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청년, 난민 되다 - 미스핏츠, 동아시아 청년 주거 탐사 르포르타주
미스핏츠 지음 / 코난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년주거문제를 공부할 때 한참 많이 읽고 참고한 책이다. 타이완, 홍콩, 일본, 한국 대도시의 청년주거는 닮아있다.


소득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싼 월세, 곰팡이가 피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열악한 주거환경, 대도시에서 살기 위해 어떻게든 버티며 감당하는 주거비를 조사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은 청년 주거 문제를 바꾸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단순한 현황 보고서가 아니다. 주거 지옥에서 뭐라도 목소리 내고 싸우는 청년주거운동들. 새로운 주거 모델을 공유하는 공동체들이 곳곳에 있다.


책 속의 주거 운동이 2023년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모두 ‘안정적으로 주거를 하려면 집을 사야지!‘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집을 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면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서 오래도록 마음 편하게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해지는 날은 올까. 일단은 지금 머무는 공간, 내가 점유한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생길 때까지 1,2년짜리 계약서에 도장을 또 찍고 또 찍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 P49

그렇지만 서울을 떠날 생각은 없다. ‘기회의 땅‘에서 뭔가를 뽑지 못하고 돌아가는 게 아깝기 때문이다. 번듯한 직장을 잡고 거기서 월급을 받을 때를 기다리며 버틴다. 버티는 이 기간은 터널을 지나는 기간이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그러나 터널은 언제쯤 끝날까. - P264

월세 살다 전세 살다 자가로 옮겨가는 것이 일반적인 때가 있었다. 이를 ‘주거 사다리‘라고 칭한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점점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옮겨가는 것. 그러나 이제 그 사다리는 끊겼고, 전월세 전환 가속화로 전세로 목돈을 묵혀두는 건 꿈이 됐다. 20대, 30대 임차인의 소비지출 대비 주거비는 33퍼센트에 달한다. - P2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모티브북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동네가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라는 제목으로 2023년 1월 개정 출간했다.


언론과 부유층이 소비문화와 소비주의, 개인주의를 통해 가난과 불평등을 가리고, 누구나 성공할 것처럼 왜곡하는 현실에 세뇌당하지 말고, 불평등한 현실을 마주할 것을 제안한다.


벨 훅스는 미국의 흑인 페미니스트인데, 세계불교여성지도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내면의 성찰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도덕적 힘, 청렴 등을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로 주목한다.


불평등한 사회를 비판하는 결론이 '욕심을 버려라, 탐욕을 버려라'으로 흘러간다. 인문 에세이로는 충분하나, '계급'과 '젠더'에 대한 정치적 통찰을 기대한 독자에겐 아쉬운 책이다. 


-


전공서적이나 입문서에서 이름과 주요 사상만 들어본 인물의 저작을 직접 읽어보는 시도를 꾸준히 해야겠다. 편집된 이야기보다 이쪽이 어렵긴 해도 깊고 풍부하고, 흥미롭다.

종교적 가르침에서 배운 연대의 이상에 해를 끼친 것은 결국 가난한 사람을 구원한다는 발상이었다. - P62

힐파이커와 달리 나는 모든 것이 부를 기준으로 분배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특권 계급만이 아니다. 언론의 세뇌 작업을 통해 노동 계끕과 빈민층 역시 이러한 생각을 내면화하고 있다. - P66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부족은 무엇보다 좌파가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책 권력자들의 비리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을 걱정하는 좌파 정책이 필요하다. 지배 계급이 가난한 이들에 대해 전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지금이야말로 비판의 목소리를 드높일 수 있는 정책이, 계급 전앵릏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정책이 반드시 필ㅇ하다. - P67

아인슈타인은 "복지정책을 철폐함ㄴ 우리가 서로에게 공공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마저 사라져버릴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극단적인 가난의 형태는 25년 전부터 시작된 사유화 과정의 일부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 이동의 위기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6
전현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 전현우 / 민음사 / 202212/ 17,000

 

