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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사냥꾼들 - 희망으로 숲을 지배하는 사냥 곤충. 그들의 생존전략! ㅣ 신기한 생태교실 2
성기수 지음 / 일공육사 / 2011년 11월
평점 :
한창 호기심이 왕성해서 이것 저것 겁없이 만져보고 자극 받으면 집중하는 우리 아이가 얼마전 파리 애벌레를 집에서
키워 보자고 플라스틱 통에 담아왔습니다. 꿈틀꿈틀 눈 앞에서 움직이는 이 작은 애벌레에게서 제가 본능적으로 느낀 것은
혐오감이었답니다. 수많은 질병을 옮기는 해충으로 각인된 애벌레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데리고 오다니...
저도 한 때 곤충을 찾아다니고 애벌레를 만지기도 하고 그랬지만 이 번 경우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짧은 식견으로 예측되는 미래가 두려움과 경계를 불러 일으켰거든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당장 갖다 버리라고 말했지만 이런 제 모습에서 아이의 반짝거리고 의기양양한 눈빛에 담겨 있는
아쉬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엄마 입장의 반응에 금새 후회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는 금년 들어 자신의 미래 꿈을
생물학자로 변경했습니다. 누가 알려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요. 언젠가 또 다시 다른 꿈도 갖게 되갰지만
이 꿈을 갖고 있는 동안 그에 걸맞는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어요.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곤충에 관한 책을 찾다가 최근 발간된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서점에 소개된 글에 사진이 많다는 것이 아직 많은 글을 다 이해하지 못할 유아들에게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또한 유년기 산골에서 많은 식물과 동물들을 보며 자란 저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기대가 되었었답니다.
이 책 숲속의 사냥꾼은 글로 읽고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 마치 자연다큐 여러편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만큼
그 관찰내용이 섬세하네요.. 첫 편에 나오는 맑은 개울의 잠수부 물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수없이 보았던
그 곤충이 바로 물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새로운 지식에 즐거워졌답니다. 사실 이 곤충 제가 산골에 살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물가에서 쉬고 있으면 자주 나타나서 무른 파리인가 혼자 생각했거든요.
무지한 마음에 파리가 왜 이런데서 있나했더니만 알고보니 여울이 있는 계곡에서 수서곤충의 애벌레에 침을 꽅아 알을 낳고 그
체액으로 영양분을 삼네요.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는 20쪽의 잠수한 물벌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일본가시 날도래의 애벌레를 찾아 암컷 물벌이 잠수를 하는데 이는 물벌의 2세가 될 애벌레에게 먹이가 되는 대상이 개울 바닥에
서 오직 번데기가 되려는 가장 무기력한 시기로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을 때라는 점이었습니다.
아.. 날도래와 물벌이 그런 관계였구나 저도 깨닫는 순간이었답니다. 날도래 제가 살았던 시골에서 많이 보았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 나뭇잎 우거진 개울의 돌 위에 이 물벌이 많았다는 기억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물벌의 산란을 시간 순서대로
담은 사진에서 저자의 인내와 열정이 느껴졌는데 이 점은 책을 계속 읽어 나가는 동안 더 깊이가 더해져 저에게도 전달되었는지
다른 상황들에서 비추어 보아 그러한 끈기와 열정이 부족한 제게 부러움과 동시에 질투심까지 느껴졌답니다.
어떠한 일의 성취와 기쁨이 있기까지 동반되는 인내심은 곤충 관찰 외의 다른 많은 부분에서도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인것
같네요. 물벌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벌목 곤충이야기를 들려주는 해박함도 새로운 지식에 눈을 뜨게 하는 독자의 욕구를
만족시켰습니다.
영악한 사냥꾼 애기 사마귀에서도 사마귀과의 다른 곤충들의 생태가 많이 담겨 있어서 비교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삶에 다양한 생존방식이 존재하는가 하면 스스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내부적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
이 이 미물처럼 보이는 생명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에서 같은 계에 속하는 깊은 동질감을 느끼게 해서 인지 흥미롭기
그지 없네요.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슬픔과 분노, 애증을 느낄 시간도 없이 생존에 관한 희망만이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 주어서
더욱 애잔한 마음까지 듭니다. 생이 시작되는 싯점은 어디일까요? 사마귀의 알집에서 보다는 그 알을 깨고 나와 세상의 빛을 보며
스스로 움직이는 꼬물거리는 작은 사마귀들에게서 더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네요.
야행성 멋조롱박딱정벌레에서 보여지는 인간과 곤충의 조우는 비록 곤충은 아닐지라도 인간이 곤충의 정신이라 일컬을 수 있는
삶의 방식에 매우 근접하게 다가간 것으로 보여져 감탄하게 됩니다. 예전 시튼의 동물기나 콘라트 로렌츠의 조류와의 동거와
관찰, 베른트 하인리의의 털벌레에 관한 이야기며 상모솔새, 까마귀의 마음에 관한 글들를 읽으며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열광
했던 적이 있는데 또 다시 그러한 에너지가 제 속에서 생성되는 듯하였습니다.
수리부엉이가 입으로 토한 펠릿에서 발견된 딱지날개에서 딱정벌레의 존재에 눈을 뜨게 되고 그들의 생활주기인 깊은 밤중에
은거지를 찾아 나선다는 부분에서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에서 자신이 잘하는 일에 대한 소명을 다하
기 위한 저자의 의지가 엿보이네요. 사실 파브르 곤충기, 식물기를 잘 읽어보려고 사 둔 지 오래되었지만 끝까지 읽기엔 제게
좀 지루한 면이 있었는데 선명한 사진이 첨부되어서 일까요? 이 책은 생태에 관한 이해가 훨씬 잘 되고 또 신뢰되어 집니다.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이며 곤충의 이야기라서 더욱 친근감이 드는 것도 있고요..
왜코벌, 나나니, 여섯뿔 가시거미, 황대모벌... 읽을수록 흥미진진해 지는 이 곤충의 세계는 점점 더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모래밭의 폭군 황대모벌에서 모의 곤충법정은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했어요. 가끔씩 특이하게 생긴 곤충을 만날 때면
마치 외계인을 대하는 듯한 충격에 휩싸일 때도 있는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인간사에 비추어 의인화한 대목들에서는
우리네 아니 저와 같은 그냥 평범하고 앞을 멀리 내다보지 못한채 그저 본응적인 자식사랑같은 작은 범주의 행복에 온 힘을
쏟는 자화상을 마주하는 것 같았지요. 자신과 닮은 유사성에 친숙해하고 마음을 여는 것 때문인지 거미를 잡아 마취시키고
알을 낳은 후 정성스레 땅에 묻어 굶주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나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황대모벌의 모성은 저를 무척이나
감동시켰습니다. 그리고 법정에 선 의인화한 모습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하더라구요.
모성애의 절정은 황닷거미에서 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모성애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일생에 단 한 번 치는 거미줄을 샤냥에 사용하지 않고 모두 아기의 육아용 놀이터로 사용하고 알이 부화하기 까지 식사 한끼
못하며 끝내는 자신의 육신까지 아기들을 위해 던져 주는 것은 정말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멍멍할 지경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홍다리조롱박벌, 배물방개붙이 늦반딧불이 등의 다양한 곤충의 생태를 재미있게 알려 주고 놀라운 생존전
략과 번식,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며 들려주고 있답니다.
곤충학이라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과학에 문학성까지 겸비하여 풍요로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1인 출판사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되어 지네요. 곤충들의 모성애를 본받아서 저도
아이가 파리 애벌레를 다시 데려오기 전에 실수도 만회할 겸 나비 애벌레라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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