고 말해준다. '넌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이 마음속 깊은 곳에 닿아 반복해서 울린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그 문장 하나가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는 채 단단한 위로가 되어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혐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대가 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은 지극히 좁고 편협하며, 미디어에선 획일화된 미를 배포하듯 뿌려 댄다. 비교를 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은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또 비교의 길에 올라타고 혐오, 자기 부정, 자괴감의 종착지에 가닿는다.

자기혐오에 잠식되면 자신의 안 좋은 면만을 보게 되며, 다른 사람을 볼 때에도 내가 가지지 못한 점만 보며 부러워한다. 고개가 한 방향으로만 고정되는 것이다. 주인공은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의 눈에 비친 자신에게서 괜찮은 면을 하나씩 발견하고 그런 경험이 두껍게 쌓이면서 조금씩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도 돌리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살을 빼고 자신감을 되찾는다는 뻔한 결말로 가려나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긴 보다는 그녀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 것으로 자기혐오를 극복해낸다. 이 책은 우리가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맞춰 살고 있진 않은지 생각하게 하고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다독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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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라도 만나라고 그렇게들 닦달하더라. 누구나 자신의 보필을 만나야 한다고, 나머지 반쪽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데 그거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는 혼자서도 완전한 존재야. 자신의 반쪽을 타인으로 채울 생각은 하지 마 __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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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하면 남들도 널 똑같이 볼 수밖에 없어. (...) 자신에게 하는 말이 결국 자기 겉모습으로 나타난대. 신경과학적으로 그래. 우리 두되는 오류를 싫어하거든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우리가 떠먹이는 말의 증거를 찾아낼 거야. __113p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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