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K사상을 위하여 - 개벽사상과 종교공부 2 ㅣ 개벽사상과 종교공부 2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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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유일한 신들은 인간들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신들도 미리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한히 긴 세월의 노력을 통해 삶의 불길과 용광로 속에서 점진적으로 창조되고 진화한다...우주는 영웅과 반신(半神)인 인간들이 자신을 불려서 만들어내어 존재를 획득하는 거대한 화덕이며 용들의 소굴이다...신들은 그러므로 시원이 아니고 결과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나온 가장 훌륭한 신은 인간들인 것이 다."

<개벽사상과 종교공부> 1권에 나온 문장이 이 책에도 또 나온다. 종교나 사상 전문가나 나같은 개똥철학 무식이도 바라보는 눈의 깊이만 다를 뿐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다 똑같다.

이 책은 어렵다. 개벽사상, 유교의 현대화, 세계화를 모색하는 원불교, 인간해방... 말만 들어도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말들이다. 곱씹으며 읽었다. 자꾸 씹으며 읽으면 슬쩍 깨달음 비슷한 씁쓰레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난 무신론자이다. 그리고 기독교 혐오자이다. 아니 한국 기독교를 혐오하는 사람이다. '일부'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 이기주의는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아주 아주 큰 암세포가 되고 있다. 암세포는 잘 모른다. 자기가 암세포인것을...

참고로 원불교는 기독교와 같은 표층종교와 달리 내세보다 현세를 중시하는 심층종교다. 표층종교는 내세에서 상을 받고 벌을 피하기 위해 수행한다는 면에서 내세 중심적이다. 기독교에서는 천당에 갈 것인가, 지옥에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장 큰 관심거리이다. 하지만 원불교는 삼동윤리의 하나인 동척사업(同拓事業)이라고 하여, 다 함께 내세보다는 지금 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보 자는 현세 중심적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가보지도 못했고, 존재 자체도 불분명한 천당이나 극락에 돈과 시간을 사용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여 노력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신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거나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거나 우리 밑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참고로 이 책에서 말하는 개벽은 물론 후천개벽이다. 하늘과 땅이 처음 열린 '선천개벽' 같은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사람의 정신과 마음에 일어나는 근본적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대변혁을 '후천개벽'으로 규정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우리는 개벽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K사상 #한국사상 #개벽 #조통달의책읽기 #세계적K사상을위하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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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 돌봄 소설집 ㅣ 꿈꾸는돌 41
강석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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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광선_강석희
모두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 곳곳에서 돌봄을 받고 있지만 늘 또다른 돌봄이 필요한 세상. 내가 돌봄을 주어야 내가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것.

● 낙원_김다노
주인공이 말하는 악어는 '아빠'였다. 매일 집에서 가족이 주는 생닭과 고기를 먹고 폭력을 행사하고 TV만 보는 잉여인간. 경찰이 출동하거나 외부인이 집에 오면 악어의 본성을 숨기고 잠잠해졌다가 사라지면 다시 아가리를 벌리며 상처내는 악어같은 인간. 그 악어를 돌보는 집이 정글이나 지옥이라면 집 밖은 낙원일까?

● 샤인 머스캣의 시절_백온유
지독한 알레르기 증상과 지독한 그만큼의 배려심을 가진 지우와 그런 지우를 좋아하는 배려심을 배워가는 희지의 청춘 드라마. 서로를 배려하고 돌봄은 행동만으로 되지 않는다. 가끔은 돌봄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소통을 해야한다. 말(言)로써. 그래야 서로에 대한 돌봄과 배려가 더 깊어진다.

● 바코드 데이_위해준
모든 정보가 심겨진 생체바코드로 서로가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는 세상에서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 최소한 지금은... 바코드를 신뢰하는 본구와 바코드가 그저 귀찮은 려원이 커플이 되는데...