1. 기후위기를 건너는 교통 철학서

  새빨간 손바닥 크기의 판형과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라는 제목은 신비감을 부른다. 아포칼립스 장르 소설이 떠오르는 외형과 달리, 이 책은 이동의 위기를 탐구하는 철학서다. 현대 도시의 효율적 이동은 교통으로 이름한다. 교통은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 감축에 실패한 부문이다. 인간의 조건과 자연조건의 불일치가 바로 이동의 위기다. 저자 전현우는 데이터와 현장연구를 통해 자동차가 걷기 공간을 납치한 자동차 지배현상을 목격한다. 자동차 지배는 기후위기만이 아니라 대도시의 죽음의 위기를 부른다. 논증을 따라가다 보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이동행위는 자동차가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넓은 녹지와 보행이 주는 쾌적한 이동을 자기 가치감(self-respect)’이라는 윤리학적 개념으로 엮어낸다. 탄소중립 선언 이후 비판 없이 수용해온 선진국의 도시 모델, 파리의 ‘15분 도시에 한국의 조건과 맥락도 흥미롭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로 바꿔낸 철학서로, 다른 어느 곳도 아닌 2022년 한국이라는 시공간에서, 기후위기와 철학의 접합을 성공했다. 출판시장의 수많은 기후·환경도서 사이에서 분명한 위치를 갖는다.

 


2. 집필과 편집 과정 교류

일반 독자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책인 동시에 저자에게 새로운 지식 생산 과정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의 감사의 말에서 저자 전현우는 구체적으로 개인적 일화를 추가하고 용어를 줄이자는 편집부의 개입, 그리고 다른 저자의 서평 덕분에 책을 완성했다고 밝힌다

민음사 탐구 시리즈는 2022년 시작한 인문학 총서로, 원고 집필 단계에서 저자들을 모아 학술대회, 초고 독회를 열었다. 각 권의 저자는 철학, 문화비평, 정치학, 과학기술 등 다른 분과로 구분되지만, 시대적 감각은 동일하다. 폐쇄적인 학계 밖에서 교류하며 단행본만의 생기를 만든다. 새로운 탐구주제를 넘어, 새로운 탐구방법을 제시하는 인문학 총서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편집자의 뚜렷한 세계관과 역량이 돋보인다

기존 연구방식에 한계를 느끼는 연구자의 흥미를 끄는 요소이기 때문에 저자 섭외 단계에서도 긍정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독자와 저자, 저자와 저자 사이를 적극적으로 잇는 출판 과정이 실험에서 그치지 않길 바란다.



3. 핵심 독자층에 따른 보완점

핵심 독자층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전현우는 거대 도시 서울 철도2020년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고, 교통, 철도 마니아층 사이에 알려진 필자다. 이 책이 다른 제목이나 논문이었더라도 구매했을 독자들이다. 그러나 이들만 독자로 한다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들다. 이보다 더 확실한 소비자는 출판사의 충성 독자층이다. 독서를 좋아하고, 어려운 책도 기꺼이 사 읽는 독자층이다. ‘새로운 세계를 보는 새로운 세대의 시각이라는 탐구 시리즈 슬로건에 기꺼이 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 분야의 독자층은 저자가 출간 이후 가장 활발하게 홍보하며 책의 내용을 알릴 잠재적 독자층이다. 이 책은 검색이나 표지로는 기후환경도서로 묶이지 않기에 적극적인 홍보가 요구된다. 저자와 편집자, 도시정책, 녹색교통운동 전문가의 토론, 시민사회와 연결되는 시의성 있는 행사로 기후·환경 분야 도서로의 입지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신선한 주제, 실험적인 서술로 독자의 지구력을 요구한다. 핵심 독자층을 고려했을 때, 가독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경부고속도로, 분당 서현역, 화성 공업단지까지 직접 걸으며 관찰하는 탐구가 강점인데, 아쉽게도 현장감을 살리지 못한다. 구체적인 현장 사진으로 독자의 이입 요소를 보완하고 기대에 맞는 독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사진을 보완한다면, ‘학술서와 대중서로 양분된 독서 시장에 다리를 놓는 시도라는 기획 의도에 맞는 인문학책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