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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읽고, 바꾸고, 망가뜨리나
카라 스위셔 지음, 최정민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3월
평점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견해입니다.
요즘 유명한 기업들이라고 한다면 엔비디아부터 테슬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IT 공룡기업들이 많습니다. 애플도 그런 기업이지요. 하지만 애플도 처음에는 자그마한 회사에서 시작을 하였고,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의 IT기업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판타지 소설과 같은 느낌이 저에게는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런 기업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습니다. 회사 하나 차리면 어떨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과 공상에 빠져있을 때도 있었구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접게 된 이유 중의 하나로 최근 몇 년간 기술의 발전 속도는 따라가기 벅찰 만큼 빠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인공지능, 블록체인 같은 용어들이 미디어를 장식하지만, 솔직히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제 업무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막연한 불안감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가 확 꽂히는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바로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최정민 번역가님이 옮긴 카라 스위셔의 회고록,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원제: Burn Book: A Tech Love Story)라는 책이었습니다.

'번 북'이라는 원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한 찬사나 미화 대신, 때로는 불태워 버리고 싶을 만큼 애증이 교차하는 실리콘 밸리의 맨얼굴을 저자의 날카로운 저널리즘 특유의 분석적 관점에서 조명한 책입니다. 시간이 없다고 게 이 책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의 실체를 이해하고 제 안의 불안감을 명확한 인식으로 바꾸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매료되었던 부분은 세상을 바꾼 테크 거물들을 신화 속 인물이 아닌, 복잡한 욕망과 비전, 그리고 때로는 심각한 결함을 지닌 입체적인 인간으로 그려낸다는 점입니다. 사실 스티브 잡스의 명성(?)은 저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책에서 발견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카라 스위셔는 수십 년간 실리콘 밸리 최전선에서 그들과 직접 부딪치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집요함, 제프 베이조스의 장기적인 야망과 냉철함, 일론 머스크의 예측 불가능한 천재성과 무모함, 마크 저커버그의 권력 유지 방식 등을 마치 옆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중요한 협상 자리에서의 그들의 태도, 실패나 비판에 직면했을 때 보이는 반응,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 등은 단순한 인터뷰 기사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깊이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치 인터뷰 영상을 보는 듯한, 하지만 인터뷰에서는 포장되어 나오지 않을 그런 내용이었네요. 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단순히 '성공한 CEO'라는 결과 이면에 있는 리더십의 본질, 의사결정의 무게, 그리고 때로는 그들이 저지르는 실수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기술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의 리더십과 전략에 대해 더 폭넓고 현실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가 조직 내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동료나 상사, 혹은 외부 파트너와 소통하는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런 인터뷰 내용으로 거물들에 대한 정보만 준다면 카라 스위셔의 경력이 아깝겠지요. 이 책을 보면서 화려한 성공 스토리 너머에 있는 실리콘 밸리의 실제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혁신'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얼마나 냉혹한 경쟁과 기존 산업의 파괴를 동반하는지,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와 투자 유치 뒤에는 어떤 복잡한 자본의 논리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닷컴 버블의 광기와 붕괴, 스마트폰 혁명이 가져온 지각 변동,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부상과 그로 인한 사회적 논쟁,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AI 패권 경쟁까지, 저자는 마치 연대기 작가처럼 주요 사건들의 맥락과 그 속에서 벌어진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 그리고 때로는 속임수와 배신까지도 놓치지 않고 기록합니다. 이러한 테크 산업의 생생한 역사를 따라가면서, 저는 현재 우리 사회와 경제 시스템 깊숙이 뿌리내린 거대 기술 기업들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다 근본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비단 IT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금융, 제조, 유통, 콘텐츠 등 기술 변화의 영향력 아래 있는 모든 분야의 직장인들이 거시적인 산업 트렌드를 읽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전략적 관점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식 기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저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기술을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입니다. 카라 스위셔는 실리콘 밸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코 그들의 문제점을 외면하거나 미화하지 않습니다. 개인 정보 보호 문제, 가짜 뉴스와 여론 조작, 시장 독과점의 폐해, 기술 발전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 등, 그녀는 기술이 야기하는 어두운 그림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거대 기업들에게 끊임없이 책임을 묻습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기술의 편리함과 효율성에 감탄하는 것을 넘어, '이 기술이 과연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가?', '기술 발전의 혜택은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습니다. 기술을 단순히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사용자에서 벗어나, 그 사회적, 윤리적 함의까지 고민하는 능동적인 시민이자 직장인이 되어야 함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은 앞으로 직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단순히 효율성이나 수익성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과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의 서술방식도 맘에 들었습니다. 마치 옆자리에서 경험 많은 테크 전문 기자가 열정적으로 쏟아내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생생함은, 다소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도록 만듭니다. 그녀의 솔직함과 때로는 분노 섞인 목소리는 독자로 하여금 문제의 본질에 더 깊이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번역을 정말 매끄럽게 잘 하신 최정민 번역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라 스위셔의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는 저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선 깊은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선사했습니다. 기술 변화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이해를 통해 방향을 찾고자 하는 모든 직장인 동료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산업과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들을 이해하고, 다가올 미래를 더 현명하게 준비하는 데 필요한 귀중한 통찰과 용기를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에게 그러했듯이, 이 책과의 만남이 여러분께도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된다면 좋겠네요.
비오는 날 카페에서 편안하게 커피 한 잔을 들고 읽으면 후루룩 읽힐 듯합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임을 다시금 밝힙니다.