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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길 - 2009년 2회 CJ 그림책 상 수상작 ㅣ 걸음동무 그림책 10
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김현좌 옮김 / 해솔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아이가 앞뒤로 책을 뒤집어서 읽는 재미에 신이 났어요.
"엄마, 책이 또 앞이랑 뒤에 있는데, 글씨도 거꾸로야."
우리집에 있는 책 중에서 절반으로 나누어 이야기가 두 가지로 전개되는데, <두가지 길>은 한 페이지에 빨간 글씨와 파란 글씨로 거꾸로 이어져 나가요.
물론 그림도 그렇고요.
파란글씨는 '고속도로'에요.
요즘에 여행을 갈 때면 우리는 여유 있게 출발하지요.
잠도 실컷 자고 일어나서 아침도 충분히 챙겨 먹고요.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흥분이 되어 서두르게 되지요.
복잡한 길이지만, 우리는 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알고 있지요.
수많은 안내판들이 시내 곳곳의 위치와 주요 건물들을 표시 해주니까요.
차장을 통해 밖을 내다 보았어요.
그런데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는 건 아무것도 없네요.
마침내 우리는 안전하게 도착했어요.
이제 가족들과 함께 신나게 즐기기만 하면 돼요.
여행을 마치고 나면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소중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된답니다.


빨간 글씨는 옛날길이에요.
옛날에 여행을 갈 때면, 우리는 서둘러서 집을 떠나야 했어요.
밖은 아직 어두워서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야만 했지요.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점심 도시락과 저녁 때까지 먹을 맛있는 간식도 싸서 차에 실었어요.
우리는 도시를 뒤로 하고, 오래된 공장들과 망가진 창고들, 사과 과수원, 길고양이 식구들의 보금자리가 된 녹슨 고물차들을 지나쳐 갔어요.
아주 오래된 다리 아래로 깨끗한 물이 흐르고, 아이들이 물놀이도 하고 있었어요.
"엄마, 우리도 물놀이하고 가면 안될까요?"
"음, 그러자꾸나"
여행의 여유가 물씬 느껴졌어요.
몇 번인가 길을 물었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한테 손도 흔들어 드렸어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시간은 이미 저녁이 훌쩍 지나서였어요.
나와 누나는 뒷자리에서 곤히 잠들어버린 뒤였답니다.
하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어요.


아이와 포근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아요.
매일 잠들 때마다 아이는 꼭 읽고 잔다네요.
꿈나라로 좋은 이야기 만나러 간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