●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_전앤
축구를 좋아하는 유진과 남주. 경기에서 이기기보다는 내가 돋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진 유진이가 설이의 코칭에 의해 남주의 유진에 대한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이기심은 내 마음을 작고 좁게 만든다. 서로를 배려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다시 내 마음은 커진다. 여기서는 슛팅을 하는 유진의 '오른발'이 바로 그 마음이다.

"일이 내 뜻과 계획대로 이루어지기보다 우연에 의해 달라질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예민하게 굴기보다 조금은 무감각해지는 편이 좋을 수도 있고."

● 귀여워지기로 했다_최영희
다유가 제프란 로봇을 만나 변화하는 이야기.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물론 그 로봇이란 존재도 사람이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소설 속에서 제프는 미래의 로봇이지만 그 로봇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관계맺음에 실패하는 우리에게 도움음 주는 친구이다.

● 가방처럼_황보나
부모에게 희미한 돌봄을 받는 희연이와 그런 희연이를 돌보는 치매 할머니의 이야기. 변기에 똥오줌을 묻히고, 더럽게 혼자 밥을 먹는 할머니. 희연이는 그런 할머니를 피하고 혼자 밥을 먹었지만 할머니가 죽고 나서 희연은 알게된다. 할머니는 혼자 밥을 먹었지만 언제나 손녀의 밥그릇을 채웠다가 다시 넣었고, 정신 없는 할머니가 숨겼다고 생각했던 손녀의 스니커즈 신발이 사실은 보일러 배관이 흘러가는 따스한 바닥에서 손녀의 발이 시리지 않게 했던 할머니의 돌봄이었다는 것을...

● 나는 소설을 잘 읽지 못한다. 이리저리 휙휙 옮겨가는 장소의 변화도 따라가지 못하고, 오늘과 내일과 어제로 시시각각 멋대로 왔다갔다하는 시간의 설정도 불편하다. 그나마 읽을 있는 것이 이런 단편소설이다.

돌봄을 주제로 7명의 작가들이 소설을 썼다. 이해하기 어려운 글도 있지만 <샤인 머스캣의 시절>에서는 서로에 대한 돌봄에도 주고받는 소통의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고, <가방처럼>에서는 주인공 할머니처럼 치매를 겪고 있는 우리 아부지가 생각나서 심하게 공감이 되었다. 우리 아부지도 평생을 나를 돌봐왔는데, 나는 고작 일주일에 한 번의 짧은 돌봄을 힘들게 생각한다. 우리 엄니는 일년 365일 아부지를 돌보는데... 아! 마지막 소설을 읽지 말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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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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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문화유산이 주인공이라면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담배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이야기하고, 유홍준 교수의 취미인 바둑을 통해 루이나이웨이라는 중국의 여성 바둑기사를 소개한다. 인사동을 소개하며 <월인천강지곡>을 찾아낸 통문관 이겸로 선생의 삶과 추억을 담담하게 쏟아낸다. 평생을 힘들게 살아오신 어머니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모두 사람 이야기이다.

2장과 3장에서 백자달항아리와 조선왕조실록과 국보와 보물 이야기를 하고 백두산, 중국, 일본으로 답사를 다녔던 후기를 전하지만 4장과 5장에서는 다시 유홍준과 인연이 있는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랑하듯 이어진다.

백남준, 신학철, 오윤, 김지하, 김가진, 리영희, 백기완, 신영복, 이애주, 박형선, 홍세화, 김민기... 유홍준 교수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짧은 글 안에 그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모두 담아 놓았다. 유홍준 교수의 글은 그래서 좋다. 그의 말과 글 안에 사람이 담기든 문화재가 담기든 역사가 담기든 모두 '이야기 story'가 된다. 그의 이름 앞뒤에는 미술사학자, 교수, 前문화재청장, 미술평론가 등의 단어가 붙지만 난 그에게 이런 타이틀을 붙여준다.

