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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다는 것의 철학 -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삶에서 마주치는 철학적 질문들
진 커제즈 지음, 황성원 옮김 / 클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면 수많은 상황과 질문에 부딪치게 된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이 방향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방향이 맞는지 항상 고민하고 하나의 선택을 한 후에도 확실성이 없어 다른 선택이 더 아이에게 좋은 방향이 아니었을까 후회하게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지 않고 아이를 갖게 되면 양육에 대한 철학과 방향없이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부모가 된 사람들,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질문들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이다. 처음 아이를 가지는 일부터 아이가 성장하여 곁을 떠날때까지의 많은 질문에 깊이있는 통찰과 조언을 해주고 있다.
아이를 가지는 일은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가?
우리는 아이를 또 다른 자아로 본다. 그래서 부모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자식을 사랑한다.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자기 동일시, 자부심, 부끄러움, 비경쟁 등 우리 자신 이외 다른 누군가에게도 가져보지 못한 태도를 끌어낸다. 내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할 때 거기에는 이타심이라는 특징이 없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만족감으로 가득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이를 돕는 다는 것과 같은 그런 이타적인 자기 희생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죽음을 앞둔 상황이라도 나의 아이가 꾸준히 살아가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내가 이 세상에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힘이 어느 정도 생긴다. 또한 우리는 아이들의 성취에, 딸의 노래 실력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마찬가지로 수학의 낙제점과 같은 실패에는 예민하게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그냥 낙제가 아닌 우리의 낙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즉, 내 자아와 유사하거나 확장된 자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자녀와의 관계에는 경쟁이 성립하지 않는다. 형제자매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보다 더 관대하긴 하지만 경쟁심도 느낀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다.
부모 노릇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가?
부모들은 부모 노릇을 통해 더 넓은 공동체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스스로를 확장시킨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주로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친구 관계가 형성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아이의 관심사와 아이 주변의 유치원, 학교 등으로 공적인 생활에 더 많이 관여하게 된다. 아이가 어린 노동 집약적인 인생의 시기에 자율성이 줄어들고 피로감을 느끼지만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는 아이를 기르면서 다른 무엇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목적의식이 생기게 된 것이고 자신이 확장되고 충족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특히 순수하고 지속적이어서 그 자체로 진정성을 가지는데 이러한 진정성이 우리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외에도 낙태와 입양, 아이에게 하는 거짓말이 필요한가, 부모가 젠더를 더 강화해야 하는지 등 실제적인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과 생각들도 담겨있다.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들이라 내용이 조금 어려웠지만, 아이들을 '잘 키울'수 있는지가 아닌 우리가 부모로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생각없이 무작정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닌 부모가 된다는 의미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