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1 블루에이지 세계문학 2
제인 오스틴 지음, 임유란 옮김 / 블루에이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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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으로도 자주 지적받는다는
'폐쇄공간'과 '억압된 역할을 강요받는 남녀들'이 처음엔 적응이 안 되었다.
'이 사람들은 연회랑 식사랑 사냥, 게임 이외엔 할 것이 없나?' 혹은,
'결국 이 시대의 여자들은 돈 많고 신분 높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 이외의 목표를 가질 수 없단 얘기잖아?'
라면서... 세대차이 나는 소설이라며, 제목 그대로 '편견'을 가지고
이 소설을 지루하게만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읽는 속도는 빨라졌다. 너무 재밌어서!!
특히 다르시가 엘리자베스에게 고백한 순간부터는 책장이 아주 홱홱 넘어갔다.
(주인공이 쥐구멍에 숨고 싶어지는 상황이 되는 것만큼 독자에게 재밌는 게 또 있을까? 흐흐.)

이 소설의 교훈은 엘리자베스와 다르시라는 인물 그 자체에 있다.
엘리자베스는 어떤 상황에도 쫄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용기가 있다.
다르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좋은 일을 하고도 그것을 비밀로 하는 겸손함이 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에게 지적받은 자신의 오만함을 고치려 노력하고,
웬수 같은 위컴이나 격 떨어지는 엘리자베스의 가족들에게도 너그러운 맘으로 대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정말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잡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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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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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비록 이중생활을 깊이 영위하고 있었지만 위선자는 아니었다. 나의 양면은 모두 똑같이 정직했다. 자제심을 벗어던지고 수치스러운 일에 빠져들 때도, 밝은 햇빛 아래 학문을 연구할 때나 슬픔에 빠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이중성격, 내가 참 좋아하는 모티브이다. 
평소에 착한 사람은 어쩌다 나쁜 감정을 분출할 때 더 크고 짙은 것이 터져 나오지 않는가.
보통 사람들은 지킬이 곧 하이드라는 걸 아는 상태로 이 작품을 읽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재밌었다. 
지킬과 하이드가 외양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그렇게 모습이 바뀔 수 있는지 궁금해서
흥미진진한 맘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과학의 힘으로 외모를 바꾸었다 말았다를 반복할 수 있다는 건 좀 납득이 안 되었지만...)

   
  마침내 남들에게 관심도 없는 게으르고 잔인한 이들에 비하면 나는 열심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자 저절로 웃음이 났다.  
   

지킬이 골때리는 인물인 건, 착한 일도 제대로 진심으로 또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하는 반면
나쁜 일도 그만큼 제대로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보통사람보다 배로 착한 동시에 배로 나쁘다. 이게 정말 미치는 경우다.
 
작가의 문체 자체가 기괴하지만 그의 실제 인생도 지킬과 비슷한 점이 있었다고 하니...
이 작품에 떠도는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음습한 분위기가 설명이 된다.
칼뱅 교리를 따르는 엄격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유흥가의 방탕아이기도 했다고...

손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미스테리,
그리고 문제 의식을 캐릭터 하나로 명확하게 상징해 놓은 통찰력.
나도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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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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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충분히 매력적인 외모인데도, 성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유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 모습’을 사랑하려 노력하기를 금방 포기해 버리는 것 같다. 
맘에 안 들면 고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결핍된 것은 ’내면의 미’이다. ‘내면의 미’란 한마디로 성품이다. 
예쁜 것만 좋아하기보다, 미운 것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포함한 올바른 성품. 
그런 성품을 가진 이들은 왕자의 유리구두 없이도 자연히 행복해질 수 있다. 

<흑설공주 이야기>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동화들을 묶은 책이다. 
작가는 ’왕자가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 대다수인 기존 동화를 비판한다. 
그 유명한 백설공주도, 신데렐라도 인간미보다 미모로 왕자에게 어필한다. 
작가는 그런 내용들이 아이들에게 ‘외모’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심어준다고 주장한다.
’맘에 안 들면 무조건 성형’이라는 생각이 판치는 현대 사회에서,
작가의 이러한 의식은 큰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작가가 쓴 책에는 
당연히 외모보다 ‘내면의 미’가 돋보이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웬걸, <흑설공주 이야기>에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는 여인들이 적잖이 등장하여 떫은 뒷맛을 남겼다. 
책의 존재 의의를 완전히 부정해 버리는,
딸들이 보고 따라했다간 큰일 날 여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있거나 배려심이 부족한,
또는 그릇된 도덕적 판단을 하는 주인공이 행복을 얻는 이야기에서 
딸들이 배울 만한 것이 과연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제시된 여성상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못난이와 야수>의 못난이는 작가의 주제의식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야수의 소굴로 들어가는 고운 마음씨는
‘내면의 미’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벌거벗은 여왕님>의 여왕 또한 현명한 처신을 보여준다. 
자신이 알몸으로 행진한 망신스러운 상황을,
모두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좋은 계기로 여겼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망신을 준 재단사들을 처벌하지 않고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너그러움을 보여주었다.
<늑대 여인>의 루파는 다친 늑대를 보고 늑대라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기보다, 
치료해줘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착한 아가씨이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또 그렇게 행동함에 따라 어떤 행복을 얻는지를 얘기하는 
이러한 작품들을 많이 담고 있어야
책의 부제대로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한’ 책이 되는 게 아닐까? 