한자로는 '文士', 순우리말로는 '글쟁이'

난 글쟁이 유홍준의, 아니 유홍준 교수님의 팬이다. 지금까지 유홍준 교수님을 20번 가까이 봤다. 대학교 시절 1997년 1학기에 '한국미술사강의1' 교양과목 수업을 들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사회관 210호 대강의실에서 만났었고, 올해는 5월에 부여문화원에서 주최한 백제역사문화탐방에 참가하여 하루 종일 함께 부여 곳곳을 돌아다녔다. 교수님 수업에서 A+를 받았다고 말씀드리니 반가워하셨고, 신동엽문학관에서는 "어이, 자네. 사진 좀 찍어주게나. 내 수업에서 A+를 받았으면 잘 찍겠지?"라며 농담도 하셨다.

그런데 얼마전 군위에서 교수님 특강이 있어 신간을 들고 싸인을 받으며 아는 체를 했다.

"교수님! 올 봄에 부여에서 뵈었습니다."
"네~ 재미있게 듣고 가세요."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이다. 조금, 아니 많이 서운했다.

그래, 그러면 어떤가! 그냥 유홍준의 팬이면 족하지. 더 이상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라는 책에는 내 이름이 없지만 『조명호의 인생만사 답사기』라는 미래의 책에는 유홍준의 이름이 적혀있으면 되지 뭐...

#유홍준 #나의인생만사답사기 #에세이추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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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사상과 종교공부 -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 ㅣ 개벽사상과 종교공부 1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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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거나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거나 우리 밑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종교해방신학자 변선환이 한 말이다.


그래, 신이 어디 있으며 신이 있다면 지금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이 모양 이 꼬라지일 리가 없다. 신은 없다.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지금 자기가 하는 일을 내팽개치고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신이 자기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거나 불행해진다고 협박하면 그건 신이 아니라 개새끼일 뿐이다. 만약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신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의 농간에 놀아난 미친 사람이다. 아니면 본인이 사기꾼이거나…


난 무신론자다. 아니 종교혐오자에 가까운 놈(者)이다. 학교 갔다 오는 딸에게 포교활동을 한 길 건너 교회를 찾아가 부목사에게 항의하고 포교활동을 한 사람에게 사과문까지 받았던 놈(者)이다. 짧은 지식이지만 여러 책을 읽고 느낀 ‘종교’에 대한 나의 생각은 결국 종교란 것은 ‘神’이 아닌 ‘나’를 위한 마음공부였다.


“사람을 공경치 아니하고 귀신을 공경하여 무슨 실효가 있겠느냐. 어리석은 풍속에 귀신을 공경할 줄은 알되 사람은 천대하나니, 이것은 죽은 부모의 혼은 공경하되 산 부모를 천대함과 같으니라. 하늘이 사람을 떠나 따로 있지 않은지라, 사람을 버리고 하늘을 공경한다는 것은 물을 버리고 해갈을 구하는 자와 같으니라.”


마침 <개벽사상과 종교공부>라는 책을 읽었다. 개벽이며 마음공부라고 하면 어떤 길에서 “도를 아십니까?”라고 물어오는 사이비종교상인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동학에서 이어진 천도교, 원불교 등 사람의 마음을 일으키고 세상의 대변혁을 기도했던 개벽 사상가들의 말씀을 들어보는 책이다.


어렵다. 하지만 천천히 곱씹어 보듯 책을 읽으면 재미있다. 그리고 가끔씩 고개를 들어 감탄하게 되는 문구도 많이 나온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일컫는 지금 시대에 우리 선대의 사상가들은 ‘민주주의’보다 더 앞서고 지고한 이념인 “민본(民本)”사상을 설파했다. 그것이 동학이다.


이 책을 통하여 동학과 원불교에 대해 조금,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동학과 원불교는 유불선 삼교를 포함하고 있으며, 남녀평등을 역설하고 수행과 실천, 도학과 정치의 병진을 중시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벽의 종교라는 데서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아무래도 동학은 유불선 삼교를 통합했다지만 유학이 좀더 중심을 이루고 원불교는 불교를 주체로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동학이 인격적인 실체로 생각은 안 합니다만, 하늘님을 향한 신앙과 체험을 중시하는 영성적 종교의 측면이 있다면, 원불교는 불교를 주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각적이고 자립적이며 지성적인 경향의 종교지요.”


