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투 더 문 -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우주과학 에세이, 개정판
마이클 콜린스 지음, 최상구 외 옮김 / 뜨인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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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를 말하면 대부분은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떠올린다. 두 사람에 관한 책은 많고, 그들의 성격과 임무들에 대한 비화도 많이 전해진다. 하지만 아폴로 11호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다. 아마 내가 관심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은 조종사보다는 달에 발자국을 남긴 두 사람에게 더 관심이 있다. 내가 특히 이 책에 눈길이 갔던 건 정재승 교수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재승 교수는 대학원 무렵 영어공부를 위해 원서로 이 책을 읽었는데, 낭만적인 문장에 빠져 하룻밤만에 다 읽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콜린스는 아홉살때부터 하늘을 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집 근처 비행장에서 오는 비행기를 보려 항상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사관학교에 진학해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많은 노력으로 결국 우주인에 뽑힌다. 처음 우주인이 된 후 콜린스의 임무는 사령선이 아닌 착륙선의 조종사였다. 즉, 달을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여러가지 이유들로 사령선 조종으로 임무가 승격(?) 되었는데 그는 임무가 변경되었을때 상당히 낙담했다고 한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기로는 달착륙에 대한 미련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아니었고, 달착륙 훈련이 헬리콥터 조종 훈련과 유사한데, 더이상 이 재미있는 헬리콥터 조종 훈련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때문이었다고 한다. 책에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달착륙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또 다른 마음은 사령선 조종일을 상당히 전문적이고 익히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번 그 임무를 맡으면 다른 임무로의 변경이 거의 불가능 할거라는 불안감과,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확실한 보직을 가지면 아폴로 계획에서 쉽게 제외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고 한다. 평범한 일반 직장인이 고민하는 것과 너무나 닮은 그의 고민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드디어 달착륙을 위한 아폴로11호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저자는 닐과 버즈와 같이 달을 밟지 못했기 때문에 착륙후의 달에 대한 묘사들은 없다. 다만 착륙선이 사령선에서 분리되고 혼자 사령선에서 착륙선이 되돌아 오기를 고요히 기다리는 시간들. 그때의 생생한 감정들과 당시 바라본 우주가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지구와의 연락이 두절되는 달의 뒷면으로 갔을때, 빛이 없고 다만 방향감각으로 어디쯤 달이, 그리고 동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 어찌보면 조금은 외로웠을 수도 그리고 두려웠을수도 있지만 그는 그보다 달로 간 동료들의 걱정과 자신의 남은 임무들을 헤아리고 있었다. 만약 착륙선이 달에서 어떠한 사고로 이륙하지 못할 경우, 혼자만 지구로 귀환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런일이 없기를 바란다. 책에는 여러 장의 사진들이 실려있는데 자신이 찍은, 닐과 버즈가 달에서 컬럼비아호로 귀환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가장 반가웠던 장면이라는 것을 보면, 사령선에 혼자 남아 얼마나 동료들의 성공을 빌었고, 걱정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이 달로 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임무 도중 많은 우주인들의 희생도 뒤따랐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우주로 가는 순수한 꿈을 꾸었고, 결국은 꿈을 이뤄낸다. 과거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땅에 도착한 것처럼, 그들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한발 내디뎠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것이 있다. 마이클은 달에 간 것을 이렇게 평가한다. 인류 이래 무기를 가지지 않고 영역을 확장한 유일한 사례라고. 2011년 아틀란티스호를 끝으로 우주 왕복선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계속 꿈을 꾸고, 누군가는 다시 우주로 가는 특권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다시 출항하라고. 


[내 인생에서 가장 반가웠던 장면,
 
닐과 버즈가 달 표면에서 컬럼비아호로 귀환하는 순간을 담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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