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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맨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
커밋 패티슨 지음, 윤신영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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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우리 모두의 근원적인 질문에 관한 과학사 서적이자 추리소설이다. 훌륭한 미스터리물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시신으로부터 시작한다.❞ ⠀
#도서제공
손에 꼽을 만한 멋진 서두로 시작하는 이 책은 분명 논픽션 책임에도 잘 써진 추리소설처럼 하나의 물음을 가진 채 끝을 향해 달려가게 만든다. 그만큼 스릴있고 긴장감 있다.
1994년 에디오피아 아파르 저지대에서 시신이 한 구 발견된다. '아르디(Ardi)'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시신은 무려 440만 년 전의 고인류 화석으로 그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으로 알려졌던 '루시(Lucy)'보다도 100만 년 정도 앞선 것이었다. 아르디의 발굴은 고인류학계의 '맨해튼 프로젝트'라 불릴 만큼 관심을 받았고, 드디어 인류의 기원을 설명해 줄 화석을 찾은 것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자세한 발굴 결과가 발표되자, 고인류 학계는 아르디 발굴을 무시하거나 못 본 척했고 이 프로젝트를 이끈 팀 화이트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할 이름이 되었다. '아르디'는 그때까지의 주류 이론들과 너무나 많이 충돌하는 '논쟁의 뼈'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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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커밋 패티슨는 다른 책을 쓰는 과정에서 아르디를 배경지식 정도로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이내 점점 아르디에 대해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무려 8년의 시간을 들여 아르디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했으며, 발굴 현장에까지 가서 직접 참관하면서 얻은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이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복잡한 정치 상황, 내전 등으로 혼돈과 긴장의 땅이 된 에티오피아에서 연구진들은 목숨을 내놓고 발굴을 진행해야 했다. 단 하나의 작은 뼈조각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명의 연구진이 한 줄로 열을 맞춰 이동하며 마치 범죄 현장처럼 모든 증거를 수집했다. 이 책이 학문적 자료가 아닌 흥미로운 미스터리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연구팀의 일원이 아닌 제3자의 관찰자 시점에서 쓰였기 때문이다.
화석맨(Fossil Men)들이 찾고자 했던 것은 유인원에서 갈라진 인류의 기원을 설명해 줄 '시신'이었다. 그때까지 가장 오래된 인류화석이었던 루시는 32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종이었다. 하지만 루시는 학계에서 원한 '인류스러운' 화석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팀 화이트는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암흑기라고 불렸던 400만 년 전의 인류 화석, 즉 아프리카 유인원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가장 가까운 시기의 뼈를 찾고 싶었다. 말하자면 그는 '침팬지스러운 인류화석'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르디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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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로 걷던 유인원이 점차 고개를 들고 척추가 펴지며 직립보행을 하는 장면.
유인원에서 인류로 진화하는 이 파노라마 영상은 뇌에 각인될 만큼 여러 번 보았으며, 절대 변하지 않을 사실처럼 생각돼 왔다. 하지만 '초기 인류 조상의 화석'은 놀라울 정도로 '현생 침팬지와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 커다란 물음에 우린 답을 할 수 있을까.
하나의 시신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마치 추리소설처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를 더해간다.
이 책은 인류 진화 과정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한 번에 전복 시킨 뒤 새로운 이해의 땅에 다다르는 험난한 여정이다. 벽돌 책이라 불릴 만큼의 두꺼운 분량, 고 인류학이라는 전문적인 학문에 관한 것이라는 건 독서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진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룰루 밀러의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어류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큼이나 화석맨이 발견한 아르디는 충격과 혼돈을 안겨주었다. 독자를 어떤 방식으로든 뒤흔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한다면, 《화석맨》은 가치 있는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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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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