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아하고 반짝이는 문장이 가득하다.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주인공은 움직이고 시간은 지나고 이야기는 끝난다. 글을 쓰는  화자의 태도가 맘에 들었다. 

"사랑은 다른 어디에도 아닌 사소한 것들에 깃들어 있거든. … 학문의 숲을 떠나 삶의 터전으로 들어가게 돼. 그곳에서 춤추기도 하고, 울기도 할 거란다. 모든 걸 잃고, 모든 걸 얻기도 하겠지. 가끔은 그런 일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해."

"나는 글을 쓸 때 잉크로 쓰지 않는다. 가벼움으로 쓴다. … 가벼움이 오거나 안 오는 건 때에 따라 다르다. 설령 오지 않을 때라도 가벼움은 그곳에 있다. … 여름비의 도도한 서늘함에, 침대맡에 팽개쳐둔 펼쳐진 책의 날개들에, 일할 때 들려오는 수도원 종소리에, 활기찬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음에, … 기다리던 편지를 읽기 전에 잠시 뜸을 들이다 열어 보는 몽글몽글한 마음에. 땅바닥에서 ‘팡하고 터지는 밤껍질 소리에."

"내가 놀랍게 생각하는 건, 사람들이 무엇에서든 글 쓸거리를 너무도 빨리 찾는다는 것이다. 평범한 삶은 대개는 사라지고, 대개는 모호하며, 거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피로, 느림, 잠은 언제나 나의 친구들이었다. 삶에서 아주 작은 행동도 내게는 언제나 막대하고 엄청난 힘을 필요로 했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온 세상을 들어 올려야 하고, 매번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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