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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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나쁜 길로 들어서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나쁜 것에 물들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믿고들 있는 것 같다.
가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 부잣집 도련님' 하면서 비꼬곤 한다.
 
   


주인공 '도련님'은 어려서부터
스스로 건물 2층에서 떨어지고, 손목을 긋는 등
어처구니 없는 객기를 부려서 아버지와 형에게 미움을 받지만
하인인 '기요' 할머니만은 언제나 도련님을 사랑해 준다.

도련님은 시골 학교의 선생으로 부임하게 되는데,
학교 내의 권력싸움과 학생들의 심한 텃세에 마음을 괴롭히게 된다.
이딴 학교 아니면 갈 곳이 없을 것 같냐는 막무가내 마음으로
결국엔 '거센 바람' 선생님과 의기투합하여 몸소 정의(?)를 실천,
부패한 선생님들을 혼쭐내는 도련님.
권력에 아첨하고, 권력을 이용해 맘에 안 드는 선생님들을 전근 보내 버리는
나쁜 선생님들이 혼쭐날 때는 내 속이 그냥 다 시원했다.

괜시리 서툴게 감수성을 자극하려 드는 소설보다도,
독자의 두뇌를 혼란시킬 정도로 어려운 단어들을 잔뜩 나열한 소설보다도,
솔직담백하게. 자신이 부당하다 생각하는 현실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도련님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 소설이 나는 아주 맘에 들었다. 
타락해야만 성공한 어른이 될 수 있다면,
왜 학교에서 타락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가?
라고 묻는 이 소설이 아주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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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성기 옮김 / 이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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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지난날은 나만이 경험한 것으로서 나 외에는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거짓없이 써서 남겨두는 것은 나라는 인간을 알아두는 데 있어서 당신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좋은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청년인 '나'는
아버지의 중태와 그로 인해 밀어닥친 취업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고민한다.
취업을 하려는 의욕도 없고 용기도 없는 '나'는 그저 도피하고만 싶다.
그러던 와중 알고 지내던 '선생'의 자살 소식을 편지로 접하게 되는데...

부족한 것 없이 살면서도 항상 인생살이 허망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선생'.
'나'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선생'에게 '나'는 강한 궁금증을 느낀다.
자살 소식을 알려 온 선생의 편지에는
선생을 허무주의자로 만든 지난날 사연이 적혀 있었는데...
 
양친을 잃고, 은인이라 믿었던 숙부 가족에게 배신당하여
완전히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젊은 날의 그(선생)는 인간 불신에 걸리지만,
하숙집의 아주머니와 그 딸에 의해 점점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되찿게 된다.
그러나 친구 K가 자신이 하숙집 딸을 연모한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조바심을 느낀 선생은 선수를 쳐서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딸과 결혼할 약속을 받아낸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K는 머지않아 자살한다.

가족을 잃고 나서는 세상살이 믿을 놈 하나 없다고 여겼던 선생.
그런 자신에게서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지만,
K의 죽음으로 인해 결국 세상에서 사람을 완전히 믿고 사랑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이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하게 된 선생은
세상일에 무능한 자신을 경멸하다 못해 자살하게 된다.

한 인간의 죄의식과, 그가 죄를 짓게 만든 이유를 계속 파헤쳐 가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옛날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와 일치하는 점이 많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무엇보다도 공감이 갔던 이유는 내가 이 소설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나'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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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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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리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고 하지 않았소. 이 마음은 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거요. 물에 사람이 빠졌을 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가 되겠소? 어떻게 해서든지 물 속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빠져죽는 것 아니오.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멀쩡한 가정을 버린 남자 스트릭랜드.
우연한 계기로 스트릭랜드를 알게 된 '나'는 
작가로서 그의 그런 성격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스트릭랜드의 생을 좇을수록 그에 대한 혐오감만 짙어져 간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자신을 속박하려 한다는 이유로 버려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냉혹함을 가지고 있었다.
스트릭랜드의 기행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동물적 매력이 촉발하는 강한 호기심을 억제할 수 없는 '나'.
우연히 타히티에 가서 그의 말년 인생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데... 

