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 - 실재에 이르는 10가지 근본
프랭크 윌첵 지음, 김희봉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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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적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가 가늠하기조차 버거운 거대한 우주의 진실은, 여러 세대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 덕분에 기적적으로 조금씩 밝혀져 왔다. 이 책의 저자 프랭크 윌첵도 그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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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풍부하고 단순한 세계』​는 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랭크 윌첵이 우주의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의 근본을 단순하지만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1 공간이 풍부하다
2 시간이 풍부하다
3 성분이 아주 적다
4 법칙은 아주 적다
5 물질과 에너지가 풍부하다
6 우주의 역사는 펼쳐진 책이다
7 복잡성이 창발한다
8 더 봐야 할 것이 많다
9 미스터리는 남아 있다
10 상보성은 마음을 확장한다


프랭크 윌첵이 제시하는 열 가지 근본은 튼튼한 기둥이 되어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우주 이해의 기틀을 마련해 준다. 그리고 그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의 모습까지 추측해 본다.


예를 들어 윌첵은 태양 에너지의 풍부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재 우리는 1인당 25 어휴먼의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태양에서 나오는 연간 에너지 출력은 1인당 대략 500조 어휴먼을 공급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25와 500조의 차이는 우리가 여전히 다가가지 못한 우주의 미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단지 지구로 오는 태양 에너지만으로는 현재 에너지 소비량의 10,000배까지 수확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미래엔 어떤 방식이든지 태양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수확'해서 경제 성장을 이룰 것이란 저자의 주장은 너무도 선명한 미래로 다가온다.


흔히 우주의 규모로 보자면 인간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라고 하지만, 윌첵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의 몸에는 관측 가능한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보다 더 많은 수의 원자가 들어 있고, 우리의 뇌는 우리 은하에 있는 별의 수만큼이나 많은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12p) 윌첵은 저 광활한 우주만큼이나 우리 내부의 우주도 넓고 풍부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주적 크기에 의해 모든 게 압도되는 시각이 아니라 윌첵은 한 발짝 떨어져 정확하고 냉철한 시각으로 독자에게 우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우주를 이해하는 건 단지 호기심의 차원에서, 신비롭고 미지의 세계의 문을 여는 것처럼 접근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우린 결국 우주의 일부이며, 우주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건 우리가 사는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도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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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 개정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이혜승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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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대표적인 다언어 작가로서 러시아 문학, 영문학 모두에서 큰 업적을 세운 작가로 인정받는다. 대표작으로는 『절망』, 『재능』, 『사형장으로의 초대』 등이 있으며, 특히 기념비적인 성공을 거둔 『롤리타』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웰즐리 칼리지, 코넬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문학 강의를 하였고 당시 그의 강의는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이 책은 러시아 대표 작가 여섯 명, 열다섯 개의 작품에 대해 나보코프가 남긴 자필 원고, 메모 형태로 남아 있던 강의록을 한 권의 책에 담아 출간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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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과거에 살았던 문학의 거장과 함께 러시아 문학을 재독해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우리가 눈으로 빠르게 훑고 지나갔던 문장을 나보코프는 일시 정지시키거나 슬로모션을 걸어 글 속에 담긴 풍경, 색감, 온도, 분위기, 감정은 물론 작가의 의도, 함의를 온통 끄집어 내어 우리 눈앞에 배열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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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진정한 문학은 심장이나 뇌(영혼의 위라고 할 수 있는)에 좋다는 물약 삼키듯 단숨에 들이켜 버리면 안 된다. 문학은 손으로 잘게 쪼개고 으깨고 빻아야 한다. 그래야만 손바닥의 오목하게 파인 가운데에서 풍겨 나오는 달콤한 향을 음미할 수 있다. 그것은 아삭아삭 씹어서 조각난 상태로 혀 속에서 굴려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가진 진귀한 향기를 감상할 수 있다. __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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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문장은 나보코프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와 소화하는 방식을 가장 잘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하나의 문학 작품을 큰 덩어리로 다루기보다는 페이지, 문장 단위로 쪼개 들어가 가장 작은 단위에까지 접근하였다가 다시 그 조각들을 합쳐 전체를 조망한다. 그의 강의를 따라가다 보면 막혔던 생각의 길이 뚫리고 나보코프의 시선이 더해져 작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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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평이 꽤 신랄하다고 할 만큼 그의 주관적 견해가 짙게 묻어난다. 특히 도스토옙스키는 '문학적 진부함이라는 황량함을 지닌 평범한 작가에 불과하다'라고 했으며, 심지어 그의 이런 정체가 폭로되길 간절히 원하다고까지 말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 <가난한 사람들> 등 대표작을 나열하기도 버거운 대문호를 일말의 여지도 없이 비판하는 그의 날카로움이 이 책에 생생히 살아 있다.


