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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사상과 종교공부 -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신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거나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거나
우리 밑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종교해방신학자 변선환이 한 말이다.
그래, 신이 어디 있으며 신이 있다면 지금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이
모양 이 꼬라지일 리가 없다. 신은 없다.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지금 자기가 하는 일을 내팽개치고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신이 자기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거나 불행해진다고 협박하면 그건 신이 아니라 개새끼일 뿐이다. 만약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신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의 농간에 놀아난 미친 사람이다. 아니면
본인이 사기꾼이거나…
난 무신론자다. 아니 종교혐오자에 가까운 놈(者)이다. 학교 갔다 오는
딸에게 포교활동을 한 길 건너 교회를 찾아가 부목사에게 항의하고 포교활동을 한 사람에게 사과문까지 받았던 놈(者)이다. 짧은 지식이지만 여러 책을 읽고 느낀 ‘종교’에 대한 나의 생각은 결국 종교란 것은 ‘神’이 아닌 ‘나’를 위한 마음공부였다.
“사람을 공경치 아니하고 귀신을 공경하여 무슨 실효가 있겠느냐. 어리석은 풍속에 귀신을 공경할 줄은 알되 사람은 천대하나니, 이것은
죽은 부모의 혼은 공경하되 산 부모를 천대함과 같으니라. 하늘이 사람을 떠나 따로 있지 않은지라, 사람을 버리고 하늘을 공경한다는 것은 물을 버리고 해갈을 구하는 자와 같으니라.”
마침 <개벽사상과 종교공부>라는
책을 읽었다. 개벽이며 마음공부라고 하면 어떤 길에서 “도를
아십니까?”라고 물어오는 사이비종교상인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동학에서 이어진 천도교, 원불교 등 사람의 마음을 일으키고 세상의
대변혁을 기도했던 개벽 사상가들의 말씀을 들어보는 책이다.
어렵다. 하지만 천천히 곱씹어 보듯 책을 읽으면 재미있다. 그리고 가끔씩 고개를 들어 감탄하게 되는 문구도 많이 나온다.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일컫는 지금 시대에 우리 선대의 사상가들은 ‘민주주의’보다
더 앞서고 지고한 이념인 “민본(民本)”사상을 설파했다. 그것이 동학이다.
이 책을 통하여 동학과 원불교에 대해 조금,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동학과 원불교는 유불선 삼교를 포함하고 있으며, 남녀평등을 역설하고 수행과 실천, 도학과 정치의 병진을 중시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벽의 종교라는 데서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아무래도 동학은 유불선 삼교를 통합했다지만 유학이 좀더 중심을 이루고 원불교는 불교를 주체로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동학이 인격적인 실체로 생각은 안 합니다만, 하늘님을 향한 신앙과
체험을 중시하는 영성적 종교의 측면이 있다면, 원불교는 불교를 주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각적이고 자립적이며
지성적인 경향의 종교지요.”
이 책 표지에는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라고 나와있지만 세계화 이전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교화(?)시켜야
한다. 종교는 없고 종교업자들만 난무하는 시대, 철학과 사상은
없고 궤변과 정파적 선동만 넘치는 시대에 동학과 원불교와 같은 개벽사상은 지금 꼭 필요하다.
끝으로 자본주의에 따른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가 대세가 되어 버려 종교마저도 세속화, 개인적 기복신앙화되어 버린 시대에 방길튼 원불교 교무가 한 이야기를 남겨본다.
“알베르 까뮈는 반항의 연대성을 강조합니다.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고 합니다. 자신은 핍박받고 있지 않지만 핍박받는 타인과 연대하는
이유는 그 핍박이 나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타인이 당하는 핍박이 '우리들 자신이 반항하지 않고 당해온 박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자각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가 회피한 핍박이 지금
타인에게 가해지고 있으니, 이 사회적 박해에 우리는 공범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타자의 고통을 보고서 공범 관계라는 각성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렇다. 종교의 근본은 사람이지 신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신과 신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神界에서 끌어내려 사람들이 사는 사람사는 세상에서 함께
살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고 신과 연대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연대해야 한다. 남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며 우리의 고통이다. 남의 행복이 나의
행복, 우리의 행복이 되는 곳이 곧 천국이며 낙원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사람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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