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집어든 이유는 화려한 수식어 때문이었다. 2017 퓰리처상. 아마존 올해의 책 1,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도서, 오바마가 휴가철 읽은 도서.


콜슨 화이트 헤드는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작가였다. 그는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약 17년간을 구상했다고 한다. 역사적 정확성을 위해 흑인 노예 문학의 고전을 탐독하고 여러 자료들을 통해 사실적 고증에 힘썼다고 했다. 이 책에서 땅속의 철도로 그려지는 '지하철도'1800년대 남부의 노예들을 북부의 자유 주나 캐나다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던 점조직으로, 작가는 이 지하철도를 실제라고 상상하고 이를 통해 남부를 탈출하는 소녀 코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 미국이다. 당시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정치적 이유 때문에 망명을 하거나 경제적 문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때였고, 정부는 지역 개발을 위해 그들에게 땅과 주택 지원금을 주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주로 이주했던 사람들은 유럽에서 농부였던 사람들로 미국에서도 농사일을 했고, 당시는 일반작물에서 목화로 작물을 변경해 이윤을 많이 남기는 시기였다. 현재와 같은 농기구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일손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많은 노예를 들여오게 된다.


인정사정없는 목화라는 기관차는 아프리카인들의 육체라는 연료를 요구했다. 바다 건너에서 배가 아프리카인의 육체를 가져와 이 땅에서 일을 하고 더 많은 육체를 낳게 했다.  -P183-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노예 소녀는 조폐국, 돈을 낳는 돈과 같았다.

사물은-수레건 말이건 노예건- 그 값이 그 가능성을 결정한다.  -P15-


그들이 생각하는 노예는 인간이 아닌 돈이었고, 건강하고 일을 잘하는 청년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는 더 비싼 값에 거래가 되었다.


코라는 코라의 할머니때부터 미국에서 노예 생활을 했다. 당시의 백인은 누구나 그랬지만 코라가 사는 농장의 주인도 마찬가지로 노예들을 잔인하게 대했다. 노예들은 채찍질에 살이 벌어져 뼈가 드러나기도 했고, 도둑질을 하거나 도망치다 잡힌 노예들은 손과 발이 잘렸다. 채찍이 두려운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동료인 노예들에게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었다.


아홉 가닥 채찍의 쓴맛을 피할 수 있다면 가장 소중한 것도 팔아버리는 배신자와 밀고자들이 넘치는 이 마을에서 전혀 비열한 수법이 아니었다.  -P52-


코라는 어느 노예의 생일 잔칫날에 주인의 소매 단에 와인 한 방울을 튀었단 이유로 매질을 당하는 체스터를 몸으로 막고 주인의 인정사정 없는 채찍을 대신 맞게 된다. 그 이후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자유의 땅 북부로 가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19세기의 남부지방이었지만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깨인 백인들이 있었고 코라는 동료 시저와 함께 그들의 도움을 받아 북부로 향하는 지하철도를 타게 된다.


그들이 처음 도착한 곳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였다. 거기에서 시저는 공장에서 일을 할 수 있었고, 코라는 가정부로 그리고 박물관의 전시실에서 일을 하게 된다. 둘은 그곳에서 정착하고 싶었다. 그들이 있던 조지아에 비해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자유가 넘치는 곳이었고 점점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질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들을 따듯하게 대해주는 백인들도 속으로는 흑인들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도움이 필요한 열등한 존재라고 여겼고 또한 여러가지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백인 의사는 성병의 연구목적으로 흑인을 이용했고 흑인 여자에게는 불임 수술을 권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종족은 지적 능력이 확실히 떨어지기 때문에 노예제도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한꺼번에 속박에서 풀어주면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인도해줄 세심하고 인내심 있는 눈길이 없다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P62-


스티븐스가 설명한 수술로 백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를 훔치기 시작했다고 코라는 생각했다. 당신의 배를 갈라서 피를 뚝뚝 흘리는 미래를 들어내는 것. 누군가의 아기를 뺏어 간다는 건 바로 그런 것- 미래를 훔쳐가는 것이었다.  –P136-


코라는 농장주인 랜들의 요청으로 그들을 쫓는 노예 사냥꾼 리지웨이를 피해 다시 지하철도를 탄다. 그 과정에서 시저를 잃고 그리고 그들을 도왔던 백인 몇몇도 잃는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그녀는 한 백인의 다락방에서 생활했는데, 거기서 그녀는 흑인뿐 아니라 흑인을 숨겨준 백인도 공원에서 함께 공개 처형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하인은 흑인을 숨겨준 주인을 고발했고, 아이는 부모를 고발하는 시대였다. 코라는 다행히 로열의 도움으로 이곳을 탈출한다.


그녀가 다음에 도착한 곳은 흑인이 운영하는 인디애나의 자유 농장인 밸런타인 농장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축제도 할 수 있었으며 자기가 원하는 짝을 자기가 선택할 수도 있었다.


자유는 생식력을 높이지.”…. 그도 그렇지만, 팔려 가지 않을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

-P278-


이곳에서 코라는 로열과 사랑을 했고, 정착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곳도 리지웨이와 다른 백인들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만다. 그리고 코라는 사랑하는 로열을 잃었고 리지웨이가 발견하고자 했던 지하철도에서 결국 그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자유를 찾아 다시 이동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책으로 본19세기 미국은 위해와 수탈을 되풀이한 역사였다. 신세계를 발견했다는 그곳은 실제 인디언의 땅이었고, 아프리카에게 납치한 그들의 정체성을 지우고 반란을 누르기 위해 언어를 박탈하고 통제했다.


책으로 본 19세기 미국은 무질서 그 자체였다. 유럽에서의 범죄자들은 이곳에서는 노예를 잡는 순찰대원이었고, 지킬 수만 있다면 그 것이 재산이든 노예든 땅이든 자신의 것이기에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되었다.

 

현재 미국은 흑인 대통령도 배출되었고 흑인의 인권이 과거에 비해 많이 신장되었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이 불과 200년전의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미국의 과거를 보여주는 역사서와 같고, 단순한 코라의 스릴 넘치는 모험담이 아니라 인간 존엄에 대해 엄중히 묻는 철학서와 같은 것이다.


마지막 밸런타인이 코라에게 했던 말이 가슴을 울렸다.


"모르겠니? 백인은 그렇게 해주지 않을거다. 우리 스스로 해야해."  -P312-


그 당시 그들의 자유를 향한 끊임 없는 노력이 현재 그들 스스로를 운명의 조종사로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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