어떤 대목에선 충분히 납득이 되고, 또 다른 부분에선 고개가 내저어지기도 한다. 그의 강의는 이렇듯, 뭉툭하기보다는 뾰족해서 책을 읽으면서 부지런히 질문과 답이 오가고 긍정과 비판을 주고받는다. 당시 강의실에 퍼져 나갔을 그의 말이, 이젠 책에 담겨있어도 여전히 '강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러시아 문학의 특수성은 무엇인지, 우리가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알려주는 책으로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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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자라는 방 : 제7회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
강수진 외 133명 지음, 꿈이 자라는 방을 만드는 사람들 엮음 / 샘터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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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될 거예요?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길을 걷다 만난 초등학생 아이에게 '어떤 사람이 될 거냐'라는 질문을 했다. 아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출연자가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하고 아이 대신 대답을 한다. 그 말에 이효리는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고 말해준다. 훌륭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너대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는 이효리의 말이 어른인 나에게도 큰 위로로 다가왔다.


방송을 보고, 어른이 무심코 한 말에 아이들의 꿈에 한계선이 그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꿈은 외부의 영향이 아닌, 자기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나무와 같아야 한다. 하나의 꿈이 긴 뿌리를 내리고 굵은 기둥의 나무가 되어 높이 자라날 수도 있고, 여러 꿈들이 작은 숲을 이루듯 동시에 자라날 수도 있다. 아니면 아직 발아될 준비가 되지 않은 씨앗이 땅속에서 때가 되길 기다릴 수도 있다.


이 책은 134명의 아동, 청소년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막연한 생각으로 가지고 있었던 꿈을 글로 써 내려가고 그림으로 표현해 내니 자칫 흩어질 수 있는 꿈이 씨앗으로 단단히 모여 아이들 마음속에 심어진다. 그렇게 아이들의 꿈이 자라난다.


134명의 꿈들을 보니, 단지 무엇이 되고 싶다는 바람만 있지 않았다. 꿈을 향한 고민과 노력, 다짐, 희망들도 함께 보였다. 일전에 법륜스님께서 꿈에 대해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꿈=직업으로 생각하기보단 창의적인 요리사, 행복한 과학자처럼 직업 앞에 수식어를 붙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 그 수식어 속에는 삶을 대하는 중요한 태도가 담기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동, 청소년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꿈꾸는 세상이 되길, 직업이 곧 꿈이 되기보단 삶을 향한 태도도 함께 꿈꾸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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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혼 을유세계문학전집 37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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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얘기했듯이, 러시아 문학은 등장인물의 길고 어려운 이름의 산을 넘으면 반은 읽은 거나 다름없다. 난해할 것 같다는 선입견과 달리, 러시아 문학은 초반엔 험하지만 중반 이후론 완만하게 이어져 정상 등반이 무난한 산山​과 같다. 고골의 장편 소설 『죽은 혼』 역시, 제목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분위기와 어려운 이름 탓에 진도가 안 나가던 처음을 겪어내니 그 뒤론 궁금증과 몰입감으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혼』의 시대 배경은 농노제를 기반으로 하는 19세기의 러시아이다. 주인공 '파벨 이바노비치 치치코프'는 여러 도시들을 다니면서 농노를 많이 거느린 지주들을 찾아다닌다. 그가 왜 지주들을 만나려 애를 쓰는지 독자는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치치코프가 '죽은 농노를 사고 싶다'라고 지주에게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대목에서부터 독자는 그의 의도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황당함과 의아함이 섞인 물음표를 지닌 채로 페이지를 내달리게 된다.



