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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19년 10월
평점 :

뉴욕 타임즈의 독설 서평가인 미치코 가쿠타니의 저서이다. 언론은 공정성과 공익성을 가지고 객관적 사실을 전달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사회적 쟁점에 대해 비판을 제공하고 견제, 감시함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기도 한다. 책의 부제인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자는 탈진실의 시대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언론인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원제는 '진실의 죽음 : 트럼프 시대의 거짓말에 대한 고찰'로 트럼프를 비롯한 이 시대의 어두운 단면인 거짓말, 가짜 뉴스 등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한나 아렌트가 1951년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전체주의 지배의 이상적인 대상은 확신에 찬 나치당원이나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의 차이, 진짜와 가짜의 차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쓴 것 처럼 이 책에서 트럼프와 그의 옹호 세력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해석 방법을 비틀어 대중을 현혹하며 권위주의를 공고히 해가고 있다.
미국 건국 초기 링컨을 비롯한 미국 건국자들은 예비 독재자의 출현을 막으려면 냉정한 이성과 건전한 도덕성 그리고 법에 대한 존경심이 필요하다 하였다. 당시 헌법 체제는 불완전 하였으나 변화를 수용하는 노력으로 현재까지의 미국을 완성해 나갔다. 하지만 저자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진실과 이성에 대한 공격이 극에 달했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아부하는 동영상으로 가득한 자료만을 보며 사회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선입견을 가지고 충동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곤 한다. 실제 그의 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갖은 많은 공직자가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그의 행정부에서는 지식보다 충성심과 이념을 선호하는 인사를 단행하는데 어느 부서의 권한을 약화시키고자 하면 그 부서에 반대했던 사람을 장관으로 지명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부를 폐지하고 싶어했던 릭 페리를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해 재생가능 에너지 계획 축소를 주도하기도 했다.
또한 현 시대의 문화적 흐름인 포스트 모더니즘과 동일한 사고로 과학적 진실을 미뤄두고, 진실은 상대적이며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양측의 주장을 변형해가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한다.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거나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양한 측면, 다양한 관점이라는 방식으로 정당화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중립성, 균형이라는 포장으로 진실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다.
이 책은 미국을 예로 기술하지만 이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SNS를 통해 진실이 아닌 정보가 사실처럼 유포되고 이를 통해 여론을 조장하여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많이 본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진실만이 아니라 거짓 뉴스도 급속히 확산시킨다. 편견에 호소해 천명을 움직이는 것이 논리로 한명을 설득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말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 뉴스들은 정치적 무기화가 될 수 있다. 진실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절름발이일뿐이다. 자유로 가장한 거짓 정보의 유통에 맞서 이성을 잃지 않고 정보의 객관성을 바라볼 줄 아는 눈을 키워야 할 때이다.
원탁의 서평단 : https://cafe.naver.com/bookkn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