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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 2019년 7월
평점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라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누구인가? 모두가 아는 이탈리아의 미술가이자 과학자이자 건축가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무려 레오나르도 다빈치인것이다. 이제까지는 몰랐지만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가 건축이나 미술보다 요리에 더 집중했던 것처럼 보인다. 다만 요리에는 소질은 없으나 흥미나 관심이 많았던 것 같고, 오히려 천부적인 소질이 있던 미술과 건축엔 관심이 없었으나 그 작품들이 너무 뛰어나 후대에 빛을 발했던게 아닌가 싶다.
레오나르도는 성장기를 친아버지 집과 이혼한 어머니(두 분의 신분차이가 있었다고 함)의 집을 전전하며 보냈다. 어머니의 새 남편, 즉 의붓아버지는 과자 제조업자로 레오나르도에게 단것을 실컷 먹여 미각을 키워주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는 이때 요리에 대한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그의 친아버지는 뚱보가 된 그를 피렌체의 베로키오 작업장으로 보내 조각, 미술, 공학, 대장일, 수학을 익히게 했고 이때 동문이 보티첼리가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그 작업장에서 가르침을 소화할 수 없어, 스트레스로 단것을 계속 먹어댔고 벌로 교회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래도 벌로 그림을 그리라고 했다니 나름 소질을 인정받았던 것 같다.
작업장 수련후에는 '세마리 달팽이'라는 술집에서 일하며 주방일을 보기도 했다. 이때 그는 음식맛을 개선하고 복잡한 요리를 단순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때부터 요리노트를 작성했을것으로 추측한다. 이 노트에는 많은 요리 기구들을 삽화로 남겼는데 고기다지기, 빨래기계, 자동 호두까기, 소잡는 기계, 회전식 건조대 등 다양했다. 이것을 보면 정말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 창의력이 샘솟는 천재가 아닌가 싶다. 그 기구들은 대체로 너무 커서 넓은 주방이 필요했고, 초기 모델이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대신하긴 했지만 이 기계를 작동하기 위해 사람이나 소들이 일을 해야 해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그의 요리 또한 새로운 창작물이었는데, 상추 잎 위에 올린 작은 오이 반쪽짜리 두개, 자고새 한마리 가슴살, 찬 크림을 친 새끼 양 불알. 이런식이었다. 가문있는 집에서 먹던 볼로냐산 돼지 뇌로 만든 순대, 암송아지, 닭, 몬차식 다진 고기 이런 것들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레오나르도의 요리 재료는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던 시기에 서민들이 닥치는대로 먹던 재료들인데, 지금보면 꼭 접시에 조금씩 담겨져 나오는 미슐랭 등급의 프랑스 요리 느낌이다. 요리 방면에서도 너무 시대를 앞서나간 천재가 아닐까.
이 책의 뒷부분에 레오나르도가 적은 요리와 요리 재료들에 대한 언급들을 보면 정말 요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들이 보인다. 비록 요리 부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그만의 은밀한 취미를 엿보며 그의 천재성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