치치코프가 사고자 하는 죽은 농노들은 사실은 사망하였지만, 7년에서 10년 주기로 시행하는 인구 조사 전까지는 살아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국가에 인두세까지 내야 한다. 그럼에도 치치코프는 '죽은 혼'들을 사 모으는 데 매우 집착한다. 죽은 농노를 사고파는데도 치치코프와 지주들 간에 치열한 심리전과 흥정이 오고 가는 게 우습게 느껴진다.



고골은 주인공이 죽은 혼을 사들인다는 설정을 작품 속에 깊이 심음으로써, 땅속에 묻혀 보이지 않던 죽은 뿌리들이 줄줄이 딸려 나오게 하는 효과를 얻는다. 치치코프가 만나는 지주들은 하나같이 비인간적, 탐욕적, 위선적이며, 죽은 농노인지도 모르고 오히려 주인공을 도와주는 관료들은 무능력의 극치인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덮으려 했던 농노들의 미심쩍은 죽음까지도 드러난다. 고골이 심어 놓은 이런 영리한 장치 덕분에 강도 높은 체제와 사회 비판이 소설 속에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스토리로써 풀려나간다.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혼』을 읽으며 소설 속의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왠지 모르게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보이는 건 나뿐일까. 소설 속의 코페이킨이란 상이군인의 이야기는 특히나 그렇다. 단지 국가의 필요에 의해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고는 목숨을 바쳐 싸운 국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관리와 국가의 토사구팽적 태도가 지금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모순을 그린 이 소설을 21세기를 사는 지금 우리가 읽어도 시간의 간극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고골의 풍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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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오해 - 관계를 망가뜨리는 10가지 잘못된 믿음
개리 르완도스키 지음, 이지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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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사실 한정적이다. 직접 경험하거나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밖엔 없고, 그래서인지 한 사람의 연애 패턴은 자신의 경험 안에서 쳇바퀴 돌듯 반복해서 굴러간다. 비교를 위한 기본값이 자신의 예전​ 연애이기에 제대로 된 평가도 힘들다.


사실 연인은 단지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는 좋은 관계가 유지되지 못한다. 배우지 않은 사랑엔 오해가 많아서 연인과의 관계를 힘들게 한다. 사랑에 빠지는 건 운명 같을 순 있으나, 그 이후에 사랑을 잘 이어가는 건 운이 아닌 노력에 달렸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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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사랑에 대한 오해를 풀어 관계가 잘못된 결론으로 이르지 않도록 방향을 다시 잡아 준다. 사랑에 관한 오해의 저자 개리 르완도스키는 사랑과 관계에 관한 150여 개의 논문을 샅샅이 살펴보면서, 사랑에 대한 오해들을 찾고 기록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산물이다.


사랑에 관한 오해 중 대표적인 것이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라는 것인데, 저자는 1400개의 뇌 MRI 분석 결과를 통해 남자와 여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꽤 오래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의 인기가 대단한 적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를 다른 행성인으로 치부할 정도로 남녀의 차이를 부각해 설명한 글들은 꽤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뇌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심리 변수에서 여자와 남자는 거의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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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잘못된 전제는 잘못된 결론을 낳는다고 말한다. 남녀는 다르다는 성차별적인 믿음을 지니면 문제 행동을 용인하게 되고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단지 남자 또는 여자의 특징으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잘못된 믿음은 '사랑에 관한 오해들' 중 하나일 뿐이다. 수많은 오해들은 이렇게 우리의 관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저자는 관계의 과학을 통해 사랑에 관한 오해를 풀고 바람직한 관계의 모습까지 제시한다.


내 연애는 왜 항상 힘들까 고민한 적이 있다면, 혹은 현재 힘든 사랑을 이어가는 연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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