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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비판 경제학 -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경제 교과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이푸로라 옮김, 성일권 감수 / 마인드큐브 / 2019년 9월
평점 :

이 책은 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기획한 책이다. 르몽드는 좌파적 논조를 가진 신문사로 프랑스에서 우파를 대변하는 피가로지와 함께 신문사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나치이후 샤를드골 정부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양심적인 새로운 언론사 설립을 권유해 탄생한 신문사가 이 둘이다. 르몽드는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표방하고 있는데, 창간 초기부터 국내외 뉴스를 깊이있게 분석하고 보도하는것 뿐 아니라 교정교열을 엄격하게 해 오탈자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자매지로 약칭으로 '르 디플로'로 불리는 월간지이다. 일단 중립을 표방하는 르몽드보다 좌파적 논조가 더 짙은 것이 특징이고, 노엄 촘스키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부른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에 우리 나라는 한겨레 신문사와 제휴로 발행했으나 현재는 독립 발간되고 있고, 관심있는 사람들에 의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읽기 모임이나 팟빵 방송도 운영되고 있다.
나는 프랑스가 시민혁명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좌파적 성향의 시민과 언론이 많다고 알고 있어 경제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은 생각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고, 생산증대, 노사, 분배, 고용, 세계화, 채무 등 일반 경제학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경제 발전 과정의 문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성장은 번영을 보장한다, 기업이 고용을 창출한다, 경쟁은 효율을 보장한다, 모든 사람이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린다와 같은 사회적 통념을 먼저 소개하고 그에 대해 여러가지 자료와 증거들을 제시하며 통념을 반박하고 있다. 한 예로 GDP로 표현되는 성장지표는 부의 총량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국민의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하고, 부의 분배문제나 생산제일주의로 인한 생태계 훼손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고용을 창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기업은 고객이 늘어 생산량이 확보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고용을 늘리는 것으로, 경제 내의 가처분소득 총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는 기업은 경쟁 논리에 따라 일자리를 분배하는 것 뿐이다. 다시 말해 고객수를 늘린 기업은 고용이 늘겠지만, 고객을 잃은 기업은 고용을 줄인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만능으로 여겨지는 현시대에 조금 다른 눈으로 경제를 바라보게 한다.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병폐를 살펴보고 이를 보완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경제가 성장 중독을 통해 부익부 빈익빈의 극대화로 상위 1%의 자산 증식을 도왔다면, 이제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경제 침체기에 이런 주장들이 귀담아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성장과 더불어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 조금 낯선 주장들이기는 하지만 많은 그래픽과 만화, 도표들이 이해를 돕고 있으므로 내용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내가 알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엿본것 같아 즐거운 시간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