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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애
HELENA 지음 / 보름달데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았을때 손편지가 들어있어 놀랐다. 작가님이 직접 써주신 손편지.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편지였다. 책의 제목과도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의, 그리고 작가님의 성격과 분위기까지도 짐작이 되는 내용이다.
이 책은 제목만 봐도 가슴이 저려온다고나 할까. 구애라니. 나는 언제 저렇게 사랑을 갈구했던 적이 있었는지 되새겨본다. 글쎄, 나는 젊은(?) 시절 작가님처럼 사랑에 열정적이지 못했다고 해야하나. 사랑때문에 아프고 힘든적은 많긴했는데 그것은 사랑을 잃고 나서의 일이었고, 사랑을 얻고 쟁취하기 위해 그만큼의 표현을 하고,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순간들도 많다. 사랑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순간들. 이 책은 p와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p를 만나게 되는 과정의 에세이이다. 작가는 이 때의 자취들이 아름답거나 애틋하다기보다 짠내나는 고백이라고 했다. 사랑이 어찌 아름다운 면만 있겠는가. 서로의 마음이 항상 같을 수 없으니 갈등도 있고, 그런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다시 그렇게 그리워하던 p를 만나신다니 진정으로 응원하는 마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사랑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어느덧 나이를 먹어 딱딱해진 심장을 약간이나마 말랑말랑하게 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이기는 사람은 감정을 조절하고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겠지만
결국 행복해 질 수 있는 사람은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 감정론 中
그 모든 이유들은
내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의 불확실한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깨달았다.
네 마음이 어떻든 나는 그냥 너를
아무 조건 없이 좋아하는 거라고
수도 없이 울먹였던 그 말이
사실은 순정으로 포장된
자존심이었다는 것을.
- 따가운 마음 中
그 사람에게 했던 사랑고백이든,
나 지신에게 했던 다짐이든,
내가 원하는 꿈이든, 뭐든,
포기를 실패로 착각하지 말 것.
- 흔한 착각 中
실용서만 읽던 요즘에 이런 에세이는 오랜만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수필집 중 하나가 피천득 님의 <인연>인데, 이 책도 그만큼 좋다. 좋은 구절들이 너무 많아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