이 책 표지에는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라고 나와있지만 세계화 이전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교화(?)시켜야 한다. 종교는 없고 종교업자들만 난무하는 시대, 철학과 사상은 없고 궤변과 정파적 선동만 넘치는 시대에 동학과 원불교와 같은 개벽사상은 지금 꼭 필요하다.


끝으로 자본주의에 따른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가 대세가 되어 버려 종교마저도 세속화, 개인적 기복신앙화되어 버린 시대에 방길튼 원불교 교무가 한 이야기를 남겨본다.


“알베르 까뮈는 반항의 연대성을 강조합니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고 합니다. 자신은 핍박받고 있지 않지만 핍박받는 타인과 연대하는 이유는 그 핍박이 나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타인이 당하는 핍박이 '우리들 자신이 반항하지 않고 당해온 박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자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가 회피한 핍박이 지금 타인에게 가해지고 있으니, 이 사회적 박해에 우리는 공범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타자의 고통을 보고서 공범 관계라는 각성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렇다. 종교의 근본은 사람이지 신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신과 신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神界에서 끌어내려 사람들이 사는 사람사는 세상에서 함께 살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고 신과 연대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연대해야 한다. 남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며 우리의 고통이다.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 우리의 행복이 되는 곳이 곧 천국이며 낙원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사람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개벽사상과종교공부 #창비 #책추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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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없다 -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
정혜승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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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윤석열이 사과를 했다. 난 깜짝 놀랐다. 대선후보 시절 개에게 ‘사과(Apple)’를 주는 사진을 본인의 SNS에 올리며 국민들을 조롱했던 그가 TV에 나와서 '사과(謝過)'를 한 것이다. 그것도 비통한 표정으로…


159명이 죽은 이태원 참사 당시 윤석열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라고 말하거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으나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14명이 죽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윤석열은 사과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서울로 간다 해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하며 해외순방을 계속했다. 해외순방을 마치고 나서도 당연히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를 실패하고 난 뒤에는 곧바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모든 것이 윤석열 본인의 부족이란다. 윤석열의 머리와 심장에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보다 엑스포 유치 실패가 훨씬 더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없다>


이 책의 부제는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하나의 사례일 뿐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대한민국 정부는 사라졌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정부가 없어지고 난 뒤 나타난 말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다.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살기를 도모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을 지켜주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국가 시스템에서 안전 문제나 재난 등의 상황은 리더의 관심사에 따라 바뀌고 공무원들도 그에 따라 바뀌는 법이다. 코로나 시대에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된 방역시스템을 윤석열은 ‘정치 방역’이라고 규정지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고생했던 수많은 공무원과 의료 인력들은 모두 ‘정치 행위’에 동원된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 책에 나오는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의 말은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다.


"대통령제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허구입니다. 좌파든 우파든, 정권을 잡는 순간부터 공무원을 도구로 쓰려고 합니다. 다음 선거에 다시 당선되어야 하니까요. 그나마 순수했던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죠. 저는 정치인들이 그래서 싫어요. 문 전 대통령은 위선적이라 싫었고, 윤 대통령은 무식해서 싫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래도 관록이 있었죠, 박근혜 정부에선 좌파 우파 없이 다 쫓겨나기도 했고요. 우리나라 공무원 행정의 가장 근본적 모순이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정치입니다."


윤석열의 정치라고 부르기 어려운 비열하고 비인간적인 정치놀음은 공무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정부의 기본 책무는 대통령의 관심사가 아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정부가 없고, 리더의 사과가 없고, 민족의 자존심이 없어지고, 한반도의 평화가 없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없고, 법이 없어졌다.


오늘이 지나 내일이 되면 대한민국에서는 또 어떤 것이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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