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만드는 여자
김정하 지음 / 북레시피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수제 맥주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술문화는 회식때 물도 아닌 술도 아닌 맹맹한 맥주를 소주와 섞어서 마시는게 다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강남에 속속 수제 맥주집이 생기면서 바이젠, 둔켈, 헬레스, 둥클레스 같은 기존에 마셨던 맥주와는 다르게 진하고 향과 맛이 강한 맥주들이 등장했다. 그와 더불어 과거보다 회식 문화가 간소화되면서 좋은 음식과 좋은 술로 짧게 회식을 마치는문화가 자리잡았다. 저자가 바네하임이라는 수제맥주집을 열게 된것은 2004년이었지만 2017년 <수요미식회>와 <생활의 달인>의 출연으로 가게에 손님이 많아졌다는 것을 보면, 이렇게 문화가 변하는 시기에 시대의 흐름을 잘 타 시장을 먼저 선점한 것도 성공의 한 요인인것 같다. 물론 그 전부터 새로운 맥주 개발에 대한 많은 노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녀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가족들의 많은 뒷받침이 있긴 했지만 그 어린 나이에 직접 맥주를 개발하기 위해 기계 작동법을 공부하고, 남자들만 가득했던 동호회를 찾아가 여러가지 조언도 얻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을 통솔하기란 실제로 어려운 일이다. 어디에 가든 여자가 술집 사장이라는 시선과 부모님 빽으로 편하게 장사한다는 시기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어린 여자였지만 직원과 손님에게 할 말은 하는 강단있는 모습과 벚꽃 라거와 다복이 같은 새로운 맥주 개발를 개발하기 위해 새벽시장을 다니며 재료를 하나하나 챙기는 모습, 그리고 공장 증설을 위해 사소한 것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을 보여주며 완벽한 사업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30대 중반에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둔건 단순히 가족의 빽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그녀의 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사업 과정뿐 아니라 맥주에 관한 다양한 인문학적 이야기와 역사들이 담겨있다. 로마시대에 와인이 귀족의 음료였다면 맥주는 서민의 음료였다. 그러다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기독교 수도원을 중심으로 수제맥주가 발달하고 사랑받게 된다. 당시에는 소규모 맥주 생산이 이루어졌지만 산업시대를 거치면서 대량생산, 대량 소비 상품의 하나로 라거가 만들어진다. 그러다 1980년 대 초 미국에서 획일적 맥주문화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소규모 브루어리를 중심으로 독특한 맥주들이 탄생하게 된다. 맥주는 정치적인 성격도 가지고 있는데, 영국의 펍, 독일의 비어홀, 미국의 태번에서 지역 공동체의 회합이 이루졌고, 여론 형성 및 선동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자서전 같은 형식의 책으로 사업에 관한 실질적인 이야기가 많았으면 했던 내 기대와는 달랐지만, 펍을 오픈하고자 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오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들을 미리 파악하고, 사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미리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현재 진행형인 그녀의 더 큰 꿈을 응원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