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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없는 세계 - 21세기 지정학으로 본 화폐경제
이하경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는 20여년간 금융업계에 종사하여 IT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온 분이다. MIT Sloan 졸업 후 증권사, 생명보험사에 몸담으며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겸비했다. 이 책은 과거의 경제사에만 치우치지 않고 현재의 굵직한 이슈들을 소개하며 세계의 지정학적 관계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있다.
모든 역사적 사건은 돈이 흐르는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돈이 흐르는 방향은 역사적 사건의 결과를 좌우한다._책 내용 중
자산을 운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위험을 피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는, 다시 말해 안전과 수익을 모두 챙기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며 돈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유럽은 1, 2차 대전동안 전쟁자금을 미국에서 빌리면서 기축통화가 파운드화에서 달러화로 변화한다. 그리고 레이건 시대에는 소련에 대항하기 위한 군사비 지출을 위해 화폐를 찍어내게 되면서 화수분 경제가 시작된다. 이를 통해 이전과 다른 금에 고정되지 않는 불환지폐, 다시 말해 금이 아닌 정부가 가치를 보증하는 신용화폐의 시대가 열린다. 넘치는 달러는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중남미와 동아시아로 흘러가고, 미국의 초고금리로 중남미는 위기를, 반대로 제조업을 발달시킨 동아시아는 발전을 거듭한다. 중국 개방후에는 달러가 중국으로도 흘러가는데, 미국의 민간기업은 달러를 빌려주고 수익을 냈고, 중국은 수출을 통해 번 돈으로 안전 자산인 미국 채권을 사들이며 미중이 서로 윈윈 관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와 같은 장기 채권으로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며 미국 재무부 자금이 공금 과잉 상태가 되고 반면 민간의 투자 이익이 하락한다. 민간 부분은 고수익 투자를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같은 고위험 상품이 만들었고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제조업을 강화하고 수출 확대 정책을 추진하게 되었고, 미국의 이러한 리쇼어링 정책으로 중국은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지정학이 탄생한다. 그리고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리쇼어링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도 재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미국을 고립주의로 끌고갈 경우 달러는 초강세로 갈 것이고, 달러 부채가 많은 나라들은 금리가 치솟으며 위기에 처할것이다.
이 책은 꼭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급변하는 각국의 정세를 보고 있으면 흥미진진하면서도 뒷이야기가 기대된다. 그리고 복잡한 경제 이론이 아니라 사건들을 통해 익히는 지정학적 관계는 자본의 개념과 흐름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준다. 과거를 바탕으로 우리는 미래를 준비 해야하고 위기가 오는 경우 그것을 기회로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에 언급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른 미래 예측을 보며, 향후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