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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그대에게 - 길 위에서 읽는 마음 이야기
덕조 지음 / 김영사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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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과 같이, 주위가 고요한 가운데 읽기를 추천한다. 정적이 감도는 시간에 이 책을 펼치면 마치 작은 돌 하나 없는 부드러운 흙길을 맨발로 걷는 듯이 편안하고 자유로워진다. 그러다 어느덧 힘을 들여 읽어내지 않아도 글자가, 문장들이 자신의 소리를 내며 그저 내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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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를 명상의 문 앞에 데려다 놓는다. 걸어오는 길에 욕심을 하나 둘 내려놓고 쓸데없이 짊어지었던 무거운 짐들을 미련 없이 버리고 홀가분한 맨몸으로 그 문 앞에서 손을 내밀어 문고리를 돌릴 수 있게 한다. 일전에 『글쓰기 명상』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은 마음의 말을 모조리 쏟아내어 비우는 명상법이었다면, 이 책은 비운 마음에 깨끗한 문장을 받아들여 명상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독서 명상'이란 부제를 붙여도 손색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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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그대에게』는 법정 스님의 맏상좌인 덕조 스님의 글과 직접 찍은 사진들이 실렸다. 맏상좌는 스승의 대를 이을 여러 명의 승려들 중 첫번 째인 사람을 뜻한다. 덕조 스님은 30년 전 법정스님이 주신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사진과 글이 서로 닮아 사진에선 글이 읽혀지는 듯하고 글에선 하나의 풍경이 떠오르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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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때 나는 지나치게 많은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 쓰레기통 비우듯 한꺼번에 비워버리고 텅 빈 마음으로 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오랫동안 못 박힌 듯 있었던 묵은 걱정들과 불안감, 뾰족해서 마음을 찌르고 다니는 시기, 질투, 미움의 감정들. 하지만 감정들만큼 질긴 것도 없다. 그런 감정들은, 비우고 없애고 싶은 내 마음을 오히려 갉아먹고 존재감을 크게 키운 채로 여전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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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쓸데없이 가지고 있었던 감정이 흩어지듯 사라지고, 또 어떤 감정은 크기가 줄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내가 지금 왜 괴로운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겹겹이 쌓인 감정의 층위 밑바닥에 욕심이 자리한 경우가 많다. '욕심이었구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
작가 정여울은 자신의 책에서, '슬픔은 자신의 내부로 끝없이 파고드는 감정의 중력이다.'라고 말했다. 슬픔, 우울, 걱정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는 무게가 있어서 많이 지닐 수록 점점 더 아래로 빠지게 되어 스스로 나오기 힘들어진다. 지금 마음이 힘든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무거운 감정들을 한껏 덜어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 책의 제목과 같이,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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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행복해지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절반밖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
플라톤이 제시한 행복의 조건의 공통점은 '부족함'입이다. 뭐든지 약간 부족한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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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나간 일에 화내는 것은
깨진 유리 조각을 손에 쥐는 것과 같습니다.
손에 힘을 줄수록 피는 더 많이 납니다.
놔버려야 합니다.
깨진 유리 조각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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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불어 살지만 삶은 각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에게 의지하고 살려고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의존심을 끊어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의존하다 보면 상대에게 실망과 상처를 받습니다.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보다 미워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미워하는 마음을 없애려면 의지하는 마음을 없애고
홀로 서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불어 살지만 홀로입니다.
___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