아쉬운 여인들도 많이 등장했지만, 몇몇 좋은 여인들의 동화들이 실려 있으니
여전히 이 책에 페미니즘 동화의 희망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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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어즈 1 - NT Novel
칸자카 하지메 지음, 김영종 옮김, 아라이즈미 루이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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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안 슬레이어즈 애니 시리즈를 1기부터 5기까지 다 보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캐릭터들과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결국 소설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
1권 내용은 애니랑 거의 다르지 않다. 적법사 레조 & 샤브라니구두를 물리치는 내용.
처음엔 애니에서 이미 다 봤던 내용을 소설로 보면 재미가 덜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웬걸!!! 소설로 보니까 더 재밌다. 소설로 보고 나서 애니를 다시 보면 더 재미있다!
애니에서 알 수 있던 것보다 인물의 심리가 더 섬세하게 나타나 있다.

   
  가우리는 내 앞에 얌전히 앉아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걱정해주는 것은 기뻤지만 이런 눈으로 보는 것은 아무래도 싫었다. - 71page  
   


본인이 그렇기 때문이지만, 슬레이어즈를 '로맨스' 면에서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소설을 읽으면 더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리고 난 이 소설로 NT 노벨에 입문했기 때문에, 이 점이 참 신기했는데,
소설 끝에 작가 칸자카 하지메님의 후기와 역자 김영종님의 후기가 실려 있다.
작가와 역자를 비롯하여 슬레이어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슬레이어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를 엿볼 수 있는 글이라 흥미로웠다. 
아, 또 있다!!! 이건 아마 1권 한정이라고 생각되는데...
'후지미 판타지 문고 편집부'에서 슬레이어즈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이 실려 있다.
작가 소개와 더불어 슬레이어즈의 탄생 비화를 알려주는 글이기에,
팬이라면 누구나 재밌어할 글이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이 선택된 최대의 이유는 역시 캐릭터의 강한 개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강렬한 개성은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사소한 결점 따윈 무시하게 만들면서 단숨에 독자를 결말까지 이끕니다. 또한 다 읽은 후에 스토리는 잊혀져도 개성적인 캐릭터는 독자의 마음에 남습니다. (편집부의 말 중) - 212page  
   


스토리가 잊혀진다니... 어찌 보면 작가에겐 좀 심한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와 캐릭터 중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슬레이어즈를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소설까지 기어코 사서 읽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스토리라면 애니와 비슷하다는 걸 예고글만 보고도 알 수 있으니.)
그 이유는 슬레이어즈의 캐릭터들과 헤어지기가 싫어서였다.
이 정도면 슬레이어즈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힘(!)'은 충분히 설명이 되리라 여긴다.

애니에서도 캐릭터들의 개성은 확실히 느껴지지만,
소설에서는 그 개성에 한층 양념이 플러스된(?) 맛을 느낄 수 있다.
궁금하다면 소설을 한 번 읽어보시길!!! ^^
(개인적으론 애니에서 안 나온 내용보다도 애니에서 이미 나온 내용을
소설로 다시 한 번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애니에서 본 내용을 뭘 또 소설로 보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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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열린책들 세계문학 147
쥘 베른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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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들은 그보다 하찮은 것을 위해서도 세계일주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이다. 과연 명작!! 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기막힌 한 줄이다.
시간과 원칙을 무엇보다도 칼같이 지키는 괴짜 사내 필리어스 포그.
그는 단순한 내기로 2만 파운드의 거금을 걸고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감행한다.
프랑스인이며 속정이 깊고 의리 넘치는 하인 파스파르투가 그에 동행한다.

파스파르투의 시선에서 바라본 필리어스 포그는 무척 기계적이며 무뚝뚝하다.
그러나 예정보다 남게 된 시간을 사티 풍습으로 희생당할 뻔한 여인을 구출하는 데 사용하고,
파스파르투를 구하기 위해 험난한 눈밭도 거침없이 나아가는 포그의 인간미를 보고
파스파르투는 포그를 주인으로서 마음 깊이 섬기게 된다.

파스파르투는 온갖 잡일을 한 경험이 있어서, 어딜 가도 잘 살아남는 강철의 생명력을 지녔다.
탐정 픽스의 농간으로 포그랑 헤어지게 되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서커스단에서 활약하며 주인님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또 사람을 잘 믿고 따르는 순수한 면과,  
말보다 행동이 앞서서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이에 반해 필리어스 포그는 일견 무뚝뚝하고 쿨해 보이지만
화를 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인정을 베풀 줄 아는 사내이다.
포그를 도둑으로 의심했던 형사 픽스도 점점 포그의 인정과 용기를 보고 '이게 아닌데' 하게 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픽스가 주인공들의 여행을 방해하는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런 픽스조차도 주인공들에게서 인정을 느끼는가 하면 협력하기도 하니,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다.
포그, 파스파르투, 픽스. 이 3명의 성격이 각각 다르면서도 잘 조화를 이룬다.

80일간의 세계일주. 많은 돈을 걸었고, 많은 돈을 썼다.
하지만 포그의 여행은 기적처럼 보였던 일을 현실로 바꾸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모험을 하지 않았다면, 파스파르투의 충성심도,
자신이 구해낸 여인의 사랑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론은, 여행에는 많은 돈을 쓸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여행 중 많은 돈을 쓰거나 혹은 잃게 되더라도,
결국엔 자기가 투자한 노력이나 돈 만큼의 무언가를 얻게 된다.

"사실 사람들은 그보다 하찮은 것을 위해서도 세계일주를 하지 않을까?"
필리어스 포그는 내기 때문에 세계여행을 하게 되었다.
여행의 처음 목적이 아무리 터무니없고 하찮은 것이라도,
여행하는 노력과 고생 끝에 얻어지는 것은 절대 하찮을 수 없다.
그러니 나도 언젠가,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
하찮은 목적 하나를 가슴 속에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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