타히티에서 마음 속에 그리던 고향을 찾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스트릭랜드를 보면서
인생이란 거, 그렇게 치열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보았다.
싫으면 NO라고 말하고, 권태로운 삶에서 뛰쳐나오고-
좋은 곳이 있다면 거기서 눌러 살면 되는데,
왜 행복하지 않은 상황을 자처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것일까.
최고의사가 되어 돈과 명예를 거머쥐게 될 기회를 포기하고,
시골에서 평온하게 사는 인생을 택한 의사의 이야기는
치열하게 사는 우리들 인생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작가란 창작의 즐거움과 가슴 속에 쌓여있는 생각을 쓰는 일을 그 보람으로 여겨야 할 뿐, 그 밖의 일에는 무관심하여야 되며, 호평이든 혹평이든,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일체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스트릭랜드라는 인간이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우리들이 차마 못하는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자신이 따분하다고 여기는 인생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으며,
결국 자신들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살았던 그...
남의 시선을 아랑곳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행복할 수 있는데...
왜 우리는 사랑받고 싶고 욕 먹기 싫다는 이유로,
솔직해지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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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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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친구는 웃었다. "새니까 노래하게 놔둬. 새니까 뭐라고 하게 내버려둬."
그는 유명한 발라드 한 구절을 인용했다.
페이지 : 71page
 
   

자신의 영혼을 거룩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세속적 욕망을 부정하며 살아온 '나'는
여행길에서 조르바라는 이름의 자유로운 노인을 만나게 된다.
'나'와는 달리 계집도 수백명 품어보고, 살인도 여러 번 해보고,
아무튼 안 해본 것이 없는 이 늙은이는
'나'가 그토록 추구하는 거룩한 영혼을 부정한다.
조르바는 말한다.
"이 세상에 얼마나 즐길 게 많아?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냥 즐겨!"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페이지 : 356page
 
   

조르바는 일할 땐 확실하게 일하고, 놀 땐 확실히 놀고,
사랑할 땐 진실로 사랑하는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한편 '나'는 세상만사를 경험해본 드라마틱한 조르바의 인생을 동경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자신의 영혼이 더럽혀진다고 생각하여
좀처럼 욕망에 솔직해질 수 없는 책벌레이다.

   
  "여자란 무엇인가요? 왜 이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요? 말해 보시오.
나는 저 여자란 것의 의미가 뭔지 묻고 있는 거요."
그는 남자나 꽃 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고도 똑같이 놀라며 자신에게 묻는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페이지 : 81page 
 
   

조르바를 보고 있자면, 소극적인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놈의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맘껏 못 하고,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
생각해보면 생은 짧은데, 또 남들의 말에 일일이 신경쓰고 행동하기엔,  
남들이란 단지 내 인생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인데.
왜 난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걸까.

   
  "<아니, 할아버지 편도나무를 심고 계시잖아요?>
그랬더니 허리가 꼬부라진 이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리며,
<오냐,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란다.>
내가 대꾸했죠. <저는 제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살고 있군요.>
자, 누가 맞을까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은  
어쩌면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페이지 : 55page
 
   

내일이 없을 것처럼 도전하고, 내일이 있을 것처럼 노력하라.
앞으로 삶에 소극적인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조르바를 떠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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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츠마 이야기 - 살인사건 편
타케모토 노바라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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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편인 <시모츠마 이야기>를 보고
'인간 사이의 정이란 실재하는가?
친한 척 할 뿐, 이상적인 우정이란 건
책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고민에 휩싸였던 나...

친한 척 우정놀이나 하며 자신이 약하지 않음을 믿으려 드는 아이들보다
혼자서도 잘 노는 모모코같은 아이가 강하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럼 우정놀이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그런 고민.
그 고민이 꽤나 풀리지 않았기에,
<시모츠마 이야기>는 내게 인상적인 책으로 남았고
내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속편인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보고 나온 결론은...

이치고가 있기 때문에 모모코는 강해지는 것이다.
인생의 행복은 인간 사이의 '정'에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인간관계란 게 소설이나 만화에만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도 날 좋아해'라고 믿어야 한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라도 괜찮다. 내가 그렇게 믿으면 내게는 그것이 진실이다.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살아갈 희망이 없을 것이다.

이치고와 모모코의 우정은 참 보기에 좋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우정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런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건, 책 속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모모코가 이치고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얻고 싶으면 줘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인생에서 자신의 목숨 귀한 걸 모르고 달려들 정도로 소중한 걸 찾는다는 건 의미가 크다.
자신의 안위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이치고를 구하기 위해 싸웠던 모모코이니까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이치고와의 우정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모츠마 이야기>는 꿈과 우정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꿈은 그것이 아무리 남들에게 비웃음을 살 정도로 유치하거나 소박한 것이라 해도,
주눅들지 말고 자신이 행복이라 믿는 길을 나아가야 한다는 것.
우정은 가식이나 연기가 필요없는 것.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친구가 가진 가치관이나 꿈을 무시하지 않는 것.
비록 헤어져 있어도, 꿈을 이뤘을 그 친구를 떠올리면 행복해지는 것.
이 책에서 말하는 꿈과 우정의 정의는 그런 것이다.

나도 내 장래희망을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 '이루어질 것 같다'고 해준 친구들의 말...
그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도록 해야지.
캐릭터가 개성있고 정이 가서 1권을 읽은 사람은 반드시 2권도 읽게 될 것 같은 책,
<시모츠